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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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다른 것 생각않고 오직 소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소설 초반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이 등장하고 살인의 과정이 모두에게 공개된다.

범인의 이름과 피해자의 이름까지 독자들은 모두 알고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처음부터 읽는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흡인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

독자들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재미를 빼앗아간 이 소설이 과연 재미가 있을까?

2006년도 '본격 미스터리 대상' 2위 작품이라는데 어찌 범인과 살해과정이 초반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미스터리 대상 2위를 차지할 수 있단 말인가.

 

책을 읽어나가며 이 책이 '본격 미스터리 대상 2위' 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일반적인 미스테리 소설을 읽으며 범인이 누구인가를 궁금해하고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내가 아닌 소설의 등장인물, 탐정 역할을 하는 주요 인물이 어떻게 범인의 실수를 알아채고 또 그것에서 힌트를 얻어 범인을 밝혀나가느냐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지나쳤던 것을 소설 속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유카'는 그야말로 '귀신같이' 수상한 점을 알아낸다. 게다가 얄밉게도 유카의 미모는 뛰어나기까지 하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유카의 소설 속 역할은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점이기도 하다.

 

사람 냄새나는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유카에게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귀신같다, 냉정하고 차갑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러니 나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로 비춰지지 않았다.

언뜻 보면,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급급한 인물로 생각되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편견일지 모르나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따스함과 정이 부족함을 느꼈다.

책을 읽을 때 필요한 흡인력과 집중도면에서는 만족할만 했으나 인물 설정과 결말에 있어서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범인은 후시미, 피해자는 니이야마!!!

서평을 쓰면서 이렇게 범인과 피해자의 이름을 속 시원히 적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날 탓하진 말라. 소설 초반부터 당신도 이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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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선혜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찬란한 청춘을 기대하고 또 찬란했던 청춘의 시절을 가슴 속 어느 곳에 담아두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찬란함'이라는 단어였다.

그 '찬란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단어는 '청춘'.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여름'의 시간은 그 '청춘'과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시간이다.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그 찬란했던 청춘의 여름을 고통스럽지만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청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아트는 함께 소꼽장난을 하며 쉽게 친해지는 어린 아이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같은 이름을 가진 아서 그리고 그의 친구 클리블랜드, 제인과 친구가 된다.

아트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플록스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 대한 마음과 아서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차츰 자아를 찾아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아트처럼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과연 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긴 했을까.

나 스스로도 생각하기 꺼려하며 가슴에 품었던 것들을 다른 어느 누구와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긴 했을까.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다'였다.

난 그때 이 사회가 더욱 어렵게 만든 취업과 진로라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야했고 사랑도 우정도 그리고 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도 모두 그 시간 속에서 생략해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트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함께 희열을 느끼기보다 어느 시간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웠을 그 시절을 그냥 그렇게, 어느 '무엇'도 없이 보내왔다는 사실에 괴로웠다.

 

내가 십대이던 시절에 이십대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느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만 들어줄 소중한 친구를 만나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십대 초반의 나는 너무도 허무하게 아름다운 그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솔직히 난 지금도 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어떤 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동하고 있는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내가 남들 대하듯 나를, 스스로를, 그냥 그렇게 무심히 생각하고 방치하며 살아가는건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아쉽게도 내가 보내온 지금까지의 '청춘'은, 그 단어와 어울릴만큼의 '찬란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을 지금이라도 만났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싶다.

지금 내가 청춘을 완전히 벗어나 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뜨거운 여름날과도 같은 이 찬란한 청춘을 아직 살아가고 있으니까...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는 주인공 아트의 청춘을 통해 내 청춘을 되돌아보며 미소지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찬란함'이라는 단어와 너무도 잘 어울리도록 남은 청춘을 살아가고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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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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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한 권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느 날 서점을 둘러보다 제목만으로도 뜨거운 무엇을 느끼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였다.

그날 잠깐 서점에서 이 책을 들고 읽으면서 '나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그 때문이었다.'라는 1부의 시작에 어찌나 가슴이 설레던지...

우산이 없던 나는 창밖에 비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더 많은 비가 내리기 전에 그 자리를 떠야만 했다.

집에 와서는 그 책을 계속 읽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곧, 드디어, 집에서 차분이 앉아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기다림이 컸던 만큼 「내 심장을 쏴라」를 만난 기쁨도 컸다.

그리고 책이 내 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읽는 동안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 한참동안 이 책을 손에서 놓치 못했다.

이수명과 류승민, 이 두 청춘이 어쩌다 한창 청춘을 즐길 나이에 상상만으로도 부자유와 억압이 느껴지는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갇히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그 속에 존재하는 진실은 무엇인지...

 

이수명과 류승민이라는 주요 인물 외에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개성있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작가가 이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없이 상상만으로는 창조해내기 힘든 인물들.

간호사 출신이었던 작가가 직접 폐쇄 병동에 들어가 생생한 경험을 했기에 태어난 캐릭터들은 어느 소설의 캐릭터보다 더 내 곁에 살아 숨쉬는 듯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정말 미쳐서 정신병원에 오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신병원에 오게 되어 미쳐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후자의 경우를 생각하니 무엇인가가 내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했다.

정신병원에 가게 된 사람들은 정말 미쳐서 그곳에 갇히게 된 것일까.

나와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그냥 쉽고 편하게 '미쳤다'는 한마디로 그들을 표현해버린 것은 아닐지...

사람들 생김생김이 모두 다르듯 생각도 다 다를텐데 말이다.

 

그동안 정신병원에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왠지 무섭고 바로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어쩌면 나보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를 풍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살아가면서도 부자유와 억압속에 살아가는 그들보다 더 마음은 닫혀있고 생의 가치를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너도 지금의 네 모습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이 소설 한 권이 내 등을 떠밀어주었다. 용기를 주었다.

