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만드는 법 - 끝없는 호기심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저자와 독자를 잇기 위하여 땅콩문고
임은선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끝없는 호기심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저자와 독자를 잇기 위하여" 과학책을 만든다니, 간지작살 뽀대작렬 카피다...☆


소설이나 인문/사회 분야의 책과는 다르게 과학책은 일반 독자들이 선뜻 매대에서 집어들지 못한다. 내용이 어렵고 독서 과정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래된 편견이 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표지도 예쁘고 감각적인 일러스트와는 거리가 멀고 검고 희고 빨갛고 무거운 인상을 준다(10년 전에는...!). 그래도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책의 만듦새가 다양해지고 있는 듯하다. 


(당장 내 책장에 꽂혀 있는 <도핑의 과학>만 봐도 그렇다. 앞표지는 너무 어둡지 않은 군청색 배경에 육상 선수가 뛰어가는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 사회, 역사와 접목하여 쓰인 책이긴 하지만 작년 여름 도쿄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이 책을 읽으면서 약물의 기전부터 국가 전체주의의 이면까지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게 되었다. 대중교양서로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고전이 아닌 이상 아무래도 과학책은 방송에서 추천된 경우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된 경우에도 판매 부수가 많아지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책은 잘 팔리지 않고,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1%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고정독자층이 너무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맹이로 가득찬 책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과학책 편집자들이 대단해 보인다. 


사실 독자가 적은 것도 문제긴 하지만, 저자를 찾는 것도 문제다. 문학은 공모전이라도 있어서 비교적 쉽게 창작자를 만날 수 있는데,  자연과학/공학 분야는 솔직히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논문의 참고문헌을 뒤져서 저자를 찾는다고...?)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이다지도 품이 많이 들다니, 살짝 기가 질렸다^_ㅠ 


그래도 국내 저자 섭외 과정에 대해 말하는 꼭지는 흥미로웠다. 대학에서 기초교양과목으로 과학을 가르치는 교수에게 부탁하여 편집자가 직접 청강하러 다니고 수업을 녹취하여 원고를 쓴다거나, 과학자와 국어학자의 대화를 텍스트로 옮긴다는 기획은 굳이 해보지 않아도 상당히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편집자의 열정이 와닿아서,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 저렇게 발로 뛰며 강연을 듣고 학교에, 연구실에, 박물관에 잠재되어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