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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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 언젠가 tvn에서 봤던 책 소개 프로그램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이나 명사가 자신이 읽은 한 권의 책을 스토리텔러가 되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때 봤던 회차가 책의 처음에 나온 김경일 교수가 <개소리에 대하여>를 소개한 것이다. <개소리에 대하여>라니... 소개되는 책의 제목이 나의 흥미를 끌어 사서 읽어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책의 주요 내용은 내 머리 속에서 휘발되어 버렸지만.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는 tv에서 소개되었던 책들과 소개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묶여 나온 책이다. 책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 중에서 김상욱 교수가 <수학자의 아침>이라는 시를 소개한 것이 인상깊다. 과학자 게다가 누구나 어렵다고 여기는 물리는 전공한 교수님이 시를 소개하다니. 결론적으로 보면 소개하는 시의 내용도 새롭고, 시에 대한 과학자의 관점과 해석도 새롭다 할 수 있다. 냉철하고 차갑다는 편견여린 시건을 쉽게 받게 되는 과학자들도 시를 읽고 시 속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따뜻한 시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책을 읽고 싶지만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거나, 없는 시간을 내어 읽었는데 읽고 후회하지 않을 만한 책을 추천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류의 책(책을 소개해주는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 소개를 읽고 대상이 된 책을 다시 읽어 보는 것도 좋고, 책 소개를 읽어 보는 것만도 좋다. 이렇게 세상에 좋은 책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 흥미를 느끼게 되는 책을 통해 자신의 독서 취향도 파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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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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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처럼 책을 읽고 있다. 집에 가면 감기는 눈이 너무 무겁지만 눈을 힘겹게 뜨고 책을 읽으려 하는 중이다. 이제 눈도 침침해지고 더욱이 초저녁 잠이 많이 생긴 모양이다. 나이가 드는 증거다.


지난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틀에 거쳐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다. 

소설의 진행이 요즘 보기 힘들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옛날에 많이 읽어 보았을 법한 느낌이다. 판소리계 소설 같기도 하고 무성 영화에서 변사가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지적 작가의 과도한 개입 혹은 지나친 친절이 느껴지는 소설인데 이것이 이 작품의 특징인 것 같다.

또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는 현실과 판자지의 뒤섞임. 백년의 고독을 읽었을 때 느꼈던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떨쳐버릴 수 없는 찝찝함을 지닌 글이다. 물론 백년의 고독에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 근현대의 역사를 인물이 살아가는 배경으로만 사용한 느낌으로 작품 속 인물의 삶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듯 하다. 사회 역사적 상황에 의해 인물의 운명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인물의 선택에 따른 그 결과만 인물의 운명에 존재한다.

추녀 노파 - 금복 - 춘희로 이어지는 한 집안의 여성 삼대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추녀 노파는 사실 금복, 춘희와 혈연 관계가 없다. 아니, 현대 사회에서 피보다 더 중하다는 돈의 인연이 있는 관계다. 작품 전반에 추녀 노파의 저주가 금복과 춘희에게 닥치는 불행의 원인인 듯 중간중간 뿌려져 있지만, 그렇게 결정적인 것 같지도 않다. 특히 금복에게는.

욕망을 깨닫는 노파, 욕망덩어리였던 금복, 욕망이 없는 춘희,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노파,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모든 것을 파괴하고만 금복, 주변의 욕망으로 인해 삶이 파괴된 춘희. 이렇게 세 사람의 불행한 일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세 사람의 공통된 점은 여성이라는 것이고 여성이라서 겪는 많은 고난과 핍박이 또한 이 소설의 주된 줄기이다. 추함이 있어도 고난이 있고 아름다움과 색기를 지니고 있어도 고난이 있는 여성들의 삶의 고난을 다룬 작품인가? 이 소설에서 많은 남성들은 결국 이 세 여자와 관계가 있게 된 여러 순간에 다양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데, 여성을 핍박한 남성들이 결국 불행하게 되는 복수의 이야기인가? 하여튼 한 번에 읽고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초판이 50쇄나 넘게 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읽으면서 뭔가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도 그대로 흥미롭게 빠른 속도로 다 읽게 된다. 작가는 그 옛날 판소리 소리꾼이나 영화의 변사처럼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끔 이야기를 쫄깃하게 잘 이끌어간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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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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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를 통해 미국인의 시선에서 서술된 베트남전쟁과 다른 얼굴의 베트남 전쟁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곳곳에서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공통된 역사적 아픔이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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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 부마민주항쟁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다드래기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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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 2020년 출간한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으로 1979년 있었던 부마민주항쟁을 담은 불씨를 출간하였다. ‘불씨197910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및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에 반대한 시위 사건을 만화로 담은 책이다.

