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드로우 - 나만의 길을 찾을 때까지 인생의 레버를 당기는 법
드로우앤드류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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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로 돈 잘 벌며 사는 일
누구나 꿈꾸는 워커 이상형일 것이다. 여기, 그렇게 살아가는 프리워커가 있다.
스스로 자신을 그려간다는 ‘드로우앤드류’

좋아하는 일이 뭔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부터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건 마치, 달리기 경기를 해야 하는 데 출발선이 어디인지 찾지못하는 일과 같다.
그에 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앤드류.
그것만으로도 이미 앤드류는 출발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기 참가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달리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다. 
출발선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지만 러닝화는 고사하고 운동화 한 켤레 조차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러닝화나 운동화가 없으면 슬리퍼나 구두를 신고 달려도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게 가다보면 발이 상처 투성이가 되기 쉽고, 신발을 벗어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경기의 목표, 골인선이 어디였는지 내가 왜 가고 싶은지, 왜 가야하는지 등의 생각조차 날라가버리기도 한다. 발에 난 상처로 너무 아파 울음이 나기도 하며 주저앉게 되기도 한다. 운동화 하나 없는 내게 이 경기에서 완주를 뛰어 넘어 상위권에 랭킹 되라는 것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지는 심정,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여러가지 생각 중 하나였다.
나는 ‘대한민국 워킹맘’이니까. 그리고 ‘여성’이니까.

내가 가진 조건은 무조건 나쁘고, 앤드류의 조건은 무조건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한 노력의 과정과 결과들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운동화와 구두의 차이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사회의 취업난을 체감하며 ‘일년 간 백수’ 생활을 한 앤드류.
쉬어도 된다고 격려와 응원해주는 부모님이 계시고, 소위 말해 딸린 처자식이 없는 홑몸이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능률이 오르지 않아 답답할 때, 그는 ‘걱정이 바닥날 때까지 걷고 또 걸어야’ 집에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부러웠다.
앤드류가 잘하고 전공한 일이 ‘디자인’이라는 일, 유튜브를 접하는 게 일상인 밀레니엄 세대인 일, 휴대폰이나 영상, 편집 기기같은 전자 기기를 잘 다루는 젊은 세대인 것, 미혼인 남자라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은 아니다. 정신적, 물리적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는 형태의 노동자가 어디 한 둘이랴.
예를 들어, 아파트 건설 현장의 노동자나 환경 미화원, 공공기관의 화장실 청소부, 택시 혹은 택배 기사 등등...유튜브를 찍을 시간조차 없는, 행여 찍는다 해도 올리기도 힘든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앤드류의 이야기는 정말 그야 말로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반감과 분노를 자극할 지도 모른다. 상대적인 박탈감은 덤이다.

회사의 가치가 곧 나의 가치가 아니라는 말에는 깊이 동감한다. 무대가 없어, 내가 만든 무대에 살고 있는 이 시대 자영업자의 한 명으로서, 앤드류의 ‘마인드’에는 공감과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도, 덮고난 뒤에도 온 마음으로 열렬히 박수쳐줄 수 없는 씁쓸함은 끝끝내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두 세번이나 읽었음에도 나는 그의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채널 어느 하나도 접속하지 않았다.
앤드류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어떻게 행복할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일(業)의 본질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통찰력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늘 고민하는 화두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리고 읽으며 공감과 이해되는 부분, 배우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확연히 구분되었다.

자동소득파이프 채널을 다양화 하는 일,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는 것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레버를 당겨보는 일
지금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한 투자, 나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 집중하는 일과 그것이 더 큰 돈과 행복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믿음,
벼는 제대로 익었을 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
회사없이도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사람, 내 이름이 곧 명함이 되는 일,
평소의 내가 하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고, 그만큼 의문과 상실감도 느꼈다.

나는 유튜버가 아니라서 성공을 못하는 건가?

