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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억 -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이태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올해 초부터 엄청난 숫자의 환자가 발생한 중국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에도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더니, 이 글을 쓸 때인 지금은 중국 발 우한폐렴 즉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 등으로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급증해서 전 세계가 난리네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확진환자가 별로 없어서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방문을 자제하고 있었던 확진자가 많이 난 지역의 가족들 건강이 계속 우려스러웠네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 사회가 달라졌다는 말이 있듯이 확진자 숫자가 많이 줄어든 현재에도 웬만하면 밖에를 거의 나가지 않으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한번 씩 나가보면 길에 미세먼지 예보가 없는데도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곳곳에 비치된 손세정제들과 각종 경고들에 전시와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코로나는 외국에서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 굶어 죽겠다는 말이 돌듯이 전 세계적인 교류감소와 경제 둔화로 경제 주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 피해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에요. 이에 대해서 V자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침체가 오래갈 것이라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유래 없는 사태를 맞이해서 증시나 원유가 등이 급등락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급등락을 투자기회로 생각해서 일반인들조차도 생소한 원유 선물이나 인버스에 투자하고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며 주식에 관심 없던 개인 투자자들도 시장에 참가하고 있죠. 제 주위에도 젊은 분들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네요. 그런데 이러한 시장 전개 방향을 전문가들도 각자 다르게 예측하고 있고 아마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해요. 결국 우리가 참고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은 과거 자본시장이 어떻게 흘러갔냐는 것이겠죠.
이 책은 불확실성이 커진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지침으로 삼을 자본시장의 역사를 되짚어 주는 책이라 하겠어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자본시장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채권과 금리, 크레딧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 세기에 걸쳐 흘러온 국내 자본시장의 역사의 흐름을 짚고 있어요. 이 책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자본시장의 역사를 33개 대사건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풀이하고 있는데요. 결론적으로 자본시장의 역사는 유사한 사건의 반복이었다고 하겠어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 시장이라는 딱딱한 주제임에도 저자가 기자로서 풀어쓰는 탁월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는 점일 듯해요. 저자는 이 책에서 가능한 한 딱딱한 전문용어와 복잡한 수치를 배제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읽기 쉽게 구성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제대로 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일일이 출처와 원본을 확인하고 책에 쓰인 것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자료를 소화했다고 해요.
이 책의 33개 대사건에는 일제 강점기 쌀 선물시장의 흥망에서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 국채파동과 증권파동, 1992년 자본시장 개방,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및 박정희 정권 아래 이른바 '4대 의혹사건', '7공자 사건', '무등산 타잔 사건', 현대그룹 '왕자의 난', '미네르바 신드롬', 비트코인 광풍 그리고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주가 대폭락을 거쳐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0%대 금리까지 자본시장의 결정적 사건들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어요.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권두 스페셜로 담긴 '컬러 인포그래픽'이었네요. 이 컬러 인포그래픽에는 한국 자본시장을 뒤흔든 주요 사건과 한국 자본시장의 주요 정책 및 한국 자본시장 인프라 변화, 경제성장률과 주요 금리 정책 그리고 주가지수와 주식형펀드 설정잔액 그리고 환율과 경상수지에 대해서 그래픽으로 한 눈에 우리나라 자본 시장을 파악할 수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앞 쪽으로 와서 확인하곤 할 정도로 큰 도움이 되었네요.
이 책은 한국 경제의 과거의 역사와 정책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정말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는 책인 듯해요. 요즘 유래 없는 사태를 맞이해서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요.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은 이해를 해볼 수 있을 듯해요. 무엇보다도 가독성이 좋아서 온 가족이 함께 경제에 대한 지식을 높여갈 책이라 생각해서 일독을 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