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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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처럼 책을 읽고 있다. 집에 가면 감기는 눈이 너무 무겁지만 눈을 힘겹게 뜨고 책을 읽으려 하는 중이다. 이제 눈도 침침해지고 더욱이 초저녁 잠이 많이 생긴 모양이다. 나이가 드는 증거다.


지난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틀에 거쳐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다. 

소설의 진행이 요즘 보기 힘들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옛날에 많이 읽어 보았을 법한 느낌이다. 판소리계 소설 같기도 하고 무성 영화에서 변사가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지적 작가의 과도한 개입 혹은 지나친 친절이 느껴지는 소설인데 이것이 이 작품의 특징인 것 같다.

또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는 현실과 판자지의 뒤섞임. 백년의 고독을 읽었을 때 느꼈던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떨쳐버릴 수 없는 찝찝함을 지닌 글이다. 물론 백년의 고독에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 근현대의 역사를 인물이 살아가는 배경으로만 사용한 느낌으로 작품 속 인물의 삶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듯 하다. 사회 역사적 상황에 의해 인물의 운명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인물의 선택에 따른 그 결과만 인물의 운명에 존재한다.

추녀 노파 - 금복 - 춘희로 이어지는 한 집안의 여성 삼대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추녀 노파는 사실 금복, 춘희와 혈연 관계가 없다. 아니, 현대 사회에서 피보다 더 중하다는 돈의 인연이 있는 관계다. 작품 전반에 추녀 노파의 저주가 금복과 춘희에게 닥치는 불행의 원인인 듯 중간중간 뿌려져 있지만, 그렇게 결정적인 것 같지도 않다. 특히 금복에게는.

욕망을 깨닫는 노파, 욕망덩어리였던 금복, 욕망이 없는 춘희,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노파,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모든 것을 파괴하고만 금복, 주변의 욕망으로 인해 삶이 파괴된 춘희. 이렇게 세 사람의 불행한 일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세 사람의 공통된 점은 여성이라는 것이고 여성이라서 겪는 많은 고난과 핍박이 또한 이 소설의 주된 줄기이다. 추함이 있어도 고난이 있고 아름다움과 색기를 지니고 있어도 고난이 있는 여성들의 삶의 고난을 다룬 작품인가? 이 소설에서 많은 남성들은 결국 이 세 여자와 관계가 있게 된 여러 순간에 다양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데, 여성을 핍박한 남성들이 결국 불행하게 되는 복수의 이야기인가? 하여튼 한 번에 읽고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초판이 50쇄나 넘게 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읽으면서 뭔가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도 그대로 흥미롭게 빠른 속도로 다 읽게 된다. 작가는 그 옛날 판소리 소리꾼이나 영화의 변사처럼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끔 이야기를 쫄깃하게 잘 이끌어간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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