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무수한 ‘인간의 흑역사’에 대해 쓰고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니 “진짜 큰 바보짓을 저질러 본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첫 문장이 나오는데요. 첫 문장부터 왠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심지어 이 책의 소제목초차 ‘우리 뇌는 바보’ ‘바보와 현직 대통령들도 알 수 있을 만큼 쉽게 푼 외교 이야기’ 그리고 ‘미래를 못 내다본 실패의 간략한 역사’ 등 소제목들도 직설적이고 이야기 하듯이 친근하게 작명되어 있어요.

 

구체적으로 이 책은 환경, 문화, 과학, 기술, 외교, 정치 등 10개의 주제로 나누어져서 인간의 흑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여기 나오는 인간의 흑역사로는 진시황, 히틀러, 마오쩌둥을 비롯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인물로부터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아 생소한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인간의 흑역사가 실려 있어요. 영국 버즈피드 전 편집장이자 저널리스트 특유의 신랄한 어조를 지닌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뇌가 원래부터 실수에 취약하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서두에 배치하며 나름 위안을 주면서 시작하지만 그 사연들이 가차 없이 기술되어 있네요.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단위를 틀려 지구 크기를 아예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해요. 카스피아 서쪽의 이슬람 제국 호라즘이라는 나라는 칭기즈칸이 보낸 편지를 잘못 읽고 오해해 모욕을 줬다가 지도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고, 스코틀랜드의 무역상 윌리엄 패터슨은 식민지 건설로 국민들에게 그릇된 허영을 불어넣어 국부의 반을 날려버렸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적군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전투에서 패배한 군대 이야기나 시차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해 완벽히 짜놓은 작전을 망친 이야기 등이 실려 있어요.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흑역사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자에 따르면 원론적으로 인간의 진화과정 자체가 불완전함의 원인이라고 해요. 진화란 그냥 먹을 것과 짝짓기에 굶주린 개체들을 인정사정없는 세상에 무진장 풀어놓고 누가 가장 덜 망하나 보는 것이어서, 장기적인 안목보다는‘지금 당장’이익이 되는 특성을 무조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에요. 이런 조건으로 볼 때 인간의 뇌도 당연히 세심하게 설계된 결과물이 아니어서 사고에는 땜질과 편법이 기본적으로 동원되기 때문에 이러한 흑역사들이 되풀이 된다고 해요.

 

사실 인간의 흑역사라고 하니 갑자기 제 자신의 흑역사가 떠오르네요. 세계사에도 물론 흑역사가 있겠죠. 그런데 그런 흑역사를 거치면서 또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 책을 통해서 잘 몰랐던 세계사의 흑역사에 대해서 배우고 이러한 흑역사를 통해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 다시 되새겨 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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