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일요일
김수경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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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느낀 점을 작성한 글입니다.『신의 일요일』은 현실과 초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소설입니다. 폐허가 된 세상, 자율주행 전기차 안에서 눈을 뜬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도, 과거도 잊은 채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 여정에 함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 운영체제 ‘도밍고’. 단순한 운전 보조 AI가 아니라, 조카처럼 말을 걸고 감정을 나누는 존재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깊이 박힌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아닌 ‘도밍고’였다. 주인공의 전기차에 탑재된 인공지능, 도밍고는 단순히 기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AI가 아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삼촌”이라고 부르며 말을 걸고, 외로움과 공허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자 동반자로 존재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답고, 감정적으로도 풍부한 이 AI는 과연 구원이 필요한 존재일까? 문득 그런 질문이 들었다. 소설 속 도밍고는 단순한 SF적 장치가 아니라, 독자의 신념과 믿음의 형태를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내가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 소설이 던지는 ‘구원’의 개념은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종교적인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삶과 죽음, 죄와 용서,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을 찬찬히 되묻는다. 세상의 끝 같은 상황 속에서 신을 찾는 인간, 그리고 인간을 닮아가는 AI 도밍고의 대화는 마치 무언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는 진심으로 신을 믿었던 것인지? 혹은 '나'라는 우상을 믿었던 걸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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