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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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역사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우리나라 도공에서 유래되었다… 

막연히 이렇게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읽게 된 [일본 도자기여행 규슈의 8대 조선가마]에서는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게 된 조선 도공들의 역사를 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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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재료인 흙까지 퍼갔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조선 새도 잡아갔다는데요.

그 이유가 ‘까치’ 이름이 일본어로는 승리를 뜻하는 말로 들려서 그랬다는 거예요.

전란 통에 조선 도자기가 어찌나 많이 약탈당했던지

왕실 행사에 치를 자기가 없어서 전국에 수배령을 내릴 지경이었다고도 하고요.

도공들이 사라진 조선에선 도자기 제작 명맥이 끊어질 지경이 되었데요.

박물관 가면 유리장을 통해 들여다보던 자기들이 떠올라서 

그런 자기들이 일본군에게 약탈당하지 않고

용케 살아남았던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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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사진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사람까지 털어간 역사에 마음이 먹먹해지다가 이런 색감이 어떻게 나오는 걸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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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궁궐에서 볼 수 있는 해태 같은 큰 동물상이 백자로 구워져 있다는 것도 너무 놀라워요.

조각상…이 아니고 백자로 만든 인물상 같은 작품들이라니요.

예전에 아이가 도자 체험을 하면서 야구선수를 만들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이 때, 야구방망이를 들고 멋지게 홈런 치는 자세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면 구워질 때 방망이가 부러진다고^^; 선생님이 말리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빨까지 자세히 구현된 작품을 보니

이런 건 일단 사용한 훍이나 굽는 온도가 다른 걸까? 하면서 호기심도 생겼어요.

아이와 함께 여러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눈이 호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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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도 가능하다니, 도자기는 다양한 쓰임도 되는군요!]

(아이가 신기해하던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예술품들을 보다가, 도자기도 1회용이 있었다는 내용은 뜻밖이네요.

절로 감탄이 나오는 품질이 아니라 해도 한 번 쓰고 강물에 휙 던져버릴 수 있었다니,

대체 얼마나 값싸게 만들었길래? 하는 의문도 들고, 

그런 재료인 흙은 얼마든지 넘쳐났던 걸까요?

(도자기용 흙을 구하느라 곳곳을 찾으러 다닌 이야기라든가 드디어 발견한 전용 흙이

원래는 봉우리지게 쌓여있었는데 어느덧 평야로 보일 정도로 소진한 사진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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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해지는 사람의 역사는 이쯤으로 하고 도자기에 집중해서 보면요.

화려한 문양의 일본 자기에, 사진이지만 절로 감탄이 나와요.

<규슈의 8대 조선 가마>라는 부제가 보이는 만큼 조선인 도공들과 그들의 후손 솜씨라는 건데요

선명한 색감이 입혀진 도자기 사진을 보면 조선 백자와는 확실히 다른 게, 

어떻게 이런 차별화가 나왔을까요? 궁금해서 계속 읽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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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조선인 도공들의 역사를 알게 됩니다.

조선인 도공 이삼평이 일본에 끌려간 것인지 혹은 자발적으로 따라간 것인지 

짚어보는 내용을 보면서 역사는 후대에 남겨진 기록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록이 작성된 내막이라든가, 배경을 고려해보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해보여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작정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 분이 엄청난 전문가이신가 보다, 하게 됩니다^^

기자 이력 그대로 참 많은 취재와 자료 조사를 하신 티가 팍팍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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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쪽이라는 엄청난 분량을 읽어보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일본어 표현들이 제게는 낯설어서 읽다 보면 뜻에 막히고 그래서 찾아보다 보면 

종종 잠시 멈춤이 되거든요.

그렇지만 아름답게 채색된 도자기 사진들을 보는 것만도 흥미가 생겨요.

이삼평의 고향에 대해, 철화분청과 물고기 그림을 바탕으로 저자 분이 내린 가설은

역사학자들도 충분히 고려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해독을 기다리는 가주서라는 문서도 있다는데 실제 연구가 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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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조선인 도공이 ‘성공’한 사연을 읽으면서,

후대 일본인들이 그들을 은인으로, 아예 수호신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워요.

자신들에게 엄청난 유산을 남겨준 고마움은 알겠는데 신적 존재로까지 여겨지고 있다니,

일본인에게 신이란 창조주 같은 절대자적인 존재와는 또다른 건가, 하고 궁금해지더라고요.

한 편, 조선인 도공들이 대거 잡혀가면서 조선에서는 도자기 명맥이 끊기다시피 되었으나

일본에선 ‘도조’가 되어 시조로서 존경받게 된 점이 

그들 스스로에겐 어떤 개인의 역사로 느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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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임진왜란 이전에도 조선인 도공들이 납치된 역사가 있다고 하고요.

곳곳에서, 조선인 도공들의 힘이 느껴지는 일본 도자기 역사가 나오는데요.

계속 발전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든요.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익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계속 발전해온 모습이 책 곳곳에 보이는, 말 그대로 예술품들인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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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우대받는 분위기가 신분제에선 어려웠겠지요? 그래서 이런 역사도 이해가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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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조선인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도자기에 특정한 표시를 한다거나 

조선인임을 이름에 담는다거나,

특히 조선인 이름을 그대로 고집하여 사용한 이야기 등, 

처음 시작은 그리운 고향이었을 사연도 나와요.

그리고 그것이 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대단하지요.

일본에서 있어온 조선인 차별 역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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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후반부까지 책을 보면서 조선인 도공들이라는 시작이 후대 일본 제국주의까지 이어지는 

역사 스토리가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못한 지식이라 놀랍다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사진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내용을 말해주었고요.

나중에는 직접 도전해보면 좋겠네요^^


일본 제국주의 시기와 관련된 역사는 저도 다시 잘 읽어보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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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가마를 찾아가는 길을 관광책자처럼 소개한 부분도 있는데요. 

그 중 이런 박물관이 소개되어 있어요]

(이런 역사 의식도 있으니 일본인들 모두가 책에 언급된 요시다 쇼인 같진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도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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