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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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이 책의 Keyword : 사과, 감, 배, 귤, 복숭아, 사과, 석류, 망고, 보리수, 레몬



Before

이 책의 제목은 몇 해 전에 읽은 『식탁 위의 세계사』를 연상시킨다. 그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 잘 모르고 있지만, 꽤나 배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리적·정치적 여건으로 인해 주변 국가와 자연스럽게 섞이는 일이 몹시 드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단일민족'이니 '백의민족'이니 하는 표현이 많이 자제되고 있는 편이지만,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당연히 단일민족이야말로 훌륭한 덕목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세상에 완전히 순수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순혈주의'나 '동종교배'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이나 문화에도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독일의 히틀러가 아리안종의 우수성을 들어 타민족을 박해한 것도 이렇듯 그릇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파인애플'이나 '바나나'와 같은 외래종 과일이 무척이나 흔한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과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 혹시 알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해 본다.

Reading

코코넛, 바나나, 멜론,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 과일은 언제쯤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예상과 달리 500년 전의 조선시대에도 이 과일에 대한 존재는 알려지고 있었다. 이렇듯 과일은 오래 전부터 인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동양에서는 복숭아, 서양에서는 사과, 이슬람에서는 석류, 인도에서는 망고를 신성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과일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없으면 허전한 디저트류이다. 과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역사의 색다른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과일과 관련된 이야기

수박

세계적으로 수박은 귀한 과일이었지만, 미국에서는 특이하게도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과일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이 수박 하나 때문에 대로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참외

수박이 상류층의 과일이었다면 참외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 먹던 과일이었다. 참외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본에서는 참외로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멜론을 재배하면서부터 참외가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 참외의 영어 이름은 코리안 멜론으로 불리고 있다.

멜론

유럽의 멜론은 페르시아에서 전해진 머스크멜론이 개량된 캔털루프 멜론 품종이다. 교황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동양의 멜론으로 불리는 하미과는 중국 신강 위구르에서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이 하미과 역시 머스크멜론의 한 종류이지만, 품종 개량을 통해 맛이나 크기가 달라졌다.

파인애플

신대륙에서 가져온 파인애플은 압도적인 단맛으로 유럽인들을 사로잡았다. 파인애플을 왕권의 상징으로 삼기도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파인애플 1개의 가격이 1만 달러를 호가하였다. 이후 온실 재배가 성공하였다지만, 이 역시 귀족들의 취미였을 뿐이다. 20세기에 들어서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대중화되었다. 당시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파인애플 전파와 재배기술에 중심에 서 있었다. 그들은 튤립, 당근, 딸기의 품종 개량에도 기여했다.

딸기

딸기는 인공 교배로 생겨난 과일이다. 특이하게도 프랑스 스파이의 활약 덕분에 오늘날의 딸기가 생겨났다. 유럽에서 딸기는 관상용에 가까웠다. 야생딸기의 교배와 개량으로 오늘날의 식용이 가능한 딸기가 되었다.

블루베리

블루베리는 건강을 지켜주는 열매로 인기가 많다. 블루베리는 북미가 원산지다. 인디언들은 블루베리를 하늘이 내려준 열매로 믿었다. 구황식물이고 했을 뿐만 아니라 만병통치약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들쭉술의 원료는 동북아의 토종 블루베리 종류다.

사과와 배는 모두 낙원의 과일이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로 동양에서는 과일로 진화한 반면에 서양에서는 과일이면서도 요리 재료로 쓰였다.

전래동화에 곶감은 세상 제일 무서운 것으로 나온다. 그건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배고픔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 본다. 감은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아시아감이 퍼지기 전에 서양에는 다른 종류의 감이 있었다. 유럽에는 아시아나 북미의 감과 다른 종류인 고욤이 널리 퍼져 있었다. 고욤을 가리키는 로터스에는 '신의 음식'이라는 뜻이 있다.

2 과일 이름의 유래

1. 코코넛은 유럽 선원들의 원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유령 이름이 붙여졌다.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는 일찍이 코코넛이 널리 사랑을 받았다.

2. 토마토는 오랜 세월 극심한 오해와 편견 끝에 독초로 오인받았으나 가난과 전쟁으로 인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마토는 이상한 과일로 쓸모 없는 열매로 천대되었다.

3. 복숭아는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장수와 신비의 과일로 인정받았다. 무릉도원과 도원결의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와 함께 색정을 의미하는 등 부정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4. 살구꽃은 어사화로 사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살구꽃이 피는 이른 봄에 과거가 열렸기 때문이다. 살구는 예로부터 몸에 이로운 음식으로 여겨졌으며, 살구나무는 실력 있는 의사를 상징하기도 했다.

5. 자두는 동양에서는 흔하고 평범한 과일로 노자의 속세 이름에서 '李'씨 성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자두는 서양에서도 많이 먹는 과일이다. ☞복숭아, 살구, 자두는 동양의 과일로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에 전래되었다.

6. 매실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로 쓸모가 아주 많다. 동양 최초의 조미료였으며, 약재와 음료 그리고 반찬으로 사용되었다.

