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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은이는 자신의 얘기인 듯 소설인 듯 진실감이 있게 글을 써 내려 가고 있다. 그것은 내게 있어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책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노란 네모인 나는 전형적인 아이지만, 투철한 기사도를 가지고 있다. 기사도로써 어머니를 소중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행동은 어른인 내가 보아도 감동스러운 면이 많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홉살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나이 아홉살에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을 다녔고, 나는 그 때 큰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글 속 작가의 말처럼 아주 부유하게 자라지 않는 이상 아홉살에 우리는 인생을 생각할 수 있게 되나보다... 내가 언제부터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나이 아홉살에 나도 큰 경험을 하였다. 그 때 난 굉장히 소극적이고 학교에 있어도 있는지 모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내 담임 선생님은 남자분이셨는데 어린 나에게 참 아픈 경험을 하게 했었다. 그 사람은 한마디로 부패한 생활에 찌든 교사였다. 하루는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왜 학교에 안 오시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 부모님은 학교에 오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 하셨고, 나 또한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우리 엄마가 학교에 와서 봉투같은 것을 주시길 바랬었나보다. 애들말이 그러했다. 나는 그 일을 학기가 끝나는 통지표에서 알 수 있었다. 잘 사는 부잣집 애는 나보다 공부도 못했는데 수가 그득한 반면 나는 수가 하나도 없이 미만 가득했다. 그 때 이전도 이후도 내 성적표가 그렇게 나빴던 적은 없었다. 그 때 난 내 능력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사회라는 것에 대해 큰 배신감을 느꼈다.
내 나이 아홉살에 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본 것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의 이름과 그 말은 내 인생에 이렇게 오래 아픈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나이 아홉 살에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홉살 인생은 내게 아홉살의 의미를 다시 깨우치게 해 주었고, 동시에 열아홉 때의 나와 스물 아홉일 때 내 모습도 생각해보게 한다. 스물아홉 때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내가 아홉살 때의 나처럼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게 그런 경험을 하지 않게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려 한다. 내 나이 아홉의 싫은 경험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