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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예찬 - 문구인 김규림이 선택한 궁극의 물건들
김규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평점 :

소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다. 나 역시 읽는 동안 장바구니에 제품 몇 개를 추가했다. 책의 설득력은 확실했다. 다만 그것이 책이 의도한 성취인지는 조금 의문스럽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잡지에 가깝고, 어쩌면 카탈로그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애증하는 물건들을 소개하는 글은 제법 흥미롭고, 제품에 관한 설명도 충실하다. 몇몇 사진은 소유욕을 자극할 만큼 매력적이다. 문제는 물건을 소개하는 일과 그것을 소유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 다르다는 데 있다. 구매의 이유라기보다 이미 구매한 자신을 납득시키려는 변명처럼 느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물론 소비를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갖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물건의 쓰임과 디자인을 살피는 것은 좋다. 그것이 내 것이 되었을 때의 기쁨을 상상하는 일은 소비가 주는 즐거움의 일부다. 나 역시 그 즐거움에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본능이니까. 하지만 소비를 예찬하는 책이라면 물건을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갖고 싶어 하는지, 소유는 어떤 기쁨을 주고 또 어떤 욕망을 부추기는지. 책을 덮고 나서도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좀처럼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재미다. 소비에 관한 이야기라면 유머와 자기풍자가 기대되기 마련이다. 자신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웃게 만들거나, 물건에 대한 애착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드러내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물건은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이야기는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재미가 부족하다면 적어도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할 거리가 남아야 할 텐데, 내게 남은 것은 몇 가지 구매 욕구뿐이었다. 지갑만 털리고 백해무익이라는 다소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싶은 이유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책의 내용 대부분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쉽다. 심지어 영상에서는 제품에 관한 설명을 더 세밀하게 들을 수 있다. 책만의 구성이나 깊이가 영상과 다른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겠다. 적어도 내게는 굳이 책으로 다시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다. 보통은 대출한 책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소장할 생각을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고민조차 들지 않았다. 책을 읽고 지갑을 열게 되었으니 소비의 즐거움을 전하는 데는 성공한 셈일까. 정작 책을 구매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내게는 소비의 기준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