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 조현병 환자의 우정, 사랑, 그리고 법학 교수가 되기까지의 인생 여정
엘린 색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소우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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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0대 시절부터 조현병을 앓으면서 옥스퍼드에서 석사를 마치고, 예일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석좌 교수 자리에 올라 베스트셀러를 집필하고 맥아더 재단에서 주는 '천재' 보조금까지 받는 여자가 있다.

그게 가능하다고?

이 책은 조현병 환자인 엘린 색스의 에세이로 그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법학 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

📚 정신증적 장애 중 가장 심각한 병인 조현병은 (중략) '인격 분열'이 아니다. 조현병에 걸린 정신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중략) 나는 환각은 많이 경험하지 않지만ㅡ때로 환각을 보고, 때로 환청을 듣는다ㅡ 솔직히 망상은 자주 겪는다.-p.463

📚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해요. 오늘만 해도 이미 여러 번 나를 죽였다고요. 조심해요. 당신한테도 옮을지 모르니까.-p.20

📚 병이 정말로 확연하게 드러나기 전에 전구기라는 단계가 있는데 (중략) 문제는 전구기의 증상들이 (중략) 건강한 십 대들이 청소년기의 일반적 과도기를 통과할 때 겪는 경험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불규칙한 수면이나 집중력 저하, 어렴풋한 긴장감이나 불안감, 성격 변화, 그리고 또래와의 사교생활을 멀리하는 것 등이 그렇다. 부모는 자녀가 진단을 받고 난 뒤에야 과거에 분명한 전조의 시기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당시에는 아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만 짐작했을 것이다.-p.249~250

✅️유학 생활 중 정신 분석 치료를 받으면서도 수치스러워서,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본인의 인생에 간섭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 부모에게조차 자신의 병증과 진단명을 밝히지 않았던 그녀가 온 세상에 자신이 조현병 환자임을 알리게 된 이유가 뭘까?

✅️첫째, 미디어의 광란이 만들어낸 낙인과 달리 조현병에 걸린 대다수의 사람은 결코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해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p.465

✅️둘째, 다른 이들이 이 병을 이해해주기를 그리고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희망을 얻길 바라기 때문이다.

노력한다고 누구나 그녀 같은 성취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 자신을 존중해주는 동료들과 직장 내 환경이 있었음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저자의 놀라운 성취는 그녀가 워낙 총명한 데다 미국이랑 영국이라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해서 국내 평범한 조현병 환자나 가족들은 더욱 한숨짓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모두가 그녀의 친구들과 남편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솔직히 나도 자신없다. 무서워만 말고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한번이라도 헤아려보자 다짐할 뿐...🙏

📚사람들은 누군가 암에 걸렸을 때는 꽃을 보내지만, 정신질환에 걸렸을 때는 꽃을 보내지 않아.

📚당신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에게 주어진 도전은 자기에게 딱 알맞은 인생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건 정신질환이 있든 없든 모두에게 주어진 도전이 아닐까? 나의 행운은 내가 정신질환에서 회복했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회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결코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인생을 찾았다는 것, 그것이 나의 행운이다.-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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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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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꽤 익숙한 정지돈. 그의 작품은 처음 읽는데 굉장히 독특하다.

안타깝게도 난 이 작품의 독창성을 향유할 깜냥이 못 돼서 감상보다는 책소개와 평가에 중점을 둬야 하는 서평의 본질에 충실하려 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이므로 가능한 한 팩트만 정리하겠다.

제목이 길어도 너무 길어 몇 글자인지 세어볼 생각도 안 드는 이 소설집은 네 편의 연작소설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란 제목의 에세이 한 편, 문화연구가 안은별 님의 '환승 : 덧붙임- 생각의 열차'라는 글,  정지돈 작가와 안은별 님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스스로 독서력이 미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꼭 읽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뒷부분에 수록된 안은별 님의 글과 두 사람의 대화 먼저 읽길 권하고 싶다.

그래야 좀 이해하지 무턱대고 소설부터 읽으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감을 잡긴커녕 독서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듯.

도전정신 강한 분, 참신한 형식의 소설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하며 독특한 작품이란 외의 말은 아래 내용으로 갈음하니 책 선택 시 참고하시길.