7. 체리는 터키 항구 마을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앵두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연회에 사용되는 과일이었다. 유럽에서는 음식 재료로 활용되다가 와인의 원료가 되었다.

8. 앵두의 어원은 보석 같은 열매라는 뜻이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지만 노래 가사나 일상 표현에도 등장할 정도로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앵두는 봄의 첫 과일로 장원급제한 선비에게 앵두 잔치를 열어 주기도 했으며, 효도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시에도 '앵두 같은 입술'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9. 바나나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다. 흑인 노예들에게 먹이기 위해 카리브해로 옮겨 심은 것이 오늘날 남미에서 바나나가 많이 나오게 된 이유이다. 이후 품종 개량으로 인해 대중화되었다.

3 과일과 역사

오렌지와 레몬의 원산지는 아시아였는데, 유럽으로 전해졌다가 다시 역수입되었다.

오렌지는 본디 동양이 원산지였지만, 귤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품종개량을 거쳐 유럽에서 오렌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오렌지를 통해 부를 축적함으로써 르네상스의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오렌지는 부의 상징이자 풍요와 번영의 아이콘으로 다산과 순결의 심볼이 되었다. 유럽에서 오렌지와 가장 관련이 깊은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뉴욕시의 상징색이 오렌지색인 것도 네덜란드 때문이다.

괴혈병을 막은 레몬 덕분에 유럽의 식민지 정복이 가능했다. 레몬 농장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마피아의 원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과 오렌지는 완전히 다르지만, 유전자 비율로 보면 연관이 깊다. 단지 교배의 비율이 다를 뿐이다. 귤의 원산지는 아시아남부이지만, 오래 전부터 동북아에서 재배되었다. 지금은 흔한 과일이지만 예전에는 꿈의 과일이자 황금 열매였을 정도로 귀했다. '橘化爲枳'라는 고사성어는 매우 번뜩이는 기지를 담고 있지만, 실제를 따져 보면 전혀 품종이 다른 귤과 탱자의 관계를 모르는 무지한 발상의 소산이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다는 말은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다.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여신 페르세포네가 석류를 무척 좋아했다니 말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원산지인 석류가 중국에 전해진 것은 한 무제 때 사신으로 나섰던 장건의 천신만고의 노력이 있었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석류를 축복의 과일로 여긴다. 특히 불교에서는 석류를 레몬, 복숭아와 함께 축복을 의미하는 삼보 과일로 꼽는다. 석류는 다른 고대과일과 달리 품종 개량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달콤하고 향긋한 열매였다.

신의 열매이자 천상의 보물을 상징하는 과일은?

이슬람 문화권(석류), 동북아시아(복숭아), 기독교 문화권(사과), 힌두교·불교 문화권(망고)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는 나무'라는 뜻을 지닌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나무의 정체는 사실 망고나무이다. 망고는 인도에서 깨달음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맛 때문에 귀족과 대중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한편 중국에서는 망고가 모택동 우상화의 도구가 되어 망고 숭배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도는 고대 서양에서는 국부의 원천이었다. 포도밭을 차지한 나라가 패권 국가가 되었다. 쌀이나 밀이 전해지기 이전에 포도가 동양에 먼저 전해졌으며, 포도는 특별한 날에 최고위층만이 먹을 수 있었다. 동양과 달리 포도는 생활필수품이었다. 포도를 원료로 한 와인은 유럽에서는 생수 같은 음료였다. 포도는 밀이나 보리에 비해 재배지역이 제한된다. 그 이유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와인은 귀족의 술이 되었고, 맥주는 평민의 술이 되었다.

키위는 뜻밖에도 아시아가 원산지다. 우리의 토종 다래와 비슷한 품종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키위가 원래의 이름인 '차이니스 구즈베리' 대신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된 데는 냉전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사과만큼 서양 역사에 영향을 끼친 과일은 없다. 성경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의 원인, 뉴턴의 만유인력, 스피노자의 명언, 백설공주, 컴퓨터 회사 등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런데 동양사에서는 사과의 존재가 미미하다. 사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가 병자호란 이후라고 하니 다소 의외다. 토종 능금은 사과와는 전혀 다른 품종이다. 이렇듯 늦은 시기에 들어왔지만 사과, 와 더불어 우리나라 과일을 대표하고 있다.

After

이 책에는 모두 25가지 종류의 과일이 등장한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과일을 맛있게 먹게 된 시기가 얼마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기를 거친 품종 개량 끝에 오늘날 우리가 먹는 과일의 맛과 모양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는 평화로운 교류도 있었지만, 전쟁과 약탈이라는 부정적인 상황들도 개입되어 있었다. 과일의 역사 역시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투쟁의 과정을 겪었다. 25가지 과일마다 나름대로의 역사와 사연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갖게된 커다란 보람이자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즐거움도 있었지만, 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과일 하나하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방대한 자료는 언뜻 보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듯하지만, 사실상 과일에 대한 문외한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버거운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책을 공부하듯이 읽는다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분량을 다소 줄이더라도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는 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교훈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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