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롭게 또 새롭게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2년 7월
평점 :
목차를 보는 순간,
아, 이 책은 소장각이다!
(목차는 마지막에 소개됩니다)
책장에 꽂아두고
삶의 무게에 짖눌려 녹아날 때
비장의 무기처럼
꺼내 들어도 좋고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바닷가 해변, 혹은
고즈넉한 산자락에 앉아
한 장씩 보다
눈 감고 명상에 잠겨도
좋을 책이다.
엮은이 김태균은
무릎건강을 지키는
정형외과 의사로
환자들이 관절건강은 물론
마음과 영혼의 건강까지 회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엮으셨다고.
"나에게 있어서 명시와 명언은
시련 속에서 탄생한
인류의 숭고한 정신의 표상이다.
이 자랑스러운 유산에
이해선 작가의 사진에 담긴
빛과 아름다움을 헌정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심신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괴로움을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중
판교에 새 병원을 개업한 뒤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고
의료진과 직원들
사기도 높이기 위해
월요일 아침 명시와 명언을
이해선 작가의 사진과
함께 나누었는데,
그렇게 나눈 글과 사진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새롭게 또 새롭게』는
관절 통증 뿐 아니라
환자들 삶의 통증까지
돌보고자 하는
그의 작은 실천인 셈이다.
처음 책을 펼쳐 쓱 훑을 땐
별다른 감상이나 언급 없이
시와 사진,
혹은 명언과 사진만 담겨
밋밋하다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고 나니
왜 이렇게 편집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김재진 시인이 추천사에서 언급했듯
인도의 구주 라즈니쉬는
"천 편의 시를 썼다 해도
시인 아닌 사람이 있고
단 한 줄의 시를 쓴 적 없어도
시인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자로 된 시보다
살아가는 삶 자체가
시가 되라는 말인데,
시를 읽는 동안 만큼은
독자도 시인이 되기에
언급과 설명 자체가
군더더기라는 의미일 게다.
무려 150편이나 되는
시와 명언도
참으로 소중하지만
'사물과의 깊은 교감을
절제된 앵글에 담는'
이해선 작가의 작품이
그 여운을 더한다.
1부는 80여 편의 시를
사랑, 그리움, 행복
세 가지 주제로 담았고,
2부는 인간관계, 성공,
성장하는 삶을 위한
명언 70여 편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의 대표하는 명시는 물론
고전 시, 외국 시까지 다양하게 담아
평소 접하기 힘든 시를
한 권의 책으로 간직하며
두고두고 곱씹어가며
위로 받을 수 있어 유익하다.
책 속에 담긴 시를 읽는동안
나누고픈 이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한창 사춘기라
행동도 말도 돌발적인
조카에게는 이해인 님의
'나를 키우는 말'을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
고민인 친구에겐
칼릴 지브란의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구에겐
김재진 님의 '못' 을
한창 진로 고민 중인
후배에겐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그리고 내 방
옷장과 화장대 거울 앞에
붙여 둘 두 편의 시까지...
특히 인상깊었던 건
에필로그에 소개된
엮은이의 병원에서 퇴원을 앞둔
환자들을 모시고 한다는
두 가지 행사였다.
하나는 명상의 시간 '위즈덤세션'
무릎관절 전문의로서
무릎관절 회복을 돕는 것이
1차 목표겠지만
'늙어가며 병을 앓고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
세상의 섭리이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관점의 변화가
환자가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갖는 시간이라고.
두번째 행사는 '졸업여행'.
병원 옥상에서 재활치료에서 배운 운동법,
계단오르기, 근력운동, 스트레칭을 함께 하며
퇴원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퇴원으로 병원에서의 치료는 끝나지만
이제 삶 속에서 스스로 해야할
재활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족,
함께 일하는 이들과
명상을 통해서
건강의 회복과
삶의 행복을 돕는 병원,
만약 '명의' 라는 단어를
누군가에게 붙인다면
육체의 고통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주는
이가 아닐까.
