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가면 니 새끼가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유순덕 외 지음 / 이화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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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대치동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이 책의 Keyword : 대치동, 학군, 엄마, 학원, 경쟁, 행복, 희망, 의지, 선택, 철학, 인문학, 독서모임



Before

공자와 맹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성현이다. 그중에서 공자는 가장 으뜸으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공자와 맹자에게는 어떤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까? 공자는 가정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가 살던 마을은 공동묘지가 있어 늘 사람들이 장례 치르는 걸 보고 자라야 했을 정도로 교육 환경 측면에서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맹자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오늘날에도 매우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모친의 노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른바 현대의 학군 열풍의 고전판이라고 할 만하다. 따라서 공자는 순전히 자수성가형 인물이라면 맹자는 금수저형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최고의 학군을 자랑하는 '대치동'을 무대로 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군에 대한 열망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치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되고 있다. 과연 대치동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하고, 거기에서의 삶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을 실현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기만 하다.

Reading

​이 책은 모두 여섯 분의 공동 저자로 되어 있다. 이들은 사회적 독서를 지향하는 독서 모임의 일원이다. 모두 대치동 아줌마들이다. 그들이 대치동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다양한 경험과 독서 체험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2011년 1월, 철학을 주제로 한 인문 독서 동아리가 탄생했다. 11년 동안 인문학 관련도서 300권 이상, 독서 프로그램 100개 이상을 진행했다.

대치동의 처음 느낌은 충격적이었다. 여유 없는 사람들과 아이들에 대한 엄마들의 상반된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여러 사람을 만나 대치동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신기루를 좇아 대치동으로 온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찾게 해 주고 싶었다.

대치동의 교육 실태를 보면 플라톤이 주창한 엘리트 교육이 연상된다. 루소의 '감정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인간보다 시스템을 추종한 플라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좋은 제도보다는 개인의 변화가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치동에는 '엄마신'들이 존재한다. 자식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엄마들이다.

대치동의 성공 공식

OO유치원→OO초등학교→캐나다 2년 유학

OO중학교OO외고 또는 자사고→S대학

부모의 희생이나 사랑은 아이가 원할 때만 축복이 된다. 그런데 이게 아닌 경우라면 엄마 역시 스트레스가 엄청 크다. 대치동에서 행복하게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은 대체로 책 읽는 엄마들이었다.

공부를 잘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하게 복습하는 것이다"

큰딸 아이가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어 그림으로 대학을 가려는데 순탄치 않았다. 그런데 아이의 진로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주고 의논을 하지 못해 평생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우리집도 아이의 진학 시기에 경험 부족으로 정보를 구하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만족하면서 학교 다니고 있어 다행일 따름이다.

우여곡절 끝에 작가의 두 딸은 자신들이 원하는 건강한 삶을 살게 되었다.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한 신뢰가 원동력인 듯하다.

인간은 몰락을 통해 새로워져야 한다(니체)"

니체의 말은 이 세상에 절대 불변은 없으니 스스로 삶을 해방시키고 개척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드뢰즈 역시 "새로운 것을 꿈꾸라,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념들에 저항하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면 기존의 생각이나 신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성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니체의 언급처럼 비겁한 '달'의 조건부 사랑이 아닌 온전히 모든 것을 내어 주는 '태양'의 사랑을 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개인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행복 조절 시스템의 수치가 다르다고 했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과 우울한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다른 것이다. 아이를 위해 선택한 놀이가 '책 읽어 주기'였다. 운명처럼 만난 책이 『신도 버린 사람들』이다. 달리트 출신의 아버지가 아들의 교육을 간절히 '구걸'하여 성취해 내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을 때 함께 읽었던 『집으로 가는 길-어느 소년병의 기억』이 늘 생각난다. 두 책을 읽어 보면 인간의 성장에 환경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사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키자 해서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이사한 보람은 도서관에서의 독서 토론 모임에서 찾았다. 피아노 대신 외교관을 선택한 아들의 꿈을 존중했다. 두 아이 모두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피아노 선생님도 최고의 선생님이었지만, 수학 선생님은 '수학엄마'라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존재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책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서는 '콩나물시루에 물 주기'처럼 조금씩 생각이 자라고 그릇이 커 갈 수 있게 한다.

