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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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나이듦', '늙음'을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몇몇의 사람들처럼 지금의 노년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나와 너를 비롯한 모두가 앞으로 더 잘 늙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년의 집에 방문해 생활 습관에 맞춰 집을 고쳐주고, 씨앗 지키미 할머니들과 멸종위기인 토종 씨앗 지킴 운동을 하고, 노년의 생애를 끊임없이 말로 주고 받으며 이야기로 기록하는 사람들.


*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는 일이나 문화적 취향, 즐겨 먹는 음식 등등. 내게 중요한 힌트는 무엇보다도 그가 어떤 장소와 공간을 찾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집중적인 관계를 맺는가이다. (p.234)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보고 '내 나이 되어봐, 너무 재미있어!'라는 말을 읽고 싶었고 들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했다. 완독한 지금은 '사회가 이 모양인데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싶다. 그래도 너도 내 나이가 되어보라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노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말을 해줄 수 있도록, 사회가 그은 선 안에 들어가서 같이 노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인터뷰어, 인터뷰이, 제목, 표지, 필력 등의 모든 것들을 다정함 그 자체로 만들어낸 책! 오랜만에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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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지음,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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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는 강아지의 시점으로 '개'(나중에 반려인 사과가 직접 지은 이름이 '개'다.)가 쓰레기장에 버려진 후, 그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주인을 찾으러 도시에 오면서 시작된다.

정말 가슴 아팠던 장면, '개'를 대하는 사람들(특히 사과 부모🤬)의 난폭성때문에 빡치는 장면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점은, 버려진 강아지들의 "내가 주인을 길들이는 것에 실패했다"는 말. 흔히 인간이 버려진 강아지 시점의 창작물을 만들 때는 '내가 싫어져서 버린거야', '내가 느려서 주인을 놓쳐버렸어', '이렇게 하면 주인이 좋아하겠지?'라는 말풍선이 가득인데 까보 까보슈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버려졌다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잘못이고 죄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거나 내 잘못이야."는 말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고 개들은 잘못이 없지만 "주인을 잘못 길들였으니."라는 말은 왠지 오래 남는다.

얼마 전 강형욱 훈련사의 <고독한 훈련사>에서 "개들이 우리를 선택해 준 거예요, 우리가 개들의 반려견이예요."라는 말. 이 말을 듣고 책 속의 멧돼지와 하이에누의 관계가 떠올랐다. 멧돼지는 주인이 아니라 내 친구라고 말하는 하이에누. 당연히 멧돼지 집은 내 집이기도 하고, 멧돼지는 내 친구니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너무 멋진 반려가족도 있다.

✍️ 요즘 사과는 키가 컸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절대로 다투지 않는다.

어린 반려인과 강아지가 서로 쿵쾅쿵쾅 박자를 맞춰가는 이야기. 꼭 한번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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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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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유리와 유리가 같이 사는 언니의 이야기가 3개월의 일기처럼 써져 있는 '어느 날의 나'. 유리는 가끔 버스를 타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이 살던 옛날 집에 가보고, (예전 집이 되어버린)우리 집에 이사 온 할머니와 안부를 나누고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언니와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산책'을 하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그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p.113-114)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어느 날의 나'는 특별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일상을 담담하고 흘러가듯이 살아내는 소설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살아도 소설의 첫 문장('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처럼 말하고 듣는 사람들이 서로 봐주는 소설. 사실 (나를 포함한)어떤 사람들은 행복한 일이 없어도 좋으니 불행한 일도 없는 보통의 삶을 소망하지만 보통을 평범하게, 아무 일 없게 살아내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이 점을 알아서 이 소설이 힘들게 써졌을 것도 알고, 그래서 더 울컥하게 되는 것 같다. 유리가 버스를 타고 예전 집에 가보는 것도. 특히 유리가 커튼을 사는 일. "두 시간쯤 커튼 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고르지 못했다. 나는 왜 커튼 하나 고르지 못하지? 나는 도통 내 취향을 모르겠다."(p.23)는 유리가 "별것도 아닐 테지만 나에겐 얘기할 만한 일. (..) 누구든 커튼에 대해서라면 커튼이 없더라도 한 마디씩은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하루도 말할 수 있겠구나. 그런 걸 알게 되었다."(p.112-113)라며 바뀌는 순간은 생각할수록 울컥하고 좋다. 보통을 살지만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사는 인물들이 울컥하고 좋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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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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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님의 첫 에세이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박서련 산문이라 안 적히고 박서련 '일기'라 적혀있다. 작가님이 실제로 쓰신 몇 년 전부터의 일기를 묶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박서련 일기라고 써져있는 점이 뭔가 좋네.

"그러다 보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 힘으로 얼마를 더 갈 수 있을까,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그래서 '그때' 게임을 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제법 자주 하게 된다. 이 생각을 할 때마다의 '그때'는 매번 바뀌지만"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에서 제일 공감됐던 부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좋음을 완전히 느끼지 못하고 이 기분은 언제까지 갈까, 이 기분을 얼마동안 타고 이용할 수 있을까 그게 더 먼저 느껴진다. 기분은 기분으로만 느끼고 싶은데.

"끝까지만 쓰면 이 소설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쓰고 나면 나는 오랫동안 이 소설을 쓴 사람으로 기억될 거다. 끝까지만 쓰면.. 이런 생각도 동기부여로는 적절하지 않다. 내가 이 소설을 쓰기에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내가 ( )을/를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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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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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그 뒤를 알아버린 것 같은 기분. 귀엽고 행복하지만 끝이 어떨지 너무 잘 아니까 좋으면서 슬펐다. 하지만 마지막의 ˝찾았다!˝가 풀어주는 위로가 있었다. 저 한마디가 괜찮다고 말해준다. 이래서 어른도 동화책을 읽어야 된다. 오랜만에 깨끗해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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