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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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여행'이란 꿈과 희망의 단어이다.

어릴 적엔 근처 어느곳에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왜 그리도 설레던지...

성인이 된 지금은 단순한 '소풍' 보다는 근사한 '여행'으로 그 기대치가 더 높아지긴 했지만 늘 똑같은 하루, 똑같은 일들이 지겨운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가보다.

 

가끔 여행을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여행을 바라는 이유가 그곳에서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그냥 지금의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단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향한다'가 아닌, '떠난다'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향하는 여행이란 무엇일까...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의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 책이 날 사로잡았던 건,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라는 이 책의 가장 첫 구절 때문일 것이다.

떠나는 여행이 아닌, 향하는 여행.

언제쯤이면 나도 여행에게로 향할 수 있을까...

'행복한 그곳으로의 향하는 여행'을 상상하며 계속해서 책장을 넘겼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는 단순히 작가가 여행을 하고, 멋드러진 그곳의 풍경을 한 권의 책에 담아 우리에게 그곳을 소개하고자 하는 일반 여행서가 아니다.

이 책은 '여행 테라피스트'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작가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여행하며 그곳의 사람들과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서 느끼는 마음의 평안과 치유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반 여행서의 느낌도 아니고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저럴 땐 저렇게 해라' 와 같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의 느낌도 아니었다.

 

작가가 끊임없이 전해주는 긍정의 기운들은 작가와 똑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스며들었다.

'여행 테라피스트'의 역할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특히 랑가방 비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맛있는 홍합 스튜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로 세상의 공평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입가에 미소까지 더해졌다.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 한 권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고, 언제나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당신의 먼 곳을 찾기 위한 여행.'

작가의 이야기처럼 자기를 치유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하는 여행으로 나도 나의 먼 곳을 찾고 싶다.

먼 곳을 가진 시절을 그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먼 곳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직접 느끼고 싶다.

매일 똑같은 하늘이 아니라, 매일 매일 다른 하늘이라는 걸 느끼며 살고싶다.

 

생각해보면 나도 운이 좋은 사람인가보다.

이렇게 나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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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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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기억엔 미스터리나 추리같은 장르 소설을 단편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모르면 겁이 없다고, 책을 읽기 전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단편 소설이라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것도 엄청나게...

 

일본 문학을 접하게 되면 가끔 경험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바로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린다는 것이다.

이름 뿐만 아니라 성별마저도 긴가민가 할 때도 있다.

덕분에 책의 내용보다는 오히려 남자로 알았다가 나중에 '그녀'라는 단어로 여자임을 알았을 때 느끼는 반전이 더 충격적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애로사항으로 날 참 많이도 괴롭혔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고 헷갈리는 일본인의 이름인데 총 아홉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각각 다르니 원...

메모라도 하면서 책을 읽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이런 엉뚱한 것에서 내게 어려움을 준 책이기도 하지만 또 단 한 권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운을 남긴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주인공인 우리의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어떤 한 해의 겨울을 시작으로 다시 두 번 더 겨울을 맞이하기까지의 탐정 생활을 총 아홉 편의 이야기로 담고 있다.

나는 이 이야기들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그것이 꼭 '범인'이 아니더라도 각 아홉 편의 단편에 모두 등장하는 '하무라'의 탐정으로서의 능력이나 의뢰인을 포함한 각 등장 인물들의 내면을 읽어내는 능력 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에 더 놀랐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오랜만에 접한 듯한, 마지막에 툭 내던지는 충격적인 한마디와 말 줄임표는 왠지 조금 복고적인 인상을 풍기기도 하고 과거의 충격들을 되살려내는 듯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여운을 길게 끌 수 있는 장치이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 본인의 몸 상태나 정신적인 상태는 그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는 정신적으로 좀 지쳐있던 상태였기에 거의 일주일을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

진도도 잘 나가지 않고 짧은 단편 하나도 한 번에 보지 못하고 쉬기를 몇 번.

그러니 안그래도 헷갈리는 인물들이 제대로 뇌리에 박힐 리가 있나...

그래서 사실 지금 이렇게 짤막한 서평을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죄스러운 마음이 있다.

제대로 접하고 또 느껴보지도 못하고 그냥 내 생각을 무심히 던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책을 언제나 내 컨디션에 따라 골라볼 수는 없는 법.

