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 기억의 순환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지음, 서하나 옮김 / 퍼블리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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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온 신간도서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전시 도록'은 2024년 9월 12일부터 2025년 2월 6일까지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열리는 동명의 전시의 모습을 담은 책입니다. 2025년에 30주년을 맞이하는 텍스타일 기반의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은 1995년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가 창업한 브랜드인데요. 최소한 100년 지속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텍스타일을 디자인해 옷과 생활 용품을 만드는 브랜드 입니다.

책에는 이러한 미나 페르호넨의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가 지금까지 밟아온 디자인 여정을 담은 전시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대표 문양 탬버린의 시작과 제품 공정을 다룬 '열매', 미나가와 아키라의 삽화를 소개하는 '뿌리', 미나 페르호넨의 일하는 풍경을 담은 '씨앗', 한국 작가들과의 협업 작품이 담긴 '물'등 총 12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에는 자연과 일상, 경험에서 얻은 영감을 묵묵히 손으로 그리고 자수와 원단으로 구현해 사람들의 일상에 기억을 만들어 다시 그것을 씨앗 삼아 나아가는 미나가와 아키라의 사고와 디자인이 책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러 갔을 때 입구에서 부터 경험과 기억으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겠다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탬버린 문양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하나 개성이 다른 입자가 연속해서 이어져 원을 형성하는 이 도안은 2000년에 탄생했다고 하는데요. 색과 소재를 바꾸어 가면서 미나 페르호넨의 대표 텍스타일로 다양한 소재와 조합된 탬버린 문양은 대표 이념인 지속과 보편성을 표현하는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도록에는 브랜드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개인 창작 활동도 담겨 있습니다. 일본의 신문 칼럼에 실었던 삽화와 신문연재 소설을 위해 그린 삽화는 텍스타일과는 또 다른 그가 지닌 상상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삽화를 통해 그의 꾸준함 또한 엿볼 수 있었는데요. 그의 에세이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 를 읽으면서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위협하고 급격하게 변해가는 시대를 사는 요즘 서두르지 않고 묵묵하게 손으로 도안을 그리고 섬세하게 디자인해 물건을 만드는 미나 페르호넨과 미나가와 아키라의 행보는 우리에게 묵직한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실마리가 되어주는 작가의 이야기는 100년을 지속할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도록 곳곳에는 마치 음악처럼 흐르며 마음을 울리는 스물두 편의 시와 같은 문장들을 만나볼수 있습니다. 문장들을 읽으면 나무 사이에서 야단법석을 떠는 새들, 숲속을 거니는 소녀, 수면에 비친 색과 빛과 색, 쓰다 남은 종이조각 등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이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시작됨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마치 공기와 같이 흐르는 문장들에는 도안을 그리고 자수를 만들고 옷을 짓고 매일의 작업을 이어갈 때 미나 페르호넨이 항상 마음에 품는 다짐들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일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지 온 힘을 다해 나의 일상을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과 고민, 실패와 성공, 끈기와 기쁨이 모두 담겨 있는 작업들을 보며 존경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록에는 전시에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특별히 담겨 있는데요. 마이너 커텍터이자 인터뷰 작가인 김지수 작가님이 미나가와 아키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가 전시 리뷰와 함께 실려 있어 이해를 더해주며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어머니의 임종에 함께한 원피스를 입을 때면 어머니와 함께 있는 듯 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하나의 옷이 어디에까지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며 나도 그러한 옷과 함께 삶의 순간을 함께하며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전시를 관람하고 도록을 읽어보시며 시간이 흐를수록 애착과 추억이 생기고 그 추억이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삶의 순간들과 함께 하며 기억을 품은 옷이 디자인과 기억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미나 페르호넨의 마음을 엿볼 수 있으실 거에요.

퍼블리온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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