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군사주의와 성적 욕망, 그리고 냉소적 합리성이 기묘하게 뒤엉킨 정치적 희극이다. 군인 판탈레온은 명령에 충실한 인물이며, 절차와 질서에 헌신하는 '이상적 관리자'다. 그런 그에게 국가가 부여한 임무는 성매매를 제도화해 군인의 성욕을 통제하라는 것. 여기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 체제의 도덕성과 이중성을 정면으로 겨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존재했던 국가 권력의 우스꽝스럽고도 위험한 실체다. 정글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자연 상태'를 연상시키며, 문명과 통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기괴한 실험들이 국가에 의해 정당화된다. 요사는 이 무대를 통해 국가와 종교, 가족이라는 권위적 구조를 해체하며, 인간의 욕망과 도덕의 경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블랙코미디의 언어로 조명한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유머를 문학적 도구로 끌어들였다고 말한다. 그런 작가에게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유머를 문학의 가장자리에서 맴돌게 하던 요사가, 마침내 그것을 중심으로 끌어들였을 때, 그의 문장은 한층 더 예리하고도 풍요로워졌다. 빠른 전개와 화면이 전환되는 효과음이라도 들리는듯한 연출은 참신하다. 영화의 장면 전환들을 활자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은 그간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보기 드문 경쾌함이, 오히려 이 작품의 고전적 위엄을 증명한다.
유머는 결코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그는 웃음을 통해 인간성과 체제의 균열을 더욱 또렷이 드러낸다. 윤리의 가면을 쓴 욕망, 합리성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비이성, 그리고 그 이면에 놓인 인간 존재의 이중성. 이 모든 것은 요사의 필치 안에서 날카롭고도 우아하게 전개된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단순한 풍자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병리적 논리를 성찰하고, 그 안에서 무력하게 휘둘리는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하나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