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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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소설이 필요한 계절인 것 같아요. '위너 1'을 읽으며 뜨거운 눈물과 깊은 공감, 가슴 아리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인데요. '감정적 롤러 코스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이 작품은 미국에서만 175만 부 이상이 판매되고 국내 출간을 묻는 문의가 쇄도했을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에요. 이 책을 읽으며 올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크만은 '위너'에 등장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서 인생의 단면을 거울처럼 보여줘요. 때로 우리 삶이 복잡하고 미로 같은 인간관계 안에 내던져지는 것 같더라도 서로를 뜨겁게 이해하고 포용할 때 비소로 함께 살아갈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로부터 이어져 온 뿌리 깊은 반목은 '위너'에서 그렇게 막을내려요. '위너'는 절망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의 불씨가 타오르는 두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을'에 이어 '위너'를 번역한 이은선 번역가는 배크만을 가리켜 '우리의 가슴 속 아주 깊은 곳, 있는 줄도 몰랐던 그곳을 건드리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출간된 '위너'로 막을 내리는 '베어타운 시리즈'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 개인과 마을 전체를 어떻게 갈기갈기 찢어놓았으며 또 그 아픔 속에서 어떻게 봉합되어 가는지를 보여줘요.

스웨덴 북부의 두 작은 마을 베어타운과 헤드는 사방을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거라곤 숲과 호수뿐인데다, 인구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집값도 떨어지는 곳이에요. 여러모로 쇠락해 가는 마을이지만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다름 아닌 스포츠, 아이스하키였어요. 두 마을의 주민은 아이스하키에 온 희망을 걸게 되지요.

어른들은 오래된 하키 경기 중계를 반복해서 보고 아이들은 얼음이 얼기만 하면 삼삼오오 모여서 하키 경기를 해요. 그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아이는 곧 프로선수가 되어서 마을의 명예를 드높일수 있어요. 그리고 베어타운과 헤드에서는 서로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기쁨이에요. 모든 경기에서 이겨도 서로와의 경기에서 지면 실패한 시즌으로 여겨요. 상대 마을에 패배를 안겨주고 지옥을 맛보여야 자신의 마을이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상대방을 향한 증오는 두 마을에 몰아닥친 폭풍과 함께 막을 내려요. 이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탈출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뜨겁게 화해하지요. 다투는 대신 같이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승패를 가리기보다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해요. 이제 베어타운과 헤드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어요. 두 마을이 모두 승자이며 위너니까요.

p.219
하키에서는 그냥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랑받을 수 있다. 그는 남들을 대신해 싸웠던 때, 한 집단의 의미 있는 일원이었던 때, 팀 동료를 건드리면 펜스를 넘어와서 달려들지 모른다고 상대 팀에서 두려워하는 존재였던 때가 그리워진다.

p.369
세상 모든 십대들에게 해당되는 단순하고 가슴 아픈 진실이 있다면 그들의 인생이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할 뻔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p.407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스포츠 선수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조건적이다. 그들이 우리 편일때, 우리 팀에서 뛸 때, 우리 상징색을 입고 경기할 때만 사랑한다. 상대팀 선수를 보고 감탄할 수는 있지만 우리 선수를 사랑하듯 사랑하지는 않는다.

갈등과 혐오, 미움이 더 익숙한 지금, 우리는 더더욱 '위너'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 이야기는 희망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에요. 어떤 절망과 악이 삶을 덮치더라도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에요. 올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줄 단 한 권의 소설, '위너'를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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