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 - 개정판 ㅣ 대한민국 역사상식 2
전병철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병철 님이 쓰신 이 책은 우리가 늘상 보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역사에 있어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우리는 답사라고 하면 으례 절이나 탑이 있는 곳을 한번 씩 들러
보는 데 그 곳에 가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많지 않다.
문화재라고 써 있는 몇 줄의 설명을 읽을라치면 한자로 쓰인 곳이 많아 읽기도 어려울 뿐더러 정면 몇 간, 측면 몇 간 무슨 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이다라는 몇 줄의 알 수 없는 설명이 전부이다.이 책은 자신의 주관에 따라 자신이 생각한 데로 쓰고 있어서 주관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을 접어 두고서라도 그 내용에 있어 너무나 공감이 간다.
야한 의상은 통일신라의 불상이라는 부분은 석굴암의 불상을 자애롭고 균형잡힌 안정감의 결정체라고 알고 있는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고의 전환! 있는 그대로 본존불의 모습을 본 사람은 왜 한쪽 어깨만 가린채 하늘한 옷 하나만 걸치고 앉아 있을까. 머리 모양은 왜 저렇고 다리는 왜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해 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불상이 통일신라의 불상으로써 우수한 문화적 가치가 있고 자애로움과 근엄함을 동시에 갖춘 문화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알고 있는 지식에 가려 그런 의문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이미 오랜 세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기에 그것은 하나의 사실로서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이해할 뿐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갖기 힘들게 한다. 역사는 지나 온 사람들의 발자취이며 그 사실로서 후대 사람들의 사관에 따라 그 역사적 사실의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인데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인식하는 역사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사고의 전환, 역사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과 그 흐름을 알게 해 주는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내가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을 통해 나는 이제 절에 가서 얘기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 쉽지만 어렵게 알았던 사실을 이제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꼼꼼히 의문을 조사하고 정리한 저자의 사려깊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즐겁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