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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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의 <우한일기>는 한 도시의 봉쇄를 기록한 에세이라기보다, 재난 앞에서 인간과 국가, 그리고 언어가 어떤 얼굴을 드러내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한 증언에 가깝다.


초반부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작가는 봉쇄된 일상에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들을 차분히 기록한다.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엇갈리는 행정 지침, 공포보다 먼저 번지는 소문과 침묵. 이러한 장면들이 축적되며 왜 이 재난이 우한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확산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리가 모두 직접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라는 점은 이 책에 설명 이상의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팡팡의 태도다. 그는 중국 정부와 공무원들의 무능과 책임 회피를 노골적으로 지적하고, 그로 인해 쏟아지는 악플과 살해 협박 앞에서도 한발 물러서지 않는다. “칼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두렵지만, 글로 싸우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용기 선언이 아니라, 작가로서 언어를 선택한 사람의 각오에 가깝다. 침묵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임을 그는 몸으로 보여준다.


다만 이 책이 완성도 면에서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직접 언급했지만, 인터넷에 올렸던 글들을 묶은 형식인 만큼, 충분한 퇴고나 구조적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중구난방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유사한 감정과 상황이 반복되며 독서의 리듬이 느슨해지는 순간도 있다. 일기와 책으로서의 밀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인상 역시 남는다.


하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조차 팡팡 특유의 결을 지니고 있고, 혼란과 공포의 한복판에서도 그는 언어를 놓지 않는다. 재난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력해지고, 동시에 얼마나 집요하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코로나를 통과한 세대라면 이 책은 더 이상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지나온 시간을 다시 한번 언어로 마주하게 만드는 경험에 가깝다. 두 달간 우한에서 겪은 일을 일기로 기록한 팡팡은, 기록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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