📚정지돈은 이번 연작에서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장소와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어내며 다시 한번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과 그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소설집에 담긴 네 편의 연작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해‘나’와 그의 파트너 엠이 도시를 산책하고 또 뛰면서 겪는 일상적이면서도 기이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동시에 발터 벤야민의 산책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달리기까지,‘모빌리티’에 대한 정지돈 특유의 매력적인 레퍼런스와 위트 있는 통찰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 ‘모빌리티’는 “움직임, 그것과 분리할 수 없는 움직임의 재현과 의미, 구체적으로 경험되는 움직임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지돈은 이러한 개념을 소설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와 이동 혹은 움직임을 “A에서 B로 가는 것 이상을 의미”(안은별, 덧붙임)하는 것으로 확장한다. 그렇게 그가 소설 속에 담아내는 ‘모빌리티’에 관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나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소설과 소설이 관계 맺는 방식 등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들을 전한다."-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에서

#도서협찬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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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지배 - 디지털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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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독일어판 원제는 저자가 새롭게 발굴한 개념 '인포크라시(Infokratie)’로 정보체제 내에서 민주주의를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지배 형태를 뜻한다. 한병철 님은 이 개념을 통해 정보체제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음을 경고한다.

정보체제는 정보가, 그리고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통한 정보의 가공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과정들을 좌우하는 지배형태를 말한다. 정보체제에서는 몸과 에너지 대신 정보와 데이터를 착취하며 데이터를 통한 감시가 이루어진다.

정보체제에 예속된 사람들은 모두 자아를 숭배하며 자기를 공연하고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만든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라는 정보원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체제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다. 자신은 매우 자유롭고 진정성 있고 창조적이라 망상하면서.

“우리는 소통과 정보에 도취하여 혼미한 상태다. 정보의 쓰나미가 파괴적인 힘들을 발휘한다. 어느새 그 쓰나미는 정치 분야마저 덮쳐 민주주의적 과정에 막대한 혼란과 장애를 유발한다. 민주주의가 인포크라시로 변질하고 있다.”-p.27

한병철 님의 책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피로사회> <사물의 소멸>보다 훨씬 잘 읽혔다. 평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거부감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는 편이라 와닿는 내용이 많아서일 수도. 밑줄 치다 포기했을 만큼 버릴 내용이 없다.

챗gpt 등장에 열광했다면 혹은 마냥 신뢰한다면
매일 sns를 이용한다면
아니, 그냥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강력추천

가짜뉴스는 거짓말이 아니다.(중략) 도널드 트럼프가 자기 형편에 맞게 모든 것을 거침없이 주장할 때, 그는 의식적으로 사정을 왜곡하는 고전적 거짓말쟁이다 아니다. 오히려 그는 진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맹이자 실재맹인 사람은 거짓말쟁이보다 진실을 더 크게 위협한다. 미국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라면 오늘날의 트럼프를 "개소리쟁이"라고 부를 법하다. 개소리쟁이는 진실에 반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진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p.82 /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란 뜻이었음 ㅋㅋㅋ

인플루언서들은 모범으로서 숭배받는다. 그리하여 이 모든 사정이 종교적 차원을 획득한다. 동기부여 훈련자의 역할을 하는 인풀루언서는 구원자로 행세한다. 팔로워는 신봉자로서 인플루언서의 삶에 참여한다. 즉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연출된 일상에서 스스로 소비한다고 하는 상품을 구매한다. 그렇게 팔로워는 디지털 성찬식에 참여한다. (중략) 소셜미디어는 교회와 같다. 좋아요는 아멘이다. 공유는 성찬식이다. 소비는 구원이다.-p.18~19

텔레스크린과 텔레비전 화면은 오늘날 터치스크린으로 교체된다. 새로운 예속 매체는 스마트폰이다. (중략) 정보 체제의 예속 구호는 이러하다. 우리는 죽도록 소통한다. -p.34 (더이상 본질이라 할 수 없는 소통을 강요하는 인스타그램)

심리기록법이라고도 하는 심리측정법은 데이터에 기초하여 성격 프로필을 작성하는 기법이다. (중략) 데이터가 충분히 많으면, 심지어 우리가 우리 자신에 관하여 안다고 믿는 바를 넘어선 정보들도 생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심리측정용 기록장치다. 우리는 그 장치에 매일, 아니 매시간 데이터를 공급한다. (중략) 정보체제는 심리측정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고, 그 정보는 심리정치에 투입된다.-p.37

시민이 여론 로봇과 상호작용하고 그 로봇에 의해 조작될 때, 출신과 동기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행위자들이 정치적 논쟁에 끼어들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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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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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에너지라는 방대한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공학, 역사, 사회, 경제, 정치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한 과학자다.

