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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으로 불행하고, 특별하게 행복한
락서 지음 / 락서 / 2026년 9월
평점 :

화면 너머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이던 글들이 마침내 종이책이 되어 내 손끝에 닿았다. 화면으로 읽었던 문장들을 종이의 질감으로 다시 만나는 경험. 인터넷에서 한 번, 책으로 또 한 번 읽은 셈이다. 종이에 새겨진 활자들은 확실히 새로운 감회로 다가온다.
화면 너머의 작가를 응원해 온 팬으로서 이 책을 리뷰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탁월한 문장을 쓰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일링으로 시작해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이 잡문집을 읽으며, 나는 그를 유튜버로서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로서도 좋아하게 되었다.
<상투적으로 불행하고, 특별하게 행복한>에는 오랜 시간 구독자들에게 가닿았던 글들이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시선이 일상의 구석구석을 뷰파인더에 담고 있다. 그의 글은 우리 삶의 사소한 틈새로 스며든다.
작가의 시선을 거치면 아이의 책가방은 세상의 짐이 되고, 두 사람의 포옹은 섬이 된다.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문장마다 작가 특유의 다정함이 느껴진다. 글은 대개 거창한 질문보다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출발하고, 어느새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삶과 인간에 관한 통찰로 나아간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서 문장이 되어 만나겠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짧은 글들은 삶의 방향을 가리키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건넨다. 미소가 지어지는 일상의 풍경에서부터 깊은 내면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까지. 글마다 서로 다른 표정이 담겨 있다. 사랑을 말할 때는 섬세하고, 인생을 말할 때는 서늘할 만큼 냉정하다.
이 책을 읽으면 곁에 누운 강아지를 한 번 더 쓰다듬게 되고, 어머니에게 안부를 묻게 되며, 콘칩이 먹고 싶어진다. 책이 우리 삶에 건넬 수 있는 위로는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투적으로 불행하고, 특별하게 행복한 삶에서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행복의 가치를 알아보고 감사하는 일. 이 책은 내게 그 소소한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을 선물했다.
내일은 나도 그를 따라 걸어 보려 한다.
아무 이유 없이 이쪽이 아닌 저쪽으로, 조금 더 천천히.
그렇게 걷다 보면 나의 평범한 하루에 그의 문장들이 찾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