학원 선택 노하우

1. 학원의 레벨 테스트에 연연하지 마라 : 학원의 명성보다는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는 쌤을 찾아야 한다.

2. 공포 마케팅에 현혹되지 마라 : 테스트 내용과 결과를 확인하여야 한다.

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급하게 집을 사서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일종의 결단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아들의 성적은 실망을 안겨 줬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지만, 자식 교육에 대한 막막함은 더해만 갔다. 그러던 중 문득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탁월함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 명문대학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 어학 연수를 보내기로 했다. 캐나다로 간 아들이 그곳에서 계속 공부한다고 하는 바람에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때 '돈키호테'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아들은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딛고, 무사히 미국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아들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했지만, 정작 아들은 자신의 꿈을 캐나다와 미국에서 실현시킨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했으며, 한국에 돌아와 지금은 금융계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엄마인 내가 젊은 시절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쏟아부었던 지난 양육과정을 부정했다. 결과만을 위해 아이를 몰아 세웠던 지난 세월들이 아들에게는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스스로 '좋은 엄마'였다고 자부했었는데, 아이는 불안과 고통 속에 지내 왔다고 한다. 맹자 '공손추'에 나오는 '助長(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기는 것)'을 아이에게 저질렀던 것이다. 마침 도서관에서의 독서 모임을 통해 고민의 이유를 찾게 되었다. 늦둥이 딸을 키울 때는 성급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주도적으로 펼치며 살아나갈 자기만의 세상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생은 자기 스스로 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식의 일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주는 데서 부모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잠깐 경험했던 미국의 교육은 우리와 달리 아이들을 배려하는 활동과 놀이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돌아와서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했다. 아이는 강남식 '학원 뺑뺑이'를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미국에서의 경험과 너무도 큰 차이가 난 환경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대치동은 "네 배 투자해서 진학률이 두 배 높은 곳"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실패의 아픔이 다른 곳보다 더 크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莊子』의 '추수' 중에서

대치동은 또 하나의 우물이었다. 경쟁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서관 인문독서클럽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대치동 부모들의 미래를 보았다. 그것은 평행 이론이다. 아이들에게 집에서만이라도 휴식과 여유를 갖도록 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데는 부모가 거리를 유지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천천히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고 내려오는 것이다.

한창 놀고 싶어할 나이에 여러 학원을 다녀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은 아이들을 지치게 한다. 아이에게 맞는 학원 찾는 것도 힘들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보면 자식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부모의 문제가 나와 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데려오는 무료한 일상을 자기 최면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슷한 환경에 사는 강남의 경우 아이의 성적이 우월감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강남에서 소신을 갖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렵다. 부모의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물려진다. 타인을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기보다는 책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좋았다. 나만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 독서 토론 모임을 찾았다. 카뮈의 『이방인』을 통해 진정한 삶은 내 의지와 확신으로 사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내가 알아서 할게"

After

중학교 때 서울에 살던 큰 외숙 댁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서울이 다 같은 서울이지, 지금처럼 강남이니 강북이니 하는 개념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듯하다. 물론 시골에 살던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살던 큰 외숙도 그 당시에는 평범한 외벌이 공무원이었기에 그다지 잘 산다는 느낌도 갖지 못했다. 그랬던 강남이 현재는 그중에서도 '대치동'이 상징하는 바는 압도적이다.

서울에는 소위 3대 학군이 있다고 한다. 대치동, 목동, 중계동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 그곳들은 상당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 3대 학군 중에서도 ​강남8학군은 나머지 두 학군에 비해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새인가부터 '철옹성'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너무도 단단해서 이제는 깨지지 않는 성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가서 살려고 한다.

치열한 경쟁과 욕망만이 가득할 것만 같은 대치동에 사는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굳이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얼음장 밑으로도 물이 흐르듯이 독서 모임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각과 긍지를 지닌 채 살아가는 엄마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좌충우돌의 과정을 극복하고 올곧은 자녀 교육과 자아 성장을 이루어 냈는지 알 수 있게 됨으로써 가슴 한 켠 가득 따뜻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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