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름다워서 예쁜 말과 아프지만 예쁜 말을 눈으로 보고싶어서 시집을 잡아쥐고있다.

창비시선으로 이영재 시인의 첫 시집이 태어났다. 시집은 총 1부에서 4부까지 순서대로 상쇄,기형,상대성,투명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시를 읽으며 든 생각은 검은색과 빵종류가 많이 나온다는 것?


제일 좋았던 시는 '캐러멜라이즈'이다.


아름다움이란 것은 대단해서 아름다움에 처하면 누구나 안쪽으로 휘말릴 수밖에 없다 너무 밝은 날, 밝은이 밝음에 육박한 날이었는데 아름다움을 넉 없이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 희고 아름다운 것이 분명 아름답지 않았을텐데 어쩌다
아름다워졌늘까 왜 굳이,
미화된 거지? (p.58)


납득된다 짧았다고 부족했다고 부패할 겨를이 점점 점점 필요했다고 쓰지도 달지도 못하고 엇비슷하게 남겨진, 적절한 형태의 우리는 (p.134)


읽어온 빛이 안쪽에 켜켜이 쌓인 환자들의 뺨이 환하듯, 환하다 서로가 서로의 빛을 속속들이 모른다 (p.137)




아직도 시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귀여운 단어와 좋은 기분을 얻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시대, 내 일의 내일 - 인공지능 사회의 최전선
노성열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달의 동아시아 서평단 선정책을 보면서 '역시 과학분야 전문출판사였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맛집 동아시아)

오늘 읽은 "AI 시대, 내 일의 내일"도 그렇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각 장을 법률,의료,금융,게임,정치군사,예술스포츠,언론마케팅교육,윤리로 나누어 각 분야에 AI가 어떻게 작용하고 그래야하는지 설명해주는데 꼼꼼한 설명이 꽤 재미있다.

사실 의료나 게임에는 AI가 이미 어느정도 차지하는 부분이 있다는건 알고있었는데 법률이나 예술에도 적용가능하다니..! 너무 신기하다.



-


* 마지막으로 이 모든 실용적,도구적 변화를 뛰어넘는 극적인 자세전환이 요구된다. 은행이 고객의 최대이익(행복)을 위해 일하고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금융회사의 가치 기반 투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은행가에게 '왜 은행업에 종사하느냐'라고 물으면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를 원한다. (126-127)


* 인간은 왜 게임을 할까.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을 인생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게임에는 실제 삶의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돼 있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논리적 예측력, 적을 속이는 기만술, 작은 국면에 집착하지 않고 판 전체를 보는 전략적 사고, 모든 게임은 인생의 시뮬레이션이다. 게임은 '작은 인생'이다. 원래대로라면 단 한 번밖에 살지 못할 인생을 게임은 수십, 수백 번 되풀이하며 살게 해준다. 우리는 여기서 이겼다가 지고, 웃다가 울며 실제 인생을 대리 체험한다. (145-146)


바로 인간과 AI의 협업이다. 기계는 홀로 존재할 때보다, 인간이 제대로 활용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나는 법이다. (162)


​* 이와 함께 미래의 일자리는 일과 놀이가 결합된 일-놀이 혹은 놀이-일이 된다. 업무의 게임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일은 밥벌이를 위해, 사회적 신분상승을 위해 견디고 참아야 하는 고행이 아니라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즐거움을 위해 구체적으로 현실에 구현된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놀이가 될 것이다. (285)


* 새교육 방식은 무엇보다 학생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남의 지식을 주입받을 때보다 내가 스스로 찾아보고, 나아가 남을 가르칠 때 가장 빨리 배운다. 동료 학습의 개념이다. 1페이지에서 300페이지까지만 다 읽으면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필요한 양과 질의 지식을 스스로 발굴하고, 이를 남에게 발표,전달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습득하는 게 AI 시대의 교육 방법이다. (287)




-

AI 분야를 전문적으로 말하는 책인 것 같아 살짝 겁먹었는데, AI를 제외하고 말해도 살아가면서 필요한 말들이 많이 써져있다. 위에 쓴건 내가 나중에도 찾아보려고 적어놓는 좋았던 부분들. 기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국 책방 여행기 - 서점을 그만두고 떠난
석류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만들어지고 팔리는 과정이 신기하고, 요즘 인터뷰형식의 출판물들이 너무 재미있는 탓에 석류작가의 <전국 책방 여행기>를 선택해 읽었다.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데 굳이 책방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싶었다. 총 11곳의 책방주인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제일 좋았던 말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기록해보겠다.


- 책방이름의 유래를 다 들어보니 11곳 전부 주인들의 관심사나 취향이 드러난다. 본인의 가치관과 좋아하는 단어를 앞세운게 귀엽다.

- 작가의 공통질문 중 '책에 관심없는 손님이 우연히 이 곳에 들린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거의 모든 서점이 함부로 추천하지않고 그 사람과 이야기해본 뒤 가치관과 취향에 맞게 추천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답다는 생각이 든다.

- 몇몇 책방들이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을 겪고 피해를 보고있다. 이사를 준비하는 책방들도 있었고. 책방도 이 현상을 피해갈수 없구나, 책방운영의 현실을 조금 알게 된 상황.

