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치매 가족 가이드북!’
홍경환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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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 친할머니 모습은

세 장면으로 요약된다.

#1. 방학을 맞아

가족 모두 할머니 댁에 갔을 때,

"아이구 내 강아지 왔냐" 하며

우릴 껴안고 소리 내 우시던 모습

#2. 청약당첨으로

여의도에 아파트를 마련한 아버지가

할머니를 시골에서 모셔왔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선장 따라

보길도로 시집 온 해녀할머니는

16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여의도광장을 내려다보시더니

"아이고 어지러워,

나는 여기 못 살겠다"

하시며 고개를 저으셨다.

#3. 마지막 장면은 나의 상상.

90세가 넘어 노망난 할머니는

(당시엔 치매를 이렇게 표현했다)

돌담을 단숨에 뛰어넘을 정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셨다 한다.

할머니는 90세 넘어 장수하셨지만,

마지막 순간은 당시 표현으로

가족들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벽에 똥칠하며' 고생하다 떠나셨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어른들로부터

담장을 뛰어넘어 다니신다는

할머니의 기행에 대해 들었을 때,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

바람을 가르며 담장을 뛰어넘는

'홍길동전' 속 의적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할머니를 모셨던 큰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겪어낸 현실은

참으로 고단하고 기막혔을 것이다.

예전엔 이 '노망' 이라는 단어가

기이하고 특이한 상황이었다면

현재 '치매'로 바뀐 이 단어는

대부분의 가족들이 겪어내는

평범한 현실이 되었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율이 10%정도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스마트비즈니스에서 펴낸

'절대지식치매백과사전'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무려 9년간 간호해 온 아들

홍경환씨가 직접 쓴 책이다.

처음 책을 받고

제목이 '백과사전'이라

미리 각오는 했지만

책의 부피 자체가

엄청나게 두꺼움에 놀랐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더 잘 모시고 싶은 생각에

관련 서적을 수 십권 탐독한 저자는

자신과 같은 치매가족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직접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한다.

사실, 전문적인 지식을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정리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건

자신이 필요에 의해 습득한 지식을

직접 체험하고 실행하며

체화했기에 가능했으리라.

나 역시 경도인지장애에서

초기치매로 가는 과정에 계신

아버지를 모시는 상황이라

책을 받고 목차를 넘겨보는데

어쩜 이렇게 필요한 내용이 가득하고

눈에도 쏙쏙 들어오는지...


특히 서문에서 저자가 당부한

"책을 부분만 살펴보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분만 읽으면 잘못된 상식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라고 한 말이 와 닿았다.

절대지식치매백과사전 이긴 하지만

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고

수시로 필요한 대목을 들춰보는 게

이 책의 올바른 사용법이란

생각이 든다.

당장, 자신의 눈에 낯선 물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갖다 버리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부산 언니에게

이 책을 한 권 보내줘야겠다.

최근 어머니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동안 가졌던 좋은 기억을

모두 지우고 가시지만 않았음 좋겠어"

라고 괴로움을 토로한 적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찾아오는 수많은 물음표들,

"왜 어머니는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할까?"

"왜 어머니는 물건을 갖다 버리실까?"

"왜 어머니는 지저분하게

휴지를 자꾸 챙겨오실까?"

이런 다양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면

괴로움의 수준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조언한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

마음의 위로를 받고

고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아하! 경험' 이라고 한다.

보호자들의 고통이 경감되려면

이러한 '아하! 경험' 이 많아야 하고

이를 위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최근 배우 윤정희씨 치매 발병으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겪는

안타까운 현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은

마라톤과도 같다.

치매환자 평균 생존기간이

진단 후 9.3년으로

조사되고 있기에

가족이 돌보는 기간은

대략 10년 정도 된다고 봐야한다.

가족의 힘만으로는 사실 버겁고

병원과 사회제도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가지 강조할 것은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고

오늘 진단 받았다면

치매를 유발하는 질병은

이미 10-15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식습관이나 약복용의

누적된 결과로

치매가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에겐

정말 좋은 치매 책이 필요하고

어쩌면 이 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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