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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새엄마 찬양>은 탐미주의의 극단에서 피어난 지독하게 아름답고도 서늘한 심리극이다. 작가는 에로티시즘이라는 원초적인 캔버스 위에 문학적 서사와 서양 미술의 명화들을 정교하게 중첩시켰다. 이 작품이 지닌 본질은 단순한 금기의 위반이 아니다. 시각적 질감과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포착한 고도의 지적 게임이다.
작품을 지배하는 공기는 모순적이게도 극도로 투명하고 정제되어 있다. 부부가 나누는 관능의 세계는 추잡함이 거세된, 마치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듯한 숭고한 미학적 결을 유지한다. 여기에 매 장마다 삽입된 명화들은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입체적인 거울로 기능한다. 소설의 산문을 공감각적인 회화의 영역으로 격상시킨다. 요사는 인간의 성적 욕망과 살결의 촉각, 그리고 그 틈새로 스며드는 시선들을 무서울 정도의 정밀함으로 작성해냈다.
이 완벽해 보이는 미학적 유토피아에는 가장 순결한 존재의 얼굴을 한 소년 '알폰소'가 부르는 기묘한 균열이 도사리고 있다. 천사의 미소 뒤에 숨은 이 미지의 존재는, 인간 본성의 근원적인 모순과 모호함을 폭로하는 거대한 수수께끼다. 요사는 이 관계의 서사를 섣불리 단죄하거나 윤리적으로 훈계하지 않는다. 그저 철저히 중립적인 관찰자의 시선에서, 유려한 환상 밑에 숨은 인간의 이중성과 이기심을 건조하게 응시할 뿐이다.
인간의 가장 은밀한 욕망의 지도 위에서 선과 악, 순수와 타락의 경계가 얼마나 허망하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리한 비수. 유혹의 축제가 흐르는 자리, 독자는 한동안 책을 내려놓지 못한 채 자신이 외면해 왔던 내면의 비루한 그림자를 물끄러미 목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