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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의 사회학 - 남자를 지배하는 ‘남자라는 생각’
필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3월
평점 :
아마 이 책은 요즘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n번방' 사건 때문에 더욱 회자가 되는 듯해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n번방'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이 글에서도 그 사건과 관련해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 책은 포르노 산업의 규모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압도하며, 포르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는 ‘teen(10대)’이고, 40%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담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현실을 전하고 있어요.
또 저자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최악의 지침서인 포르노가 가르쳐 주는 섹스로 무장하고 성관계에 나서는 최초의 세대라고 칭하며 남자들을 위해 남자들이 만든 포르노가 보는 이를 성적 측면, 대인관계 모두에서 실패하게 한다고 분석해요. 이러한 근원에는 ‘맨박스(Man Box)’가 존재하는데요. 아마 우리로 치면 아주 예전 군대 남성 문화에 가까울 듯해요. 구체적으로 ‘약점을 보이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울지 마라. 계집애처럼 굴거나 감상적인 사람이 되지 마라.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말고 모든 관계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라.’ 이런 것들을 남자다움의 규범이라 세뇌하고 강요하는 사회적 틀이 바로 ‘맨박스’라고 해요.
문제는 한정된 공간인 ‘맨박스’에는 아래위로 계층이 존재해서 보다 공격적으로 남성성을 과시하는 사람이 윗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에요. 이들은 ‘더 세게, 더 강하게’를 추구하다 급기야 ‘강간문화’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실제로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해요. 이번에 'n번방' 사건도 공격적인 남성성에 지배 복종이라는 맨박스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네요.
저자는 이렇게 문제점만을 분석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여러 사례를 통해 남자다움이 유발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살펴보고 성역할의 변화 양상,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번에 n번방 사건을 보면서 남자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네요. 멀쩡하게 생긴 학생이 그런 끔찍한 일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요. 어제인가 고용노동부 7급 현직 공무원이 'n번방' 피해자에게 심각한 명예훼손을 저질러서 고소당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처럼 일각에서는 예의 ‘피해자 행실론’이 나타나기도 하네요. 그래서 책은 피해자인 여자들보다도 가해자인 남자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