앤드류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그러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주제’에 대한 공감성에 반해, ‘과정’과 ‘여건’에 대한 공감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나인 서른에 일년(만) 백수로 살겠다고 할 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날라오는 ‘등짝스매싱’이 상상되는 것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저자들 중에 전업이든 워킹이든 기혼 여성이면서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게 남은 배터리가 얼마인지 가시적인 숫자로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목표와 과정 루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반성이라는 말이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목표와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나의 목표가 분명해야 하며, 자의든 타의든 수정할 수도 있다. 해야만 할 때도 있고, 우회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또한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선하지는 못할 지언정 부조리 하지는 않아야 한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작은 모에서 벼가 되기까지, 목마름을 주는 뜨거운 햇볕과 몰아치는 추위의 비바람이 당장은 시련같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 햇볕과 비바람이 나를 성장시켜 준다는 것을.
‘제대로’ 익어 단단히 여물어야 ‘유연하게’ 고개숙일 줄 아는 벼가 된다.
사고의 유연함을 위해 하는 것이 공부의 본질이라면, 그 공부를 녹여내어 일과 삶이 일치되는 사람이고 싶다. 제대로 익은 벼처럼. 이제는 나도 나를 그려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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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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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계발서나 소위말하는 ‘돈버는 방법’을 말하는 책을 잘 보지 않는다.

처음부터 아예 안 본 것은 아니다. 20대, 가장 예쁘지만 가장 불안했던 젊은 날 자기계발서 읽기가 유행처럼 번졌고, 그 유행에 발을 담궈본 적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책 마다 씌여진 그 ‘뻔한’ 이야기들이 공허한 외침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만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고민만 했던 시간을 끊고 싶었던걸까.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부의 창출, 부자가 되는 법과 관련된 책 중에 처음으로 읽은 책인 것 같다.

웰씽킹.

부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켈리 최의 삶의 과정이 궁금했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래서 읽었다.

그리고, 달라졌다.

나의 생각도.



‘부’가 무엇인지에 대한 스스로 내리는 정의,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와 과정의 공정함,

부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세상에 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라고 돈이 싫지는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부자될 재주는 없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애써 이런 책을 외면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한계는 내가 만드는 것이었음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웰씽킹이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구체적인 방법을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해 준 점이다.

예를 들어 다른책은 ‘수입의 10%를 무조건 저금해라’식의 조언이 많다.

그에 비해 웰씽킹에서는 생활 속 실천가능한 방법들과 구체적인 시간을 분 단위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인드의 변화가 왜 중요한지, 공허하지 않게 설명한다는 점이 좋았다.



평소 나의 생각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었기에 더욱 와닿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생애 딱 두가지의 습관만 가져가자고 마음 먹은 일이 있다.

독서와 운동.

대단한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하는 자체와 과정들이 쌓여 나를 성장시키고 그것들이 복리로 나를 변화 시킬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하려고 노력중이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학창시절 은사께서 이 말을 설명해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개같이 벌면, 개같이 쓰게 되어있다고.

정승같이 번 사람만이 정승같이 쓸 줄도 안다고.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물리적/정시적 노동제공의 결과’라고 본다면 선생님의 말씀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던 20살을 갓 넘긴 시절의 내가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과정 또한 공정하며 선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며 결국 내게 돌아온다는 것.

그것이 바로 ‘웰씽킹’이 아닐까.



오늘부터 내 삶에 적용할 공식, ‘웰씽킹’이다.

비전노트에 나의 삶의 비전을 적고, 매일 나 자신을 향한 확언으로 시작하는 아침을 열어볼 생각이다.

나를 위한 투자가 가장 손실없는 투자이며 최상의 복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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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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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술 한주 기행이라니...