몇 년 전 아버지 허리 통증 때문에
TV 출연이 잦은 의사가 있는
유명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하루 종일 각종 검사와
사진 촬영으로 고생하시고
된통 바가지만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좀 더 많은 정보를 찾아
이런 병원을 찾았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누군가에게
소개해줄 병원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1부 살아 있는 기쁨
내 마음을 울린 시
1장 사랑
꽃 | 김춘수
당신 생각에 | 앤드류 토니
마흔 번째 봄 | 함민복
풀꽃·1 | 나태주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오늘 | 칼라일
사랑은 불이어라 | 박노해
어떤 경우 | 이문재
어머니 1 | 김초혜
나의 꿈 | 한용운
사랑만이 희망이다 | V. 드보라
희망이란 | 루쉰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사랑의 아픔 | 미셸 쿠오스트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김재진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누가 참 나일까? | 진각 혜심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승무 | 조지훈
진달래꽃 | 김소월
낙화 | 이형기
마침표 | 민병도
사랑에 답함 | 나태주
2장 그리움
해당화 | 한용운
매화 | 김용택
국화 옆에서 | 서정주
선운사에서 | 최영미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사랑굿 1 | 김초혜
사막 | 오스텅스 블루
장미와 가시 | 김승희
낙엽 | 구르몽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인생 예찬 | 헨리 롱펠로
마음 하나 | 조오현
타는 가슴 | 에밀리 디킨슨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달빛 | 이규보
나그네 | 박목월
갈대 | 신경림
송림에 눈이 오니 | 정철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옛 마을을 지나며 | 김남주
못 | 김재진
천만리 머나먼 길에 | 왕방연
그 사람에게 | 신동엽
광야 | 이육사
낙화 | 조지훈
서시 | 윤동주
3장 행복
순리 | 신흠
방랑의 길에서 | 헤르만 헤세
달빛과 산빛 | 최항
휘는 보리처럼 | 사라 티즈데일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를 키우는 말 | 이해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풀 한 포기의 절 | 박호영
아지랑이 | 조오현
인생 거울 | 매들린 브리지스
멀고 먼 길 | 김초혜
평온함을 위한 기도 | 라인홀드 니버
긍정적인 밥 | 함민복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인생 | 칼릴 지브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
책 | 존 플레처
열매 | 오세영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대추 한 알 | 장석주
새로워지십시오 | M. M. 맥고
다시 | 박노해
지금 하라 | 찰스 스펄전
사람, 일생의 계획 | 관중
새로운 길 | 윤동주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2부 절망이 아닌 희망
내 삶을 바꾼 명언
1장 관계 맺는 삶
진정한 아름다움 | 아누크 에메
삶의 의미 | 조지 워싱턴 카버
가장 중요한 것 | 로라 잉걸스 와일더
선행 | 루이스 오친클로스
분노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균형 있는 삶 | 카를 구스타프 융
기운을 북돋다 | 마크 트웨인
용서 | 노먼 커즌스
귀담아듣기 | 잭 우드포드
우정 | C. S. 루이스
사는 게 힘들 때 | 시드니 해리스
누군가의 잘못보다 | 새뮤얼 존슨
행복하게 사는 길 | 메리 스튜어트
진정한 탐험 | 마르셀 프루스트
인격의 성장 | 헬렌 켈러
진정한 나 | 조이스 캐롤 오츠
참되게 사는 것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우정의 관리 | 새뮤얼 존슨
정직과 용기 | 엘리너 루즈벨트
내가 먹은 것 |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렝
남의 탓 | 로버트 앤서니
화 | 붓다
치유 | 레베카 폴즈
잠시 멈추다 | 기욤 아폴리네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삶 | 인디언 체로키 속담
칭찬 | 조이스 브라더스
삶의 지혜 | 임어당
친절함 | 플라톤
관계 | 조안 바에즈
단 한 가지 잘한 일 | 데일 카네기
지금 여기, 이 순간 | 틱낫한
두 가지 마음가짐 | 나폴레온 힐
작은 일에 소홀한 사람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시각을 바꿔라 | 마야 안젤루
2장 성장하는 삶
강한 정신 | 해리 트루먼
흙은 쌓여 산이 되고 | 홍자성
생각하는 대로 | 폴 발레리
가치 있는 것 | 조나단 코즐
기회 | 오비디우스
신념 | 에드나 밀레이
생각을 바꿔라 | 노먼 빈센트 필
기다려라, 인내하라 | 로버트 슐러
최선을 다하다 | 임어당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것 | 올더스 헉슬리
열정을 잃지 않는 능력 | 윈스턴 처칠
성취와 성공 | 헬렌 헤이즈
일하는 즐거움 | 펄 벅
가야 할 항로 | 카를 슈르츠
일의 미덕 | 볼테르
역풍 | 루이스 멈포드
일상의 작은 변화 | 메리언 라이트 에덜먼
창의력 | 조지 S. 패튼
방향키 | 세네카
자투리 시간 | 랄프 왈도 에머슨
앞으로 나아가다 | 제임스 브라이언트 코넌트
차근차근 해나가기 | 체스터필드 경
지금부터 시작하라 | 칼 바드
어둠 속에서 성장한다 | 헨리 밀러
위기를 극복하기 | 샤를 드 골
