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는 나무'라는 뜻을 지닌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나무의 정체는 사실 망고나무이다. 망고는 인도에서 깨달음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맛 때문에 귀족과 대중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한편 중국에서는 망고가 모택동 우상화의 도구가 되어 망고 숭배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도는 고대 서양에서는 국부의 원천이었다. 포도밭을 차지한 나라가 패권 국가가 되었다. 쌀이나 밀이 전해지기 이전에 포도가 동양에 먼저 전해졌으며, 포도는 특별한 날에 최고위층만이 먹을 수 있었다. 동양과 달리 포도는 생활필수품이었다. 포도를 원료로 한 와인은 유럽에서는 생수 같은 음료였다. 포도는 밀이나 보리에 비해 재배지역이 제한된다. 그 이유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와인은 귀족의 술이 되었고, 맥주는 평민의 술이 되었다.
키위는 뜻밖에도 아시아가 원산지다. 우리의 토종 다래와 비슷한 품종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키위가 원래의 이름인 '차이니스 구즈베리' 대신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된 데는 냉전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사과만큼 서양 역사에 영향을 끼친 과일은 없다. 성경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의 원인, 뉴턴의 만유인력, 스피노자의 명언, 백설공주, 컴퓨터 회사 등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런데 동양사에서는 사과의 존재가 미미하다. 사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가 병자호란 이후라고 하니 다소 의외다. 토종 능금은 사과와는 전혀 다른 품종이다. 이렇듯 늦은 시기에 들어왔지만 사과는 감, 배와 더불어 우리나라 과일을 대표하고 있다.
After
이 책에는 모두 25가지 종류의 과일이 등장한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과일을 맛있게 먹게 된 시기가 얼마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기를 거친 품종 개량 끝에 오늘날 우리가 먹는 과일의 맛과 모양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는 평화로운 교류도 있었지만, 전쟁과 약탈이라는 부정적인 상황들도 개입되어 있었다. 과일의 역사 역시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투쟁의 과정을 겪었다. 25가지 과일마다 나름대로의 역사와 사연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갖게된 커다란 보람이자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즐거움도 있었지만, 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과일 하나하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방대한 자료는 언뜻 보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듯하지만, 사실상 과일에 대한 문외한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버거운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책을 공부하듯이 읽는다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분량을 다소 줄이더라도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는 만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교훈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