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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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유일의 퓰리처상 수상작.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일까. 궁금증을 품고 펼친 <쥐>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집요한 작품이었다. 아트 슈피겔만은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의 가장 참혹한 사건을 만화라는 형식 안으로 끌어들인다. 나치를 고양이로, 유대인을 쥐로, 폴란드인을 돼지로 그려낸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동물들의 얼굴 뒤에 실제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진다.


작품의 놀라운 점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인간을 동물로 그려놓고 오히려 인간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쥐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배신하고,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그들은 그저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이다. 홀로코스트라는 거대한 역사적 비극이 추상적인 숫자와 기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욕망과 비겁함을 가진 수많은 개인의 삶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슈피겔만은 아버지 블라덱의 회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족사를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버지를 한 화면에 겹쳐놓는다. 젊은 시절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블라덱은 영리하고 끈질긴 생존자였지만, 현재의 그는 인색하고 고집스럽고 까다로운 노인이다.


슈피겔만은 아버지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것이 <쥐>가 가진 중요한 정직함 중 하나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아버지와의 갈등도 숨기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과 짜증까지 그대로 그려낸다. 과거의 비극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그 비극이 한 인간에게 남긴 흔적을 끝까지 바라본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이 기록을 믿게 된다.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조차 미화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최대한 솔직하게 기록하려 했다는 믿음이 생긴다.


슈피겔만은 자신의 이야기도 숨기지 않는다. 아버지의 회고록만 있었다면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에 관한 증언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증언을 듣는 자기 모습까지 작품 안에 집어넣는다. 아버지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이 결국 자신의 가족사를 마주하는 일이 되었다. <쥐>는 그렇게 역사와 기억 사이에 서 있는 아들의 초상이 된다.


만화적 형식 역시 놀랍다. 슈피겔만은 만화가 가진 칸과 칸 사이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현실의 참혹함을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제한된 선과 흑백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오히려 그 절제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를 다루면서도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울라고 말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증오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거대한 비극을 앞세워 자신의 도덕적 메시지를 주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 아버지가 살아남았고, 한 아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 기억을 다시 만화로 옮겼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그 담담함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쥐>가 위대한 이유는 홀로코스트를 만화로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만화라는 형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 자체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역사와 허구, 기억과 기록,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하나의 작품 안에서 겹쳐놓으며 만화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문학적 형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아트 슈피겔만은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14년을 보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가 그린 것은 단순히 아버지의 과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었고, 이미 지나가 버린 세대와 뒤늦게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기억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일.


<쥐>는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기억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슈피겔만은 아버지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억을 자신의 삶과 충돌시키며 다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14년에 걸쳐 완성된 이 만화가 끝내 보여주는 것은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이 평생 짊어져야 했던 생존의 흔적이다. 고양이가 사라진 뒤에도 쥐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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