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쓸모 많은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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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저자는 독서가 뇌를 자극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강조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상업적 의도로 구성되어 있어 큰 실망이었다.


이 책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뇌과학적 데이터를 강조하며 독서의 다차원적 가치를 간과한다. 독서란 단순히 뇌를 활성화하거나 학습 효과를 높이는 행위를 넘어서 인간의 정서적 성장과 공감 능력을 키우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독서를 마치 '뇌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단순화하여 소개한다. 과학적 접근을 통해 독서의 효과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를 지나치게 생리학적 측면에서만 다루는 이러한 태도는 독서라는 행위의 본질적이고 심미적인 가치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고 하지만, 정작 독자를 설득하기에는 구체적이지 않고 과도하게 피상적이다. 저자는 독서가 뇌의 특정 부분을 활성화한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 실험 결과를 제시하지만 해당 데이터가 어떤 맥락에서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없고, 독서의 뇌 과학적 효과를 다루는 부분이 대부분 일반적인 주장에 머무르고 있어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물음표만 남긴다. 책의 과학적 근거는 독자를 납득시키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쉽게 단언하는 식의 비약이 많다. 뇌과학 이론을 다룬 책이 아니라 자기계발서의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독서 행위를 지나치게 도구화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독서를 '뇌를 훈련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통해 뇌의 노화를 예방하고 인지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독서 행위를 순수한 즐거움이나 지적 탐구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이는 독서를 단순히 '성과 지향적 활동'으로 격하시킬 위험이 있다. 독자가 책을 읽는 본질적인 즐거움이나 흥미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독서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지나치게 편협하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가 인간의 사고력을 약화시키고 독서를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의견이다. 하지만 마치 디지털 매체,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혐오하는 수준의 발언들이 불편했다. 저자가 얼마나 나이가 많은지 알 수 있는 편협한 시각의 대목들이 많았다. 이러한 논의는 디지털 매체와 전통적인 독서의 관계를 보다 복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매커니즘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정설인 것처럼 단언하는 내용이 매우 불편했다. 디지털 기술이 반드시 독서를 저해하는 요소로만 작용한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독서의 형태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책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지털 매체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고 있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독서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깊이나 설득력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독서의 가치와 효용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한 노력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독서를 지나치게 도구화하거나 일차원적으로 접근한 점은 이 책의 한계로 보인다. 지나치게 단순한 책이고 심도 깊은 이론이나 철학적인 내용을 원한다면 이 책은 거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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