이 책을 읽고 느낀 지금의 생각들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나중에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느낄 생각들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테고...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 아홉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단편이기에 다른 책들보다 느끼는 어려움도 컸지만 단편이기에 다시 또 책을 펴보기에 부담이 덜할 것 같다.

과거에 출간된『네 탓이야』와 출간 예정인『나쁜 토끼』,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 가 등장하는 다른 책들도 무척 궁금하다.

미스터리 소설을 단편으로 만나긴 처음이었는데 이 정도면 그 첫 만남이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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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하루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1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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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에 없던 가을을 타는 건지 어쩐 건지 9월의 슬럼프를 경험하고 있던 나에게 반가운 책 한 권이 다가왔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어느 멋진 하루』

 

세상, 정말로 모두 힘들어. 산다는 거 참 뭐 같아.

세상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해줄 따뜻한 이야기!  

가까운 사람들의 위로보다 오히려 책 한 권의 위로가 더 큰 힘으로 느껴지던 요즘의 지친 나는, 세상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해준다는 이 문구 하나에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가 더욱 절실해졌다.

도대체 이 책이 날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을까...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책과 마주했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담긴 예쁘고 아기자기한 '어느 멋진 하루'는 책 자체로도 따듯함을 진하게 풍기는 책이었다.

 

곰, 여름방학, 가을 들판, 갓파 구슬, 크리스마스, 별빛은 옛날 빛, 봄이 되다. 안 놔줄 테야, 풀밭 위의 식사.

이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을 지닌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왠지 서로 닮아있어 또 잘 어울리기도 했다.

 

'곰에게 이끌려 산책을 나섰다.'로 시작되는 첫번째 이야기 '곰'

이 첫 문장은 신기한 이야기를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작가에게 흥미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산책까지 나서는 곰에 대해 어떤 부연 설명도 제공하지 않는 이 이야기는 '나'와 '곰'과의 산책이 너무나 당연한 듯 나 또한 어떤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신기한 곰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건없이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우리들 일상을 다룬 듯한 이 이야기에서 나는, 그동안의 자극적인 세상 많은 것들을 잠시 잊고 안락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 '여름방학'에는 귀여운 배의 정령 세 마리(?)가 등장한다.

미묘한 어긋남을 느껴오던 '나'는 방학동안 배 밭에서 일하던 중 그 세 마리 배의 정령 중에서 유독 자신감 없어보이고 소심한 한 마리에게 시선을 던지게 된다.

왠지 자신의 모습이 그 녀석에서 투영된 듯 느껴졌기 때문일까...

과연 배의 정령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그동안 '나'가 느껴왔던 어긋남의 정체는 무엇일까...

"못해." "난 안 돼." "내가 내가 아닌 게 되어버려. 안 돼."

이 말들이 어찌나 가슴을 찌르던지...

소심한 배의 정령은 책 속의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세번째 이야기 '가을 들판'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서 눈물을 자아 내게 만들었다.

5년 전에 돌아가신 '나'의 작은아버지의 영혼은 가을 들판을 거닐던 '나'에게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부인과 딸의 안부를 묻는다.

세상에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는 '나'의 작은아버지의 모습과 몇 달 전 돌아가신 나의 외삼촌의 모습이 겹쳐져 마냥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갓파 구슬', 이 네번째 이야기에는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자 물의 요정 갓파가 등장해 '나'와 '우테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삼백 년 동안 함께해온 갓파 애인과의 연애 상담을 위해 그들을 찾은 갓파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하고있는 사랑의 모습들을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야기...

이 다섯번째 이야기는 요술 램프를 문지른 알라딘 앞에 지니가 나타나듯, '우테나'가 선물한 호리병을 닦으려고 그것을 문지른 '나'의 앞에 치정관계로 인해 살아있지 않은 존재가 된 '코스미 스미코'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와 '우테나' 또 '나'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아픔을 이야기 한다.

"살아있진 않지만 성탄절인걸요."라 말하는 호리병의 여인 코스미 스미코에게서 그동안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나를 발견한 것 같아 왠지 쓸쓸했다.

 

여섯번째 이야기 '별빛은 옛날 빛'에서는 여린 아이 '에비오'군과 '나'가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다 어딘가에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나." 더 작은 목소리다.

  "잠깐 동안이지만." 아이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사람을 못 믿게 됐었어요."

모닥불을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이 불그레하게 빛나고 있었다. 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똑같아 보였다.

