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끝내 도착하지 못한 관계에 대한 기록. 역광 속에 선 두 형제의 사진처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늘 무엇인가에 가려진 채 서로를 바라본다. 혈연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없어도, 혹은 그 때문에 더더욱, 이들은 닮았다. 닮았다는 사실은 친밀함의 증거이자, 동시에 끝내 넘지 못할 경계가 된다.
<두고 온 여름> 속에서 인물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계절을 통과하지만, 그 관계는 명확한 이름을 얻지 못한 채 유예된다. 이 책이 반복해서 묻는 것은 관계의 가능성에 가깝다.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감정, 선택되지 않았기에 더욱 선명해지는 관계가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성해나는 감정을 과잉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한 문장 속에 미세한 균열을 남겨두는 쪽을 택한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들은 종종 비어 있고, 중요한 감정은 묵인된다. 그 공백을 독자가 읽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여름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여름을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관계 역시 이미 멀어진 뒤에야 그 의미가 또렷해진다.
<두고 온 여름>에서 ‘두고 온’ 것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다. 그것은 말하지 않았던 마음이고, 끝내 선택하지 않았던 삶의 방향이며, 그때는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나 자신이다. 그 가능성을 미화하지 않는다. 왜 끝내 실현되지 못했는지를 조용히 응시한다. 그 시선에는 애틋함과 체념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해가 짧아진 저녁, 이미 식어버린 온기, 그리고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마음. <두고 온 여름>은 바로 그 순간에 머무는 소설이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아 있는 사진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