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눈길이 갈만한 제목이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지역주에 대한 관심도 있던 편이라,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을 보고 짐작했던대로 지역주에 대한 이야기였고, 목차를 보고 생각했던대로 꼭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3. 문경,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부터 읽었다. 가장 마지막으로는 1. 홍천, 한주의 수도를 읽었다. 전체적인 내용 이해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사는 곳을 벗어나 여행이나 답사로 타지역을 가게 될 경우, 흔히들 지역 맛집을 찾아 가고는 한다. 그러나 지역주에 대해서는 그나마 인지도를 갖고 있는 안동소주, 그리고 지역 특산물로 만든 막걸리(사과 막걸리, 오미자 막걸리 등)외에는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찾는 경우도 잘 없다. 어쩌면 음식을 경계지어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나 우리 동양 문화에서는 관혼상제를 비롯해 주요 의식이나 행사 때 빠지지 않는 품목이기도 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주례(酒禮)나 주도(酒道)뿐 아니라, 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의식치르듯 담고, 거르고, 따르곤 한다. 이것이 바로 술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책에 소개되지 않은 술들도 많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책에 나온 술들만 해도 평생을 살면서 구경이나 다 해볼 수 있을까 정도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의 테이스팅 노트 또한, 딱딱하고 전형적인 표현이 아니라 수백만가지 술맛처럼 다양한 표현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어떤 것들은 보기만 해도 술을 마신듯한 느낌이 든달까? 눈으로 술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아이에게 건강한 간식을 주고 싶어서 무설탕 식혜(내가 사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단술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를 만들곤 했다. 그러다 방법이 비슷할 것 같아, 막걸리를 담아 먹어본 적이 있다. 파는 누룩을 사다 만든것이긴 했지만, 찹쌀고두밥을 지어 직접 누룩과 섞고, 그 과정에서 효소열을 느끼고, 숙성시키는 며칠 동안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항아리에 담았던 막걸리는 2리터짜리 생수병으로 7병하고도 좀 더 나왔다(원액 기준). 그리고 담금주가 얼마나 힘들고 정성스러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만간 다시 한 번 홈메이드 수제 막걸리를 담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식문화가 점점 서구화 되면서, 주류 문화도 함께 변화되고 있다. 더불어 인스턴트나 레토르트 음식이 발달하면서, 술도 빨리, 가볍게, 흔하게 먹고 끝낼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잘 팔리고 많이 팔리는 것을 느낀다. 소주와 맥주가 주류 시장의 대표적인 것으로 자리 잡은 것은 단순히 가격적인 면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 중에 식문화의 변화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한주가 더 많이 알려지고 번창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변화하지 않는 전통은 도태될 뿐이니, 매뉴얼을 넘어선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수준(p.154)을 이루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정말 진심을 다해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이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계가 더 좋아지고, 경제적 지원이 더 해지는 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화는 더하고 뒤섞고 나누면서 발전한다(p.158)

 

한복, 한옥, 한식 등만이 우리 전통이 아니라, 한주 역시 우리가 보존하고 지켜야 할 전통임을 인식하고, 오늘날 우리시대에 맞는 문화도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전에 자유여행식으로 답사를 갔던 북경에서, 지역맥주인 연경이라는 맥주를 마신 적이 있다. 북경의 옛 지명인 연경(燕京)을 따서 지은 이름의 술이었다. 그 전까지 하얼빈, 칭따오 등의 맥주만 먹어보다가 처음 먹어본 연경의 맛을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대형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술이라고 해서(그 당시에는 그렇다고 했으나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른다.) 무척이나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북경에 머무르는 기간(며칠 되지 않았지만)동안은 계속 연경만 마셨더랬다.

여행을 하다보면, 좋은 풍경이나 유명한 음식점 등의 이유로 다시 오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 종종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막상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풍경의 아름다움도 점점 희미해지곤 한다. 그러나 오감을 통해 느꼈던 것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유하자면, 아주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운 뒤 오랫동안 타지 않다가 어른이 된 후에 타더라도 몸이 기억해 자전거 운전을 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중에서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는 등의 감각보다 미각이 더 강렬한 것은, 다른 감감들은 외부의 자극에 그친다면, 미각은 외부의 것이 내 속으로 들어와 내적 감각화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술은 재료와 빚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맛, 다양한 알콜 농도, 함께 어우러지는 음식과의 조합 등으로 인해 백가지면 백가지 모두 다른 자극과 경험을 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마시는 곳의 시공간이 주는 멋은 옵션이다.

 

좋은 술을 정성들여 소개해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 그리고 그 내용을 담기까지의 여정이 단순히 에 대한 취재와 글쓰기 그 이상의 과정이었음을 알고 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짐작이 된다. 그러나 그 수고로움도 즐거움이었으리라. 천상 타고난 직업인가 보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나 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끔 지루하지 않은 문장이 좋았다. 가독성이 좋아, 마치 맛있는 술을 아껴 마시듯 음미하듯 읽었던 책이었다. 오랜만에 아주 맛있는 책을 보았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있을때마다 가장 먼저 챙기는 준비물이 될 것 같다.





#우리술한주기행

#백웅재

#창비

#사전서평단

#우리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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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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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 하루가 모여 나의 삶을 이루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특정 시간이 아닌 바로 지금’, 어느 유명인이나 타인이 아닌 내가’,

어떻게사는지가 결국 나의 삶을 관통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소유>를 소유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면서도, 소유하려 애쓰지는 않았다.

