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드로우 - 나만의 길을 찾을 때까지 인생의 레버를 당기는 법
드로우앤드류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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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로 돈 잘 벌며 사는 일
누구나 꿈꾸는 워커 이상형일 것이다. 여기, 그렇게 살아가는 프리워커가 있다.
스스로 자신을 그려간다는 ‘드로우앤드류’

좋아하는 일이 뭔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부터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건 마치, 달리기 경기를 해야 하는 데 출발선이 어디인지 찾지못하는 일과 같다.
그에 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앤드류.
그것만으로도 이미 앤드류는 출발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기 참가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달리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다. 
출발선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지만 러닝화는 고사하고 운동화 한 켤레 조차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러닝화나 운동화가 없으면 슬리퍼나 구두를 신고 달려도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게 가다보면 발이 상처 투성이가 되기 쉽고, 신발을 벗어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경기의 목표, 골인선이 어디였는지 내가 왜 가고 싶은지, 왜 가야하는지 등의 생각조차 날라가버리기도 한다. 발에 난 상처로 너무 아파 울음이 나기도 하며 주저앉게 되기도 한다. 운동화 하나 없는 내게 이 경기에서 완주를 뛰어 넘어 상위권에 랭킹 되라는 것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지는 심정,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여러가지 생각 중 하나였다.
나는 ‘대한민국 워킹맘’이니까. 그리고 ‘여성’이니까.

내가 가진 조건은 무조건 나쁘고, 앤드류의 조건은 무조건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한 노력의 과정과 결과들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운동화와 구두의 차이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사회의 취업난을 체감하며 ‘일년 간 백수’ 생활을 한 앤드류.
쉬어도 된다고 격려와 응원해주는 부모님이 계시고, 소위 말해 딸린 처자식이 없는 홑몸이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능률이 오르지 않아 답답할 때, 그는 ‘걱정이 바닥날 때까지 걷고 또 걸어야’ 집에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부러웠다.
앤드류가 잘하고 전공한 일이 ‘디자인’이라는 일, 유튜브를 접하는 게 일상인 밀레니엄 세대인 일, 휴대폰이나 영상, 편집 기기같은 전자 기기를 잘 다루는 젊은 세대인 것, 미혼인 남자라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은 아니다. 정신적, 물리적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는 형태의 노동자가 어디 한 둘이랴.
예를 들어, 아파트 건설 현장의 노동자나 환경 미화원, 공공기관의 화장실 청소부, 택시 혹은 택배 기사 등등...유튜브를 찍을 시간조차 없는, 행여 찍는다 해도 올리기도 힘든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앤드류의 이야기는 정말 그야 말로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반감과 분노를 자극할 지도 모른다. 상대적인 박탈감은 덤이다.

회사의 가치가 곧 나의 가치가 아니라는 말에는 깊이 동감한다. 무대가 없어, 내가 만든 무대에 살고 있는 이 시대 자영업자의 한 명으로서, 앤드류의 ‘마인드’에는 공감과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도, 덮고난 뒤에도 온 마음으로 열렬히 박수쳐줄 수 없는 씁쓸함은 끝끝내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두 세번이나 읽었음에도 나는 그의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채널 어느 하나도 접속하지 않았다.
앤드류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어떻게 행복할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일(業)의 본질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통찰력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늘 고민하는 화두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리고 읽으며 공감과 이해되는 부분, 배우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확연히 구분되었다.

자동소득파이프 채널을 다양화 하는 일,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는 것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레버를 당겨보는 일
지금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한 투자, 나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 집중하는 일과 그것이 더 큰 돈과 행복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믿음,
벼는 제대로 익었을 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
회사없이도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사람, 내 이름이 곧 명함이 되는 일,
평소의 내가 하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고, 그만큼 의문과 상실감도 느꼈다.

나는 유튜버가 아니라서 성공을 못하는 건가?

앤드류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그러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주제’에 대한 공감성에 반해, ‘과정’과 ‘여건’에 대한 공감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나인 서른에 일년(만) 백수로 살겠다고 할 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날라오는 ‘등짝스매싱’이 상상되는 것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저자들 중에 전업이든 워킹이든 기혼 여성이면서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게 남은 배터리가 얼마인지 가시적인 숫자로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목표와 과정 루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반성이라는 말이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목표와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나의 목표가 분명해야 하며, 자의든 타의든 수정할 수도 있다. 해야만 할 때도 있고, 우회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또한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선하지는 못할 지언정 부조리 하지는 않아야 한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작은 모에서 벼가 되기까지, 목마름을 주는 뜨거운 햇볕과 몰아치는 추위의 비바람이 당장은 시련같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 햇볕과 비바람이 나를 성장시켜 준다는 것을.
‘제대로’ 익어 단단히 여물어야 ‘유연하게’ 고개숙일 줄 아는 벼가 된다.
사고의 유연함을 위해 하는 것이 공부의 본질이라면, 그 공부를 녹여내어 일과 삶이 일치되는 사람이고 싶다. 제대로 익은 벼처럼. 이제는 나도 나를 그려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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