행동하라 | 시어도어 루스벨트
시도하라 | 월리 아모스
담대하라 | 윌리엄 벤저민 배질 킹
용기 | 세네카
기다리지 마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끊임없는 배움 | 조 카를로조
우리 안에 있는 것 | 랄프 왈도 에머슨
끈기 | 찰스 스펄전
자신을 바꿔라 | 톨스토이
도전하라 | 데일 카네기
기회를 잡다 | 카일 챈들러
게으름 극복하기 | 알베르 카뮈
일요일에 입원하는 분들은 1층 고객지원실에서 입원 수속을 하고는 같은 층에서 가족들과 작별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환자는 물론 가족도 우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은 정겨운 가족을 떠나 낯선 곳에 남겨지는 것을 무섭고 서럽게 느끼는 듯하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은 더욱더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수술실 입구 맞은편에 고운 간호사 사진을 걸고, 그 이름을 ‘Angels’라 하였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닌 천사의 품에 안기는 것라는 뜻으로.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출구 벽면에는 예쁘고 귀여운 티베트 아이들 사진 모음을 걸어서 제목을 ‘인연, 언젠가 만날’이라 지었다. 이제 재활 치료 잘 마치고 저렇게 곱고 설레는 인연들을 만들어가시라는 기도를 담아서.
---「1부 1장 사랑」중에서
수행의 중요한 방편으로 절을 강조하시는 불필스님께서 병실에 계실 때 하신 말씀, “원장님, 매일매일 108배는 해야 원장님이 계획하는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끈기 부족하고 게으른 내가 이참에 수술장 갱의실에 방석을 준비해서 수술 들어갈 때마다 3배를 한다, 108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불: 이 환자분이 부처님이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법: 모든 순간을 배움의 기회로 삼겠습니다.
승: 팀을 잘 이끌어서 화합을 이루겠습니다.
---「1부 2장 그리움」중에서
기쁘고 흐뭇한 시간보다는 걱정하며 가슴 저리는 시간들이 더 많다. 그러나 이 시간들로 생각하고, 헤아리고, 깨닫게 된 많은 사실이 오히려 고맙다.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다. 오체투지, 온몸을 낮추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티베트 수행자처럼, 만나는 한 분 한 분의 인연마다 정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고마움을 대신한다.
---「1부 3장 행복」중에서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사랑을 자비(慈悲)라고 한다. 두 글자는 비슷한 뜻이지만, 엄밀하게 자(慈)는 상대방에게 기쁨을 준다는 뜻이고, 비(悲)는 상대방의 고통을 함께 아파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해선 작가의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그의 깊은 연민 때문인지 많은 경우 조금은 슬프다. 그러나 첫눈에서 씩씩하게 걷는 두 인도 의사의 힘찬 모습 에서는 희망과 격려를 본다. 작가의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존재가 그의 자비의 염원으로 위로와 희망을 얻기를 기도한다.
---「2부 1장 관계 맺는 삶」중에서
오늘도 진료실에서 저는 세상을 배웁니다. 불편한 두 다리로 꿋꿋하게 한 걸음씩 걷고 계신 자그마한 할머님께 오늘도 가장 깊고 넓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2부 2장 성장하는 삶」중에서
관절의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들에 대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러나 관점의 변화가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궁극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 없이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한 삶에서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늙어가며, 병을 앓고, 죽음을 향해서 가는 것이 세상의 섭리이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이것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지혜가 아닐까? ---「에필로그」중에서
관절의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들에 대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러나 관점의 변화가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궁극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 없이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한 삶에서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늙어가며, 병을 앓고, 죽음을 향해서 가는 것이 세상의 섭리이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이것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지혜가 아닐까? ---「에필로그」중에서 - P3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