- 서울에 있는 밤의 서점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이란 답변이 많이 기억난다. "공간 자체에 취해서 머물고 가시고 난 후에 무언가 자기가 포기하고 있던 자그마한 부분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사소하지만 미뤄놓거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고, 그런 것들을 시작했다고 서점에 방문해 저에게 이야기해주신다면 정말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어요."(p.35)

- sns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도 관리한다는 구미의 삼일문고. 누적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쓰인다고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점이 기록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인데 일단 뭐든지 한 곳에 모아놓고보면 되지 않을까..

- 대전의 도시여행자의 목표가 신기했다. 도시여행자도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입어 곧 이전을 준비중인데 후에는 도시여행자를 이용하는 손님들과 월세를 함께 내는 방식도 생각중이라고. 임대로 운영하는 책방운영은 사실상 힘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모아 건물을 매입하고 공동으로 권리를 가지고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책방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생각한 신기한 아이디어!

- 이 책 중에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건 경주의 오늘은책방. 사장님들의 답변과 일화가 글자로만 읽어도 정말 사랑스럽다..! 오늘은책방은 새 책보단 헌책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데 내가 헌책을 구입하고 애용하는 이유와 똑같았다. 첫째는 환경, 생태문제로 이미 존재하는 책을 잘 활용하고 싶었다는 점, 둘째는 이미 누군가가 읽었던 책이기에 다음에 읽게 될 사람과 교감이 이어진다는 점.

그리고 11곳의 책방주인들의 활동 중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 활동인데, 출판사에서 오늘은책방에서 먼저 저자와의 대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분들은 역제안으로 아이들 책이니만큼 기존 방식과는 달리 아이들이 직접 저자를 섭외하고 대화를 준비해나가는 형태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출판사도 이 제안을 좋아했고 행사 진행 후 아이들과 저자도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센스는 정말 책과 독서활동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진짜 멋진 아이디어..


나는 여행을 잘 안 다니는 편인데도 가끔 가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인스타로 지방의 작은책방들의 소식을 볼 때다. 책방 하나때문에 여행을 가고싶을 정도로 요즘은 작은 책방들이 관심이 많이 가는데, 인터뷰로 묶은 이 책 덕분에 잘 몰랐던 책방들도 알게됐다. 많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살아남기가 점점 힘들다는게 작은 책방이라는데, 그럼에도 작은 책방들이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책방주인들의 취향을 몰래 볼 수 있고 내가 작은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부터 페미니즘을 마음먹고 공부해보자! 싶어서 선택한 <이상한 정상가족>.

가족이 정상인데 왜 이상한가 싶은 책 제목답게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제도 덕분에 결혼마저, 가족제도마저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 읽은 후 지금은 소위말해 나도 빻은 생각을 정말 많이 했구나, 틀에 박혀있구나 하는 마음이다.


벼랑 끝에 몰린 미혼모가 영아유기라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은 여성만 받는다. 현행법이 직접 아이를 버린 행위를 한 사람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친부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도움을 거절당해 아이를 유기했을 때도 친부는 법적 책임이 없다. 아이는 남녀가 함께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데 왜 여성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걸까. (p.113)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미혼모를 얼마나 등한시하는 부분이였다. (저자는 '미혼모'라는 단어 대신 '비혼모'라는 단어를 지향해야한다했지만, 독자의 편의상 미혼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도 같은 이유로 미혼모라는 말을 대신해 쓰겠다.)

미혼모라는 말은 있어도 왜 미혼부라는 말은 없을까, 원하지 않는 임신은 왜 남자는 나몰라라, 여자만 책임져야하고 정부와 대중은 왜 비혼상태의 임신을 여자탓만하고 여자만 더럽게 쳐다보는걸까? 이 나라가 약자와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라는 동안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비혼인들의 보장제도와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악순환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목차처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김범준 교수님의 신간 “관계의 과학”을 받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과학 분야 책은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읽은 지 정말 오래됐는데 과학책이라니, 그것도 통계물리학이라니. 그럼에도 목차부터 자세히 살펴보고 묵묵히 읽는 것에 도전했다. (서포터즈 활동을 잘리면 안 되니까..) 그리고 완독에 성공했다. 미리 말하자면, 오랜만에 읽은 과학책의 완독을 할 수 있었던 건 깔끔하게 잘 쓰여진 책 한 권 덕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목차마다 과학의 용어를 이용해서 다양한 관계의 설명을 한다. 평범한 설명도 아니고 정말 재미있는 관계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으로 우정을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마당발이 있는 관계망과 마당발이 없는 관계망을 설명하고, 중력파 검출 실험의 예로 차은우와 필자가 닮음을 증명하는 합성사진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변화는 소수의 훌륭한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p45


내가 책을 읽고 제일 좋아했던 문장이다. ‘관계의 과학’이 좋았던 점은 단순히 과학으로 과학의 관계만 설명한 것 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현시대의 문제점과 사회 환경의 관계까지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그것도 재미있고 쉽고 술술 잘 읽히게. 목차 앞에 붙여놓은 과학용어만 어렵지 그와 관계된 설명들은(또는 현상들)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과학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일단 30페이지만 읽어보세요, 그러면 그 뒤는 알아서 읽게 될 거예요..’ 믿고 보는 동아시아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