입을 조금 벌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기쁜 듯하기도 하고 슬픈 듯하기도 한. 둘 다인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 아마 나도 에비오 군도 그런 표정으로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이젠 그만 뒀어요."

에비오 군은 잡았던 손에 조금 힘을 줬다.

  "사람을 못 믿는다는 건 슬프기만 해서 싫던걸요."

나도 손에 힘을 줬다. 한동안 그대로 힘을 주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는 어린 '에비오'군보다 더 어린 내가 아니었는지...

모닥불로 불그레하게 그들의 얼굴이 변한 것 처럼 '에비오'군과 '나'의 대화로 인해 내 얼굴도 불그레하게 변한 듯 했다.

 

일곱번째 이야기 '봄이 되다'에서 '나'는 가끔씩 들르는 단골 술집 <고양이 집>의 여주인 '카나에'에게서 과거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기증을 일으키며 만나고 또 헤어졌던 '카나에'의 사랑...

그리고 과거의 사랑이 있을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지 않느냐는 '나'의 말...

사랑을 하는 방법에 있어 서툴렀을 과거의 '카나에'와 과거의 내 모습이 언뜻 닮아보였다.

나도 지금이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좀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사랑을 하고프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내 온 몸의 피부를 '소름'이라는 이름으로 긴장시킨 여덟번째 이야기 '안 놔줄 테야'.

이 이야기에는 작지만 '에노모토'씨와 '나'를 다크써클 가득한 폐인으로 만드는 묘한 능력을 지닌 인어가 등장한다.

지금 내 상황에서 이 인어는 요즘의 나를 더욱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쓸데없는 고민들과 그 단상들의 메타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나를 놔주지 않는,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그 복잡한 사념들...

그냥 버리면 간단할 것을 뭐가 소중하다고 끌어안고 있다가 점점 더 지쳐가는지...

차츰 버리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느 멋진 하루의 마지막 이야기 '풀밭 위의 식사'에서 '나'는 다시 곰과 함께 산책을 나서는데 이때 곰은 자기가 어울리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세상을 떠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나에게 어울리는 방식일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일임에도 타인이 원하기에, 그들 타인에게 어울리는 삶을 내 것인 양 살아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했다.

 

『어느 멋진 하루』를 읽으면서 나는 참 멋진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지금 나를 복잡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로 괴로워만 하기 보다는, 그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200여 페이지의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많은 걸 생각하고 느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작가가 도대체 이 이야기들로 표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였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없는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그 일들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궁금해 할 필요도 또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지금의 내 모습, 그리고 지금의 내 상황에 맞추어 『어느 멋진 하루』속의 이야기 하나 하나를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자신의 모습에서 그 이야기들과 공감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와카미 히로미', 이 작가와 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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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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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곧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있는 책 '시간 여행자의 아내'...

아직 1권만 읽었는데도 헨리의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시간여행을 따라가려니 나도 같이 힘이 들었다.

 

이 책은 시간 여행자 '헨리'와 그의 아내가 될, 그리고 그의 아내가 된 '클레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간 여행을 하는 헨리 덕분에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책 속의 시간도 왔다갔다 하기에 방심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자칫 그 시간을 놓칠 때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될 때가 있어 앞 장을 들춰 책 속에 표시된 시간을 다시 확인해보곤 했다.

그냥 마음 편히 책을 읽고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그다지 편한 책은 아닐 것 같다.

 

헨리는 자기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떠나는 시간 여행을 하면서 무엇이든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없다.

걸치고 있는 옷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그곳에서 옷이나 돈을 훔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시간 여행 도착지에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 여행에서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어릴 적 클레어를 만나는 것이다.

여기서 특이한 게 있다면 클레어를 만나러 가는 헨리의 나이가 항상 같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흔이 넘은 헨리가 어린 클레어를 만나러 올 때가 있고, 삼십대의 젊은 헨리가 클레어를 만나러 오기도 한다.

클레어가 6살 때 처음 만난 헨리는 마흔이 넘은 모습이었지만, 후에 클레어가 성장했을 때 찾아오는 헨리는 클레어가 6살 때 본 헨리보다 더 젊은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 재밌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미 성인인 헨리가 미래에서 시간 여행자가 되어 과거로 와 어린 클레어를 만나고 있을 때, 지금 그 시간을 사는 또 다른 어린 헨리는 저 어디선가 클레어를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헨리는 두 명이기도 하고, 또 한 명이기도 하다.