이 책은 그 평생 연구의 결과물로 세계 에너지 공급 시스템, 식량 생산, 저자가 현대문명의 네 기둥이라 부르는 암모니아, 강철, 콘크리트, 플라스틱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지탱하는지 등을 통해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우리 미래의 한계와 기회에 대비하고자 한다.

빌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라는 저자는 서문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에게 뒤에서부터 읽으라고 부탁을 겸한 경고를 한다. 읭? 뒤부터 보라는 책은 처음입니다만? 🤔

📚"이 책은 숫자로 가득하다. 현대 세계의 현실은 정성적(定性的) 설명만으로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쓰인 숫자는 필연적으로 엄청나게 크거나 무척 작다. 이런 현실은 세계적으로 유효한 접두사로 표현되는 자릿수로 다루는 게 최선이다. 자릿수와 관련해 기초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면 부록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1장부터 에너지를 정량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한 숫자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p.23

✅️ 자릿세는 많이 들어봤는데 자릿수는 뭐지…

📚 "간단히 말해, 자릿수가 어떤 정수에서 첫 아라비아숫자의 뒤에 오는 아라비아숫자의 개수, 혹은 소수점 앞에 있는 첫 아라비아숫자의 뒤에 오는 아라비아숫자의 개수라고 생각해보자. 예컨대 7이란 숫자 뒤에 어떤 아라비아 숫자도 오지 않는다면, 또 3.5라는 숫자에서 첫 번째 숫자와 소수점 사이에 어떤 아라비아숫자도 추가로 쓰이지 않으면, 두 수는 0자릿수에 있는 것이 된다. 이 말을 십진법 상용로그로 표현하면 10⁰이다. (중략) 여기서 10배씩 뛰면 차례로 백 단위(10²), 천 단위(10³), 만 단위(10⁴), 십만 단위(10⁵), 백만 단위(10⁶)로 헤아려진다."-p.405

📚 "어떤 값을 생략하지 않고 전부 쓰거나 십진법 상용로그의 지수로 표시하는 것보다 자릿수를 더 쉽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중략) 그리스어가 처음 세 자릿수를 가리키는 접두어로 쓰인다. (중략) 실제 숫자부터 특정한 명칭까지 모든 것을 다음의 표로 요약할 수 있다."-p.406

✅️ 두번째 첨부사진 참고

신세계구먼.. 여기서 내 문제는 저렇게 봐도 그 수가 얼마나 큰 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건데…🤣🤣 복잡한 현대 사회를 이해하려면 자릿수부터 알아야 한다니 참고합시다.

✨️5장이 가장 기대됨✨️

#도서협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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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의자
고우야마 요시코 글, 가키모토 고우조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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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작은 의자를 만들었다. 어디에 쓰면 좋을까 생각하던 토끼는 의자를 큰 나무 옆에 갖다두고 '아무나'라고 쓴 팻말을 세운다.

누구나 의자에서 쉬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의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당나귀는 의자 위에 도토리가 가득 든 바구니를 올려두고 잠이 드는데...
그때! 지나가던 곰이 의자 위 도토리를 발견하고
아무나 먹어도 된다는 줄 알고 몽땅 먹어치운다.

빈 바구니를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 곰이 취한 행동은?

곰이 떠난 후엔 여우가, 여우가 떠난 후엔 다람쥐 열 마리가 나타나는데... 한참 후, 잠에서 깨어난 당나귀는 바구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

✅️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회 선정도서’이자, ‘일본 유치원 교사가 뽑은 유치원 그림책 대상' 수상작으로 1981년 초판 발행 이후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토끼의 의자>는 장난감이나 먹는 것 등을 친구들과 나눌 줄 모르는 3~5세 유아에게 읽어주면 딱 좋을 내용이다.

귀여운 그림체와 따스한 색감까지 마음에 든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미덕이 무엇인지 알려줄 이야기를 찾고있다면 추천합니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서협찬 #북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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