오랜만에 감동적인 소설 한 편으로 내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경험했다.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기에 고맙고,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에 고마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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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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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소한 제목의 「노서아 가비」.

김탁환 작가의 다른 책들을 접하기 전에 따듯한 글쓰기 특강 '천년습작'을 읽은 게 아쉬웠는데 마침 김탁환 작가의 새 작품이 출간되었다.

「노서아 가비」는 내가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곤 하는 커피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그것도 조선시대 고종에게 매일 커피를 올리는 여자의 이야기.

처음엔 커피와 조선시대가 어울리기나 할까 의아했지만 책을 읽고 고종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더 이상 커피와 어울리는 사람은 없는 듯 그 모습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사람도 오랜시간 만나가며 그 속을 들여다봐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듯이 책도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법.

책을 읽기 전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아무리 이 소설이 커피를 소재로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뭔가 고리타분하기도 하고 조금은 촌스러움을 갖춘 소설이 아닐까 하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과는 달리 「노서아 가비」는 요즘 말처럼 정말 쿨~한 소설이었다.

 

비록 「노서아 가비」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여주인공 따냐의 삶에서 엿볼 수 있듯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적 배경이 조선을 넘어 러시아라는 나라에까지 이르기에 소설은 생각과 달리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일러스트와 '커피는 ~이다.'라는 짤막한 글들은 세련된 커피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소설에 감칠맛을 더했다.

 

소설속 여주인공 '따냐'는 조선시대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음직한 조신하고 단아함을 갖춘 여성과는 사뭇 다르다.

타임머신을 태워 따냐를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 데려다 놓더라도 오히려 나보다 더 멋지게 이 생을 살 것 같은 인물.

이처럼 여주인공 따냐의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그의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만나고픈 충동이 일어날 만큼 작가 김탁환의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내가 여자라 그런 것인지 책을 읽다보면 꼭 멋진 남자가 등장해줘야만 할 것 같은 기대를 갖고는 하는데 따냐가 사랑했던 '그'는 그다지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어느 날, 코를 자극하는 커피향에 취해 덥썩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마신 적이 있다.

평소 달콤하고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씁쓸함에 이내 후회를 했었다.

「노서아 가비」는 그 때의 내 감정과 비슷하다.

김탁환 작가의 '천년습작'을 읽고 그가 창조한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던 바람은 그 날의 커피향과 같고, 뭔가 허전한 듯한 복선과 결말은 에스프레소의 씁쓸함과 같았다.

 

하지만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된 소설인만큼 소설에서 부여하는 재미를 과소평가 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책을 읽다 따옴표 하나 없는 텍스트에 적응을 못해 결국 중도 포기를 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노서아 가비」도 따옴표 하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만큼 술술 읽혀졌던 것은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사랑보다 지독하다...'

왜 「노서아 가비」라는 제목 위에 이 표현이 들어갔는지 직접 책을 읽고 알아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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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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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참...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릴적부터 과거에 노예제도라는 게 있었다는 사실을 배워왔고 또 그런 내용을 담은 영화나 책 등을 많이 접해왔지만 소녀의 입으로 그 실상이 드러나기는 처음이라 더 큰 충격이 되어 내게 다가온다.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는 동화책처럼 두꺼운 표지에 내용은 백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다.

처음엔 두껍고 재미있는 소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책이 내 손에 도착한 순간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얇은 책 한 권이 내게 이렇게 큰 충격을 가져올 줄이야...

이 책은 40가지의 짤막한 소녀의 일기를 한데 엮어놓은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만큼 금방 읽을 수는 있었지만 여타 두꺼운 책들보다 생각하는 시간은 더 길었다.

 

19세기 남아메리카 수리남의 부유한 농장주의 딸인 백인 소녀 '마리아'의 담담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도저히 담담히 표현할 수 없을 듯한 내용들이라 더 충격적이다.

마리아가 14살 생일에 아빠께 받은 선물이 집에서 가장 큰 쟁반 위에 올려진 어린 흑인 노예였다는 사실부터 엄마의 친구에게 받은 선물은 핸드백에 넣기엔 조금 큰 채찍이라는 사실은 어른들에 대한 작은 희망마저도 사르르 무너지게 만든다.

마리아가 태어나고 자라기까지 이런 일들은 아무렇지 않고 너무도 평범하게 일삼아졌기에 그리 담담히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가슴이 아프다.

어느 누가 이 순진한 악녀 마리아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인가.

 

책 속에는 영화나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정의에 가득찬 인물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마리아의 악행에 제재를 가할 사람도, 충고를 해 주는 사람도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다 읽을 때까지도 소녀가 자신의 행동에 반성할 기미란 엿보기 힘들고 책을 읽은 사람들의 기분은 더 언짢아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책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고, 어쩌면 이런 책이기에 지금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도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인종차별의 문제는 존재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던져진 시선만 봐도 그렇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우리가 어디선가 인종차별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우리는 그들을 왠지 한 단계 아래의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대학교 때 한 강의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조사와 발표를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들의 나라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힘들게 일한 그들에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일은 허다하고 그러면서도 계속 자행되는 노동착취는 외로운 그들을 더욱더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는 비록 2백년 전 이야기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 속에 투영되어 부끄러운 지금의 세상까지 비추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속에 소녀의 악행에 충고와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존재했더라면 우리는 책을 읽으며 함께 반성하고 책을 덮고는 바로 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누군가가 끝까지 책 속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책을 덮은 후에도 더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만들어냈지만 그 속에 일어난 이야기들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작가의 말에 다시 한번 가슴 한구석이 아리다.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얇은 만큼 짧은 시간에 읽은 책이지만, 며칠 동안 마음의 불편함은 가시질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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