헨리는 자신의 어릴 적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또 어린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상상했던 시간 여행과는 조금 달라 흥미로웠다.

 

과거에 출판되었던, 그리고 이제는 절판된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과거 시제로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살림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판된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현재 시점으로 번역이 되었다.

처음엔 '그게 뭐 크게 느낌이 다르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현재 시점의 번역으로 인해 주인공들의 감정을 공유하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1권에서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나는 시간 여행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사는 헨리와, 헨리의 이런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클레어, 이 둘의 사랑이 드디어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지만 다음엔 또 어떤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1권만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아직도 이 책의 정확한 느낌을 설명하긴 힘들 것 같다.

2권에서는 더욱더 흥미진진한 그들의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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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4 - 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김효설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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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연말부터 만나기 시작한 '딘 쿤츠'의 오드 토머스 시리즈...

3부를 끝으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살인예언자 4(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라는 제목으로 다음 편이 출간되었다.

죽음을 미리 예측하기도 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보기도 하는, 이름처럼(Odd) 특이한 능력을 지닌 우리의 오드가 이번엔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책을 폈다.

 

초반부터 느낄 수 있었던 흥미진진함 때문에 두꺼운 책을 보면서도 왠지 흐뭇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재밌는 책은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운 법, 두꺼울수록 사랑스럽다.

청년 오드 토머스의 매력과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처음부터 읽는 이의 집중력을 흩뜨리지 않고 시선을 부여잡는, 이게 바로 딘 쿤츠의 능력인가?

 

전편에서 오드는 그와 함께했던 '앨비스 프레슬리'의 영혼을 떠나보내고 가수이자 영화배우였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영혼을 만나 오드의 애견 '부'(부도 개의 영혼이다)와 함께 어디론가 떠났다.

그리고 '살인예언자 4'에서 드디어 오드의 행선지가 드러났다.

그곳은 바로 캘리포니아의 작은 해변마을 매직비치, 이곳에서 오드는 과거에 배우로 활동했던 허치슨의 개인 요리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꿈에서 붉은 바다와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흰 옷을 입은 소녀를 만나고 꿈에서 깨어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직접 그 소녀와 대면하게 된다.

그 후 바로 여러가지 사건들과 위험들이 그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과연 모든 것을 다 알고있는 듯한 그녀는 누구이고, 꿈에서 오드가 그녀를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살인예언자 4'의 부제는 '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이다.

흰 옷을 입은 소녀를 상상했을 때 으스스함이 마구 풍겼는데 책을 직접 읽은 후  이 소녀는 으스스하기 보다는 신비로움을 간직한 캐릭터였다.

솔직히 소녀는 좀 어울리지 않고 여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그녀의 모습과 행동, 말투...

오드에게 끊임없이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만 해대는 그녀 때문에 오드 뿐만 아니라 나까지 점점 그녀의 정체가 더욱더 궁금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살인예언자 4'는 무엇보다 청년 '오드'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적절히 조화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편들에서는 오드의 특별한 능력을 제외하고는 주인공인 오드보다도 오히려 다른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더 진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 누구보다 오드의 매력이 돋보였다.

오드 토머스 시리즈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오드의 과거와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구구절절 설명한 듯한 느낌에 좀 지루한감도 없지 않았는데 이번 '살인예언자 4'는 전편들보다 더 심플해진 느낌이 좋기도 했다.

한층 더 여유로워지고, 전보다 유머 감각도 훨씬 좋아진 오드를 만나니 왠지 언제나 어리게만 느껴지던 동생이 한순간, 이제 다 컸구나...라고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달까?(물론, 내게 동생은 없지만...)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사건과 어울리지 않게 사건의 해결이 너무 쉽지 않았나 아쉬움도 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흰 옷을 입은 소녀의 정체는 알기 힘들었다. 

100여 페이지를 남겨두고... '조만간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겠지...'

10여 페이지를 남겨두고... '어...열 페이지도 안남았는데 왜 안나오지???'

결국엔 여전히 그녀는 내게 미스테리함으로 남았다.

왠지 책에 배신을 당한 기분이랄까.

오드의 활약과 그 주변에 일어난 상황들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서라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그녀의 정체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허무할 수 밖에.

딘 쿤츠가 2008년에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셤과 함께 최고수익률 작가 순위 6위에 오르기도 했다니, 이 책이 내게 던져준 이 감정들 역시 독자들이 다음 편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놓은 딘 쿤츠의 능력으로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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