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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이 작가가 누구라고...?!’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책날개를 다시 봤는지 모른다.
낯선 길거리에서 만나더라도 작가를 알아볼 수 있을만큼, 얼굴이 눈에 익었다.
1918년부터 1964년까지.
그야말로 한국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그리고 팩트와 픽션을 넘나드는 듯한 이야기에 페이지수가 무색할만큼 지루함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파친코를 ‘알지만’ 읽지도 보지도 못한지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비교가 필요있나 싶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을 비교하는 홍보 문구가 그리 도움이 되지도, 필요하지도 않아 보인다.
1918년, 3.1운동의 전야제 같은 해였다. 경술국치로부터는 아직 십년이 채 안되었지만, 일본의 침략은 이미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점이었다. 그 억압과 폭력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갈망이 쌓여 민족운동으로 폭발하기 전이기도 했다.
3.1운동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활동했던 많은 독립운동가 중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백범 김구 선생이다.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다는 외조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작가가 그려낸 당시 한반도의 사냥꾼과 주변 인물들을 그려낸 작품.
월향의 아픔을 그린 장면을 보고, 시각 자료도 아니건만 차마 보기 힘들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은 그보다 더 했을것임이 짐작되어 속이 아려오기까지 했다.
조연이 없는 드라마 같았다.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같은 키워드로 제작된 옴니버스 식 이야기 같기도 했고.
마치, 입체로 된 다이아몬드 모형을 보는 느낌이었다. 다각도로 볼 수 있지만 어느 각도에서든 접점이 만나지는.
그들은 모두, ‘삶의 사냥꾼’이었다.
일제 강점기,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표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서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립과 산미증식계획에 의해 엄청난 식량수탈이 일어났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특히 군산항은 그 식량들이 일본으로 반출되는 항구가 있는 곳이라 그 피해는 더 심했다.
이 작품을 읽으며 군산이 보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신여성 아이콘’이라는 나혜석을 읽었다.
쉬이 읽혔다고 쉬이 쓰여졌을 리가 없다. 이야기 곳곳에 있는 글에서 나는 어느샌가 스토리가 아니라 작가를 읽어내려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씨처럼 떨어져 내린 곳에서 멀리 탈출하기는 힘들 테지만,
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정호는 충분히 행복할 거라고.
-본문 중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마냥 녹록치 많은 않았을 것이다. 감히 짐작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 시간과 사회와 힘겨움 속에서, 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며 6년간의 시간을 들여 이런 이야기를 써낸 작가에게 진심으로 박수 보낸다.
(물론 비유이긴 하지만)‘요즘 버전’의 짧은 <토지>를 읽은 느낌이랄까?
다산북클럽에서 올해 읽은 책 중에 베스트로 선정할 때 꼭 넣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