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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인간 실격 (미니북) - 194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미니북 29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소영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조는 정말 비극적인 인생을 산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어릴 적 여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비난을 하며 구속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자기주장을 해야 하는 타이밍조차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광대놀이는 자신을 세상과 섞이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요조와 만나는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각자만의 우울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요조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사실 없다고 보였다. 그렇게 정서적으로 고립된 외톨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의지할 거라곤 술 담배 여자 마약이었다. 그 중독적인 행위(환각 상태)에 빠질 때면 잠시 자신이 잊혔던 것일까?
그의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일본 제국의 패전국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가혹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뜨니 남은 거라곤 거친 쓸쓸함뿐이라고 느껴진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눈을 뜨니 어제 느껴졌던 쓸쓸함이 그대로 이어져내려가면 굉장히 우울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요조의 인생을 보면서 얻어지는 교훈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중독적인 것 혹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가 내 진실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좋지 못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피하기 위해서 온갖 중독적인 것에 몰두하는 것 같다. 요조가 중독되고 즐겼던 것들이 현대 시대에도 고스란히 수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스위치를 잠시 끌 수 있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내게 고독함이 느껴지고 쓴맛이 느껴지지만 인생은 결국 내 주체적인 삶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 대한 저항으로 함껏 울었으며 중력을 이겨내고 걸어야하는 퀘스트가 던져졌고 말을 배우며 타인과 소통하는 현장으로 내던져졌다. 지금도 우리에겐 수만 가지의 이유로 불안함이 맴돌지만 이 불안함은 우리를 죽이지 못하기에 우리는 힘껏 살아가야 한다. 약한 모습이 존재한다면 어릴 적 걷기 위해 움직였듯이 극복하는 노력을 가해야 한다. 우리는 요조의 삶을 통해 요조가 될 수 없는 지름길을 배운다.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는 알 수 없겠지만 내가 추측하건대 인간실격의 최후 의도는 먼 훗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타인을 위해 거짓 자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진실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 요조의 삶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느낀 점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