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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완치설명서 - 뇌신경학 박사 박지현의 어지럼증 이야기
박지현 지음 / 피톤치드 / 2022년 3월
평점 :
작년 6월의 어느 날, 며칠 동안 밤 늦게까지 일을 하였고 그 날 역시 아이를 등원시킨 후 식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통 입맛이 없어서 아침도 거른 채 커피 한 잔을 아침 대신 마시며 점심도 잊고 일을 하고 있었다. 오후 1시가 좀 넘은 시간,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몸이 심상치가 않았다. 너무 어지럽고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그때는 단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 줄 알고 얼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뭔가를 먹으면 금방 나아질 줄 알았다. 아이를 태우고 집에 오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어떻게 운전을 해서 집에 왔는지도 기억이 않을 정도로 아찔한 운전을 하며 집에 마침내 도착했다. 집에 와서 허겁지겁 음식들을 먹었지만 어지러움이 사라지기는 커녕 엎친데 엎친격으로 혀마저 저릿해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머리에 있는 듯 심장 박동이 크게 느껴졌고 목과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진 느낌이 들었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지러움은 전혀 호전되지 않은 채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처음으로 찾아간 병원은 동네의 신경외과였다. 말초신경에서의 문제가 의심된다고 하여 안면 신경 검사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이렇다 할 문제가 보이진 않는다며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줄테니 먹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한의원을 찾았다. 목과 어깨에 침 치료를 하면 증상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역시 별 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뇌MRI와 혈관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큰 병원을 찾았다. 그 결과 역시 검사 결과로는 아무 문제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처음 어지러움을 느낀지 20여일이나 지나는 등 증상으로만 본다면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 당장이라도 큰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예약을 하고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이었다. 균형 검사, 이명 검사, 안진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지만 역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너무 어지럽고 아이와 놀이터에 나가 노는 것조차도 할 수 없을만큼 어지러웠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메니에르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복용약과 함께 고막에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는 치료를 4번 정도 진행하였고, 약 때문인지 주사 때문인지 조금 증상이 나아지는 듯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무리를 한 날에는 다시금 증상이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한약도 지어 먹고 턱에 침치료를 받는 등 갖은 노력을 해서 6개월이 조금 넘는 지금은 다행히 어지럼증이 없는 예전의 나로 돌아오게 되었다.
내가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말 얼마나 많은 책과 정보를 찾고 읽었는지를 이루어 다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어떤 정보도 '아, 이거구나!'하고 속 시원히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이 어지러움이 계속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나, 원인도 치료 방법도 알지 못한 채 혹시 내가 지금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나 불안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 '내가 만약 이 책을 조금만 더 먼저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 책은 나의 궁금증을 대부분 해소해 주는 친절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거의 대부분 어지럼증과 균형 장애를 호소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어지럼증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갑작스런 악성 림프종진단을 받게 되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고, 그 힘든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지럼증에 대해 잘 정리된 한 권의 책'을 집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노라 회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첫째, 어지럼증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차근차근 설명하듯 집필하였으며, 둘째로는 어지럼증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의료인들에게도 길잡이처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을 구성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어지럼증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어디서 기원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고, 2부에서는 어지럼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어지럼증의 치료에 대해 설명하면서 음식과 수면, 스트레스 등 일상생활의 주의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며 실제 사례를 재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반년 동안 어지럼증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지럽지 않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 그냥 일상이 특별하지 않아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예전에는 먹는 것이 그닥 내게 중요하지 않고 내 건강도 그저 당연한 것이었다고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은 정말 너무 중요한 일이고, 또 내 건강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만약 지금 어지럼증으로 너무도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다면 부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얼른 다시 원래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