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 비문을 쓰고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글쓰기 법칙
이연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2월
평점 :

글을 쓴다는 일은 늘 어렵다. 우리는 종종 기본기를 다졌다고 믿지만, 막상 문장을 세 줄만 있어도 금세 흔들리고 만다. 이연정 작가의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은 바로 그 기본기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알게 하는 책이다. 나름 맞춤법에 자신이 있었던 나에게도 이 책은 묵직한 뒤통수를 한 번 제대로 날렸다. 책 곳곳에 정갈하게 배치된 팁들은 단순한 요령이 아니라, 실제 글쓰기의 골조를 이루는 뼈와 살에 가까웠다.
이 책의 미덕은 화려한 장식 없이 핵심만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점이다. 부담 없이 빠르게 읽히지만, 그 속에는 글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가야 할 기본 원칙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입문자에게는 특히 알맞은 길잡이지만, 어느 정도 글을 써온 사람에게도 “아, 내가 이걸 놓치고 있었구나”하는 깨달음이 따라온다.
다만, 구성의 특성상 깊이 있는 탐구를 기대하기에는 살짝 가벼운 부분도 있다. 글쓰기의 철학까지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실전적인 조언을 간단한 예시와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어서, 전반적으로 ‘기본 연습서’의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 책의 역할을 생각하면 아쉬움이라기보다 선택에 가까운 부분이다. 처음 쓰는 문장을 단단히 세우게 만드는 데에는 이 정도의 밀도가 오히려 적절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순간조차 괜히 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장 하나, 쉼표 하나에도 누군가의 눈이 더해지는 느낌. 글쓰기 교수의 책을 읽고 난 뒤라 그런지 내 문장에 엄격함을 들이밀게 된다. 하지만, 이 긴장감은 책이 남긴 좋은 영향의 증거이기도 하다. 읽고 난 뒤, 나는 조금 더 자신 있게 첫 문장을 쓰게 되었고, 이전보다 문장에 대한 감각이 한 단계 교정된 듯한 느낌을 얻었다.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은 거창한 비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 우리가 너무 쉽게 놓쳐버리는, 그러나 결국 문장을 지탱하는 기초를 조심스럽게 되짚는다. 책을 덮고 나면 묘하게 든든해진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