1026일이 되면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일이라고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본 기억은 많다, 하지만 5월에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것과 같은 기념식이나 추모식을 10월에 본 기억은 없어 이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부마민주항쟁 이후 있었던 역사적 큰 사건 - 10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죽게 되고, 그 이후 신군부의 등장과 광주의 항쟁과 학살 사건 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책 불씨는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잊혀져 가는 우리 역사 속 한 장면을 당시를 살던 많은 시민들의 이야기로 되살리고 있고, 부마민주항쟁이 일부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 부산과 마산 지역의 대학생,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중국집 요리사와 배달원, 항운 노동자, 그리고 봉제공장의 대표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불씨는 부마항쟁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은 만화로 된 책이라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당시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마항쟁의 역사가 당시에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책 속에 부마민주화항쟁이 점점 퍼져 나가는 모습을 불씨가 옮겨 가는 것으로 표현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작은 불씨라도 바람을 타면 멀리 날아가기 마련이다.' 처음엔 주변에만 옮겨 붙었던 불씨가 점점 더 큰 곳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불을 옮겨 놓듯이 민주주의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불씨가 되어 점점 멀리 넓은 곳으로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불을 옮겨 놓아서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가 그래도 민주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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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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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오랜만에 딸과 함께 서점에 다녀왔다. 학교 공사로 겨울 방학이 다른 아이들보다 3주 이상 일찍 시작한 아이 때문에 돌밥 돌밥의 시간을 두 달 넘게 하고 난 뒤, 오랜만에 마주하는 출가(?)의 시간이었다.

읽고 싶은 책 없어? 엄마가 사줄게.” “... 난 책은 잘 몰라서....”

그럼 이 책을 어떨까? 네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책 속을 한 번 휘루룩 쓱 넘겨 본다.

재미없을 것 같은데.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읽어 보라니 일단 살까?”

하지만 어린아이가 아닌 대학생이 된 딸에게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이 아닌데 책을 읽어 보라고 하는게 강요 아닌 강요가 되고 또 읽지도 않는 책이 집에 점점 쌓여만 가는 상황이라 책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섰다. 책이란, 책을 읽는 것이란 누구에게는 즐거움, 기쁨이고 의식주처럼 삶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겠지만 누구에게는 강요가 되고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해방의 밤에서 은유 작가가 읽은 많은 책들은 작가에게 무엇이 되었을까? 작가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작가로서, 그리고 강연자로서의 삶이 책기둥들 틈에서 왜 읽는지 목적도 없이,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도 없이, 뭘 써야 한다는 의무도 없이, 그저 책을 무모하게 탐하는 기쁨을 모아 두었던 무용의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라고 말한다. 책읽기가 어떤 유용의 목적을 지니지 않고 설사 무용하다 할지라도 책을 읽는 시간 자체, 책을 읽는 행동 자체가 주는 기쁨을 모아두어 오늘의 은유가 작가가 되었다는 이 말이 책을 읽으면서 늘 어떤 쓸모를 찾고자 하며 그런 쓸모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들만이 사람들의 손에 들여지는 것 같은 요즘에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차곡차곡 쟁이고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그 동안 읽은 책과 책 내용과 관련된 자신의 생활과 삶, 자신이 만난 이들, 그리고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관계와 사랑’, ‘상처와 죽음’, ‘편견과 불평등’, ‘배움과 아이들이라는 4가지의 주제에 맞에 나누어 구성한 책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웃들의 모습, 편견과 불평등의 모습, 그리고 죽음을 통한 삶의 통찰. 이런 글들이 편지글로 표현된 글들이 많아 작가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나에게만 편지를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 이 책을 작가가 읽은 책의 내용이 인용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 책을 나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겼다고 느낀다.” - <살림비용, 데버라 리비>(본문48)

이 글은 자유에는 비용이 따른다라는 글에 인용된 것이다. 작가는 50세를 맞아 자취를 계획하고 공표하고 선배의 작업실을 주거지 삼아 간헐적 자취를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재수하는 아이의 밥을 매일 챙기지 못하는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는데, 자신이 지닌 그 모성 강박을 데버라 리비의 이 글이 일깨워 주었고, 어머니 아래 깔린 자기 이름을 찾아 나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읽고 싶다고 소망을 표현한다. 이렇게 책 속의 책을 통해 또다른 생각을 접하고 나의 생각과 시야를 넓혀 나갈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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