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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낮에 오랜만에 딸과 함께 서점에 다녀왔다. 학교 공사로 겨울 방학이 다른 아이들보다 3주 이상 일찍 시작한 아이 때문에 돌밥 돌밥의 시간을 두 달 넘게 하고 난 뒤, 오랜만에 마주하는 출가(?)의 시간이었다.
“읽고 싶은 책 없어? 엄마가 사줄게.” “음... 난 책은 잘 몰라서....”
“그럼 이 책을 어떨까? 네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책 속을 한 번 휘루룩 쓱 넘겨 본다.
“재미없을 것 같은데.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읽어 보라니 일단 살까?”
하지만 어린아이가 아닌 대학생이 된 딸에게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이 아닌데 책을 읽어 보라고 하는게 강요 아닌 강요가 되고 또 읽지도 않는 책이 집에 점점 쌓여만 가는 상황이라 책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섰다. 책이란, 책을 읽는 것이란 누구에게는 즐거움, 기쁨이고 의식주처럼 삶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겠지만 누구에게는 강요가 되고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해방의 밤’에서 은유 작가가 읽은 많은 책들은 작가에게 무엇이 되었을까? 작가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작가로서, 그리고 강연자로서의 삶이 “책기둥들 틈에서 왜 읽는지 목적도 없이,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도 없이, 뭘 써야 한다는 의무도 없이, 그저 책을 무모하게 탐하는 기쁨을 모아 두었던 무용의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라고 말한다. 책읽기가 어떤 유용의 목적을 지니지 않고 설사 무용하다 할지라도 책을 읽는 시간 자체, 책을 읽는 행동 자체가 주는 기쁨을 모아두어 오늘의 은유가 작가가 되었다는 이 말이 책을 읽으면서 늘 어떤 쓸모를 찾고자 하며 그런 쓸모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들만이 사람들의 손에 들여지는 것 같은 요즘에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차곡차곡 쟁이고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그 동안 읽은 책과 책 내용과 관련된 자신의 생활과 삶, 자신이 만난 이들, 그리고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관계와 사랑’, ‘상처와 죽음’, ‘편견과 불평등’, ‘배움과 아이들’이라는 4가지의 주제에 맞에 나누어 구성한 책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웃들의 모습, 편견과 불평등의 모습, 그리고 죽음을 통한 삶의 통찰. 이런 글들이 편지글로 표현된 글들이 많아 작가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나에게만 편지를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 이 책을 작가가 읽은 책의 내용이 인용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 책을 나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겼다고 느낀다.” - <살림비용, 데버라 리비>(본문48)
이 글은 ‘자유에는 비용이 따른다’라는 글에 인용된 것이다. 작가는 50세를 맞아 자취를 계획하고 공표하고 선배의 작업실을 주거지 삼아 간헐적 자취를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재수하는 아이의 밥을 매일 챙기지 못하는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는데, 자신이 지닌 그 모성 강박을 데버라 리비의 이 글이 일깨워 주었고, 어머니 아래 깔린 자기 이름을 찾아 나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읽고 싶다고 소망을 표현한다. 이렇게 책 속의 책을 통해 또다른 생각을 접하고 나의 생각과 시야를 넓혀 나갈 수 있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