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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이 책의 부제는 ‘(그림속으로 들어간)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관음하는 예술가의 시선’이에요. 부제처럼 이 책은 예술가인 저자들이 열 한 개의 욕망과 탐욕에 대한 주제를 담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전하고 있어요. 단순히 그림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은 무엇보다 넘기는 매 장마다 칼라풀한 명화들이 실려 있어서 눈이 호강하게 되는 책인데요. 특히 저자들은 금기와 광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주체인 나쁜 여자 (팜므 파탈)과 나쁜 남자(옴므 파탈)에 주목하여 그림들과 이야기를 소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파격적이고 에로틱한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요.
이 책은 ‘여인이라는 이름의 원죄, 끌림’에서부터 ‘권력자를 향한 치열한 암투, 도발’에 이르기까지 크게 11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고 또 각 주제별로 3~4 세부주제가 있어서 모두 46가지 그림의 주제가 있어요. 소개된 그림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네 번째 주제인 ‘억압된 영혼의 아름다움, 동경’ 편의 성의 가학자 사드 후작, 금단의 사랑 롤리타와 관능의 탐구자 카사노바 그리고 드라큘라의 화신 블라드 공작에 대한 그림과 이야기이에요.
현존하거나 가공인 이 인물들은 지금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으로 지금까지도 회자가 되고 있는데요. 그 중 가장 독특하고 가학적 변태성욕과 동의어가 돼버린 악명 높은 사드 후작은 사실 1740년 6월 2일에 태어날 때만 해도 몇 세기 동안 이어진 귀족 가문의 대를 이어갈 유일한 상속자로 가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해요. 심지어 14살에 기병대에 입대하여 7년 전쟁에 참전하여 대위까지 진급한 뒤 종전 후 퇴역했는데요. 퇴역 후 10대 후반부터 난봉꾼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어요.
그 후 각종 음란한 행위들로 피해자 부모들과 장모 등에 의해서 고발당해서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가들에 의해 석방될 때까지 1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어요. 감옥에서는 약 12m 길이의 두루마리에 수없이 다양한 성적 도착 행위를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소돔의 120일’을 쓰기도 한 사드는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시대의 단두대 형을 가까스로 면하고 비참할 만큼 가난하게 살다가 ‘자신 무덤의 흔적을 이 지상에 남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고 해요.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계속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즐기기만 하다가 요즘에는 배워서 직접 그려보고 있어요. 이 책에 나오는 46가지 그림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면서 제게 영감을 주는 듯해요. 여기 나오는 그림만 봐도 대단하지만 작가의 그림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들에 빠져서 그림을 다시 보니 전혀 다른 그림처럼 느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어요. 특히 요즘에 다시 주목 받는 인문학을 그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책이라니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정말 귀한 책이 아닐 수 없네요. 저처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림만 봐도 배부를 듯 한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