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나에게 물어온 것들 - 시간의 틈에서 건져 올린 집, 자연, 삶
장은진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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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빛으로 밤에는 어둠으로 꽉 차는 '기윤재(奇潤齋)'에는 특별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주인의 철학 또한 담겨 있었습니다. 남편 이름에서 따온 글자에서는 소방봉, 미끄럼틀, 그물 침대와 같이 기발한 장치들이 많은 집을 표현하고 아이의 이름에서 따온 글자에서는 밝은 기운을 가지고 풍요롭고 넉넉한 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안을 넘어서는 문지방(현관), 빛의 산책로(창문), 정주의 말뚝(문패), 너와 나의 별세계(다실), 변화의 구조(스킵 플로어), 별 헤는 방(옥탑방), 수컷의 바람(비밀의 방), 머리와 가슴의 시가 흐르는 공간(책장). 집의 공간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그곳에 머무는 사람과 삶을 함께하는 저자를 통해 지금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집과 자신만의 색깔있는 대화록이라고 한 저자의 말을 통해 삶의 내용이 고유한 형식을 빚고 형식이 다시 내용을 채워주는 둘의 특별한 관계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요.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다가 이따금 종이 귀퉁이를 접어놓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며 나와 집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랜선 집들이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읽은 이 책을 통해 집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화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편리하고 안락한 공간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마음이었지만 점점 집안 곳곳에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을 떠올리며 집이 그동안 함께 살아 온 저에게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걸어갈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결심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마음먹은 일을 실행하기에 앞서 제가 매일 마음속으로 수십번씩 되내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 집을 짓는 일에 로망이 있지만 막상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고 막연해지기 때문에 집을 짓는 일에는 더 큰 결심이 필요하겠지요.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한 도시를 떠나 교외에서 살기로 결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바삐 돌아가고 움직이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고 있다보면 조용한 동네에서 살고 싶지만 집짓는 일에는 쉬이 용기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심을 하고 집을 짓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간 저자의 모습을 통해 책을 읽으며 그저 부러움만을 느끼기보다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며 일반적이지 않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느낄 행복을 상상하면서요.

평소 단층집을 짓고 싶다는 상상을 종종 하곤 합니다. 현관문을 닫으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개방형 공간이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살기를 꿈꿀때가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살고 싶은 곳을 직접 설계하고 구조를 잡는 일은 비단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도면을 구현해 주시는 건축가의 노력또한 담겨 있었는데요. 이상적인 집을 짓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또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포토에세이 '집이 나에게 물어온 것들'을 읽으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며 책의 표지와 삽입된 사진들, 내지의 디자인까지 책을 읽기 전에 보이는 부분까지 신경을 쓰신 저자의 마음또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공간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살기를 꿈꾸며 그 일을 실현시키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내 몸이 딛고 부딪히고 어루만지는 나의 공간, 나의 집이 불러일으키는 저자만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낸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저자만의 노하우를 통해 공간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거에요.

본 포스팅은 퍼블리온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아 읽고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https://m.blog.naver.com/doong2mom2_/22377168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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