스님의 말씀처럼 시절인연이 닿으면 내게 올 수도 있을 것이고, 내 것이 되지 않아도 도서관에서라도 볼 수만 있으면 된다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한 사람들간의 소유경쟁에서 느낀 아이러니에 동참하기 싫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사전서평단으로의 선정은 내게 착한 아이에게 내려지는 상인 마냥, 마치 오랜 습관처럼 하던 기도의 보답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감사한 기회였는지.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이해도 되었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몰라서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곁에서 말씀해주시는 것 마냥 요샛말로 음성지원되는 듯한 스님의 말씀에 다시금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과 울림이란!

 

우리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하게 존재하는 데 있습니다

삶의 부피보다는 질을 문제 삼아야 합니다.

 

비교하지 말자,

더 가지기보다 가진것에 만족할 줄 알자,

내 통장의 잔고보다, 내 삶의 잔고에 집중하고 채워나가자,

.

.

숱하게 다짐했던 나름의 삶의 철학들.

숱하게다짐해야 했던 건, 그만큼 많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흔들림 속에서도 휘둘리지 않으면 된다고, 뿌리뽑히지 않으면 된다고, 일어서면 된다고,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힘들어 주저 앉아 울기도 했다.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확신에 회의가 들기도 했고, 나만 빼고 다들 (물질적, 정신적으로 모두) 잘 사는 듯한 느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날도 있었다.

스님의 서슬퍼런 눈빛과 함께 쏟아지는 말씀이, 문자 그대로 보기에는 그다지 온기 없이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내게는 되려 얼마나 큰 다독임으로 다가왔는지.

 

지금은 아니지만 약 2년간 육식을 제한하며 살았던 적이 있다. (패스코 채식 단계)

동물 보호, 동물 사랑 등의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고 다만 건강을 위한 행위였다. 건강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난 후 스스로의 신체를 이용한 일종의 자가임상 실험이기도 했다.

전혀 거창하지 않은 이유로 시작했던 채식은 생각보다 꽤 길게 이어졌었고, 무엇보다 신체 변화와 더불어 사고(思考) 자체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직접 느꼈다. 주변을 봐도, 육식을 즐기는 이들의 성격이 채식을 즐기는 이들과 분명히 다름을 느낀다. 또한 채식 과정에서 책에서 나오듯 육식과 지구온난화의 관계 등 환경 문제 등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시 육식을 시작하면서 느껴진 몸의 변화는 육식의 폐단?!을 직격탄으로 알려주는 신호였다.

여기서 육식을 전면적으로 부정화하고, 채식옹호론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공감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내 아이가 먹을 음식과 식재료를 직접 고르고 조리하며 느낀 것,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이 달라집니다

...그것이 생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주 깊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이다.

 

비단 육식뿐만 아니라 인스턴트나 레토르트 음식을 자주 쉽게 접하는 요즘, 우리의 사고방식도 점점 인스턴트화 되어감을 느끼고 있다.

조미료로 길들여진 입맛을 가진 사람에게는 집밥이 맛이 없다. 믹스커피가 맛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값비싼 원두로 만든 커피도 그저 쓴맛밖에 나지 않는 맛없는커피일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입맛은 유동적인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

변하지 않으려는마음,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에도 바른 입맛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특정 종교가 없더라도 매일 기도하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아이를 낳아 보살같은엄마가 되고보니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리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나의 생활 습관 하나하나가 업이 되고, 그 업이 나와 가족에게 돌아온다. 이런 설은 비단 책에서 스님께서 들어주신 예가 아니더라도, 점점 나이 먹을 수록 주변에서 겪거나 귀동냥 들을법한 이야기들이다.

잔치보다는 문상을 더 많이 가는 나이가 되어갈 수록,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건강하던, 바로 아침까지 연락하던 지인이 그날 오후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 했다는 소식에 이를 데 없는 삶의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 장례식에는 과연 몇 명이나 올까라는 고민을 한다는 것에서 인간이 얼마나 빈약한 존재인지, 천박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영혼임을 다시금 절감한다.

 

내 기도가 한낱 가벼운 바램따위가 아닌, 무게있는 진심이 되기 위해 깊은 침묵속에서 성실히 행해야 함을 느끼고 또 느낀다.

종교나 신앙의 유무나 차원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나의 작은 실천.

기도와 기복(祈福)은 다르다.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스님의 좋은말씀을 읽고 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면 그리 어렵지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많은 중생이 있지만, ‘우리모두가 중생인 채로 함께살아가기에 견디고 버티는 것은 아닐까.

