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의 천문학 입문 - 우주는 여기까지 밝혀졌다 현대과학신서 119
I.아시모프 지음, 현정준 옮김 / 전파과학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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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눈 자체를 바꿔놓는다. <아시모프의 천문학 입문>은 바로 그런 책이다. 흔히 ‘입문서’라는 말이 덧씌우는 얄팍함이나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책은 방대한 우주를 한 인간의 언어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치열한 사유와 서술의 균형을 요구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아시모프는 천문학을 단순히 과학의 하위 분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우주를 인간이 묻고 또 답해야 할 궁극의 질문들로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SF 거장 아시모프가 보여주는 문장의 리듬이다. 그는 물리학적 사실을 서술하면서도 언제나 그 사실에 깃든 은유적 울림을 놓치지 않는다. 일상에서 그에게 과학 얘기를 꺼내는 순간 그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가 뛰어난 이야기꾼인 건 확실하다. 그에게 태양의 진화는 한 별의 생애사이자 인간 생의 덧없음을 압축한 우화가 된다. 은하의 팽창은 우리가 결코 닿을 수 없는 진리와의 거리를 은밀히 속삭인다. 


별과 은하의 간격은 그에겐 계산식이 아니라 상상력의 무대다. 과학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문학적인 매력을 띤다. 독자는 지식을 얻는다기보다 우주와 인간 존재가 맺고 있는 은밀한 관계를 새삼 자각하게 된다. 읽다 보면 상상력이 극대화된 칼 세이건을 만나는 듯한 경험을 준다.


물론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이 책의 지식은 낡은 부분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낡음 속에 빛나는 것은 과학을 단지 ‘업데이트 가능한 데이터’로 소비하지 않고, 당대의 언어와 세계관으로 우주를 서술하려는 아시모프의 열정이다. 그는 교과서적 정밀함보다 독자의 정신을 흔드는 통찰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천문학 입문'을 단순한 학습서가 아닌 우주의 문학으로 만든다. 우주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이보다 완벽한 책은 드물다. 무엇보다 책이 짧으니까!


우주는 누구도 끝내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자, 인간 정신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이다. 아시모프의 이 책은 그 간극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기록이다. 그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가능한 한 멀리, 넓게 독자를 데려간다. 바로 그 집요한 열망과 상상력이 이 책의 가장 큰 감동이다.


아시모프는 자신이 천문학에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전문 지식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았기에 순수하게 살아남았다. 그런 원천에서 길어 올린 언어는 SF 거장다운 아름다움으로 독자에게 전해진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이름을 빌려 결국 인간학의 깊이를 드러내는 드물게 순수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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