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ㅣ 아작 YA 11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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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란 엘리슨. 보통이 아니다. 작품을 쓸 때 세상의 눈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상남자. 귀여운 표지와 제목에 홀려 책을 펼쳤다면 멈춰라. 첫머리부터 경고 문구가 독자를 맞이한다.


‘이 작품에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보호자의 독서 지도가 필요합니다.’


경고부터 마음에 들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써놨길래 동화책처럼 생긴 책에 이런 문구가 붙었을까.


할란 엘리슨의 <소년과 개>를 읽다 보면 <폴아웃>과 <매드 맥스> 시리즈가 왜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단번에 알게 된다. 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세계, 살아남기 위해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인간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익숙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그는 세계관을 장황하게 설명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소년 '빅'과 개 '블러드'의 소통과 행동만으로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단숨에 보여준다. 독자가 알아서 따라오라는 식이다. 작가 성격이 급한 건지, 아니면 독자를 너무 믿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개 하나는 시원시원하다.


빅과 블러드의 관계도 매력적이다. 서로를 향한 애정과 이해관계가 뒤엉킨 두 콤비는 거친 세계에 걸맞게 솔직하다. 때로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뻔뻔하다. 잔혹한 상황에서도 툭툭 튀어나오는 대사에는 블랙 유머가 넘친다. 대사 수위가 어찌나 거침없는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웃어도 되는 장면인지 잠시 고민하게 되지만, 이미 웃음이 난 뒤다. 재치가 미쳐 날뛴다.


물론 이 작품이 거침없는 폭력과 입담만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동화책처럼 술술 읽히는 문장 속에서 인간의 도덕성과 생존의 의미를 끈질기게 건드린다. 문명과 규범이 무너진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을 기준으로 행동하는가.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인 상황에서도 도덕은 의미가 있을까? 가볍게 읽히지만 마냥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작품이다.


고작 13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이 정도의 세계관과 캐릭터, 유머와 질문을 우겨 넣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달리면서도 작품의 개성을 놓치지 않는다. 짧다고 얕은 것은 아니며, 잔인하다고 어둡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할란 엘리슨은 대조되는 것들의 경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빅과 블러드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 잔인하지만 경쾌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묵직하다. 귀여운 제목에 속아 들어왔다가 제대로 한 방 맞고 나가는 작품이다. 이런 게 진짜 재능이지. 이게 할란 엘리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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