힘들다면 덜 힘들게, 좋다면 더 좋은 곳, 더 좋은 시간으로, ‘좋은말씀듣고 내 터전과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맑고 향기로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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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 개정판
이재호 지음 / CPN(씨피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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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서리, 땜장이 아저씨, 중공군, 이발사...





80년대 중반생인 나에게는 그야말로 ‘글로 배운’ 단어들이다.

내게 추억의 소재, 회상에 젖게하는 무언가는 아닌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성이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것은, 비단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해왔던 익숙함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 엄마 아빠로부터 들은 이야기였고, 시골에서 보냈던 어린시절, 그리고 나보다 더 많은 유년 시절을, 더 깊은 시골에서 보낸 남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인해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대성은 수박서리‘꾼’이었지만, 서리를 하고나서 명구아저씨께 혼이 났지만, 나에겐 그저 ‘일상’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경험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복숭아가 많이 나고 물 좋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지역이 나의 큰집, 할머니댁, 아빠가 나고 자라신 곳, 내가 태어나고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자랐던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우리 식구는 큰 도시로 이사나왔다. 그 이후 명절, 여름방학, 할머니 생신, 제사 등등의 날에 시골을 찾았다.복숭아가 한창일때니, 여름 무렵이었다. 아직 완연하지는 않은. 큰집 마을을 지나다, 팔 뻗어 닿는 나무에서 복숭아를 딴 뒤, 바로 앞 흐르는 작은 개울에 씻어서는 먹었던 아빠. 나에게도 먹어보라며 주셨다. 학교를 다니면서 ‘도둑질’의 개념을 익힌 뒤라, 나는 놀라 눈이 동그래졌고, 아빠보고 어떻게 하냐며 걱정과 불안함을 이야기했더니, 아빠는 빙그레 웃으셨다. 그러면서 어디가 누구네 밭인지, 누가 따 먹었는지 뻔히 다 안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지금은 그렇게 불쑥 남의 밭의 복숭아를 딸 수도 없고, 그렇게 씻어서 바로 먹어도 될만큼 맑은 동네 개울도 흔치 않다. 그래서, 그때 그날의 기억이 더 또렷하게, 한장의 그림처럼 내게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렵지만 세련된, 영어와는 다른 그 느낌?!의 ‘세빌리아’ 이발사 아저씨의 일상, 그리고 늘 내뱉던 말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는 그이가 내뱉었던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건 내가 어른이 되어서일까, 이 책이 ‘어른을 위한 동화’라서일까.

교과서에서 배우면, 너무 가슴 아픈 장면임에도 참 딱딱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성이의 성장기에, 유년시절 관찰기에, 어린 시절 일기에 녹아나면 이처럼 다른 느낌이 될 수 있구나...

마치, 영화 속에서 아주 잔인한 장면을, 그 결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눈으로 확인하지는 않아도 되게끔 잘 크로스 오버 시킨듯한 느낌이랄까. 그 잔인함을 보지 않아도 되는 건 좋으면서도, 보이지 않기에 되려 먹먹해져 오는 느낌이 있다.

세빌리아 아저씨가 목을 맨 전나무가 더욱 그랬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쥐어준 관동군(關東軍) 김교문의 편지.

놀랍도록 놀라지 않았던 대성의 반응.

그 편지를 읽고 되려 세빌리아 이발사 아저씨가 생각났던 것은 편지의 발신자와 수신자의 존재보다, 편지 속의 ‘감정’때문이었을까. 그래서 고모의 영혼 동반자였던 세빌리아 아저씨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 될 수도 없다.

채 십년이 안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있는 나조차도 완전히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괴리감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 기준에서' 나의 ‘어른’들에겐 많은 부분이 그리움 가득한 미소를 가져다 줄 이야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모든 것을 공감하지 못해도, 한 편의 예쁜 수채화를 본 듯한 느낌, 이야기속의 계절이 지금 나의 계절이라 물리적인 기후로 인한 더위와는 다르게 다가온 따뜻함이 분명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였다.


실로 오랜만에, 자기계발서, 육아서 같은 실용서나 매일 저녁 아이를 위해 읽어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아닌 ‘나의 심신을 달래 줄’ 책을 읽은 느낌이다.

매일 외식하다 오랜만에 엄마가 정성들여 해주신 집밥을 꼭꼭 씹어 먹은 느낌.

살다가 힘들면 집밥이 그립듯, ‘어른’으로 살기가 힘들 때 다시 들여다봐질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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