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의 말들 -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행복
은한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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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서울에서 한양 도성 궁궐 답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방에서 참가한 나는 우연히 그곳에서 은한의 해금 연주를 듣게 되었다. 깨발랄한 목소리에 친숙한 노래 가락, 거기다 해금의 연주는 내게 가슴을 두드리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이후 지인의 보드게임 모임에 같이 참석하게 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거리 공연 해금 연주가 은한을 알게 되었다.

바쁜 생활로 꽤 잊고 지내다가 에세이를 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동네 서점에 주문하여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해금의 말들' 책 제목이 와 닿았다. 해금 연주를 들을 때마다 그 소리가 내게 말을 건넨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목이 은한의 연주를 따라가는구나 싶었다.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였다. 7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이야기에는 은한의 개인적인 얘기가 가득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으나 이루지 못한 한 사람의 고통이 있었고, 그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 시작된 하나의 발걸음이 다시금 세상과 이어지는 길이 된 것을 이야기 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좌절을 하는 시기가 온다. 언제 어디에서 그런 상황에 닥칠지 몰라서 불안하고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난히 살아가다가 내게 그런 일이 생기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하며 패닉의 상태에 빠지게 되지만 그 일이 내게 또 다른 삶의 시각을 넓히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기도 한다. 내가 열심히 한 많은 일들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다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은한님의 일들도 세상 사람들이 걸어가는 일들 중 하나의 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인생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은한철도 119 네이버 카페에 들어갔다. 8월 1일인 오늘 8월의 공연 소식을 묻는 팬의 글이 보였다. 여름이라 공연이 잘 없다는 그 말에 책에서 읽은 비수기 시기 글이 떠올랐다. 동유럽의 공연 이야기, 한복을 입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은한님의 한복과 '호롤롤로'를 외치는 낭랑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읽기 편하게 자신의 모습과 시련들, 깜짝 놀랄만큼 당찬 모습과 애벌레 처럼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까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거리에서의 공연은 지방에서는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서울 한양 도성에서 우연히 본 공연 이후 내가 은한님의 공연을 찾아본 것은 단독 공연을 했던 때 한번이 전부이지만 '봄의 조각'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한 번씩 꺼내 들으며 여전히 그녀의 연주에 힐링을 한다.

해금 소리와 재치있는 만화 주인공 같은 말솜씨의 설명하는 연주가 내게는 참 편안하고 다정하게 들렸다. 그것이 은한 공연의 매력이 아닐까. 가끔 가는 전시회나 공연을 보며 일상의 활력을 느끼는 내게 이 책은 도 하나의 공연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매일 매일이 즐거울 수 있고 오늘 내게 주어진 것이 작고 부족하다 할지라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느낌은 오롯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기에 오늘을 무사히 살아낸 나에게 감사한다. 또한 오늘도 환하게 웃으며 공연 준비를 위해 열심히 뛰어 다니는 한복 입은 연주가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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