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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 -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과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구우편》
마테오 리치.마르티노 마르티니 지음, 정민 옮김 / 김영사 / 2023년 11월
평점 :
어릴 때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다르다는 말… 나만 속상한가? 누군가 '사회생활하며 만난 친구와는 진정한 벗이 되기 어렵다'고 확언한다면 수긍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럼 더이상 어리지 않은, 이제 친구는 사회에서 사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새로운 친교나 우정은 어떤 의미인가? 별일 없다면 40년은 더 살 텐데… '진짜 친구' 한명 쯤 더 만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믿어야 진정한 벗을 만날 자격도 있을 테고.
이 책은 16~17세기 동서양 문물 교류의 선구자였던 두 명의 이탈리아 선교사가 우정에 대해 정리한 <교유론>과 <구우편>의 완역판이다. 아무리 우정을 소재로 했대도 서양철학 바탕이니 어려울 것 같았고, 400페이지란 분량도 부담됐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뒤에 수록한 <구우편> 영인본 (원본을 사진이나 기타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물) 분량만 100여 페이지고, 그 외 구성은 다소 중언부언st라 의외로 책장 넘기기 수월했다. 성경이나 이솝우화 등 비교적 쉽고 친숙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니 겁먹지 마시길. 모두가 알고 있는 진리지만 평상시엔 잊고 사는, 실천하긴 어려운 통찰을 되새기기 좋다.
📚"벗과 사귄 뒤에는 믿어야 마땅하고, 벗과 사귀기 전에는 삭펴야 마땅하다." -p.39
📚"벗이 벗에게 선물을 주고 나서 보답을 바라는 것은 선물이 아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바꾸는 것과 같을 뿐이다."-p.40
📚"벗이란 찾는 데 오래 걸리고, 얻기가 드물며, 간직하기도 어렵다. 혹 눈에서 벗어나면 바로 마음으로 그리워하게 된다."-p.78
➡️ 간혹 "벗의 칭찬과 원수의 비방은 둘 다 믿어서는 안 된다."처럼 아주 작은 물음표가 뜨는 말도 있고, "벗의 물건은 모두 공유해야 한다."처럼 나로선 수긍하기 어려운 생각들도 있긴 하지만 연말에 이 책을 보며 그간 연락 없이 지낸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 바쁘겠거니… 잘 살고 있겠거니… 내 생각이 나면 한 번쯤 연락하겠거니…하지 말고 안부 좀 묻고 살아야지. 명절 인사도 안 하고 산지 꽤 됐는데 이번 설엔 꼭 하기로 마음먹게 해준 책.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