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 - 여성, 나 자신을 찾아서
김경희 지음 / 공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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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왜 이제껏 조왕신이 남신인 줄 알았을까요?^^

부엌이라는 장소만으로도 짐작할 만한데

왠지 당연히(?) 알던 명칭을 ‘조왕할미’라는 이름으로도 보니 낯설어요.

우리나라 신화나 옛날이야기 속 신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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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를 펼쳐보니 능력자 여신들이 참 많네요!^^

읽다 보면 ‘단군에게 굴복한 마고’라던가

‘박혁거세 어머니’ 같은, 더 낯선 내용도 있어서 책 읽는 내내 궁금했어요. 

밀양 박씨 시조이신 박혁거세는 난생설화로 알고 있는데 이건 어떤 이야기인 걸까요?

김수로왕에 대해서도 구지가와 연결된 가야 시조로, 역시 알에서 태어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김수로왕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니, 이런 설명은 모두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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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견모주와 두 아들이고 이 중 한 아이가 김수로왕이래요]

(해인사 국사단 불화에 나오는 장면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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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라면 할머니가 바로 떠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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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를 읽어나갈수록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한때 이 땅에서 강성했을 여신들이 유교 등 문화 변동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걸크러시’라는 신조어와 연결지어보려 했고요.

우리나라 여신들은 외국의 여성들처럼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한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뱀의 유혹에 빠져서 아담과 함께 선악과를 먹은 이브라든가

열어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서 세상에 온갖 근심과 고통을 유발한 판도라라든가,

이런 이야기 속 여성은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 같잖아요.

실수할 수도 있지… 이런 식의 해석은 못 본 것 같아요.

책에 소개되는 우리나라 ‘할미’들은 뭔가 씩씩함이 느껴져요.

거대한 몸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자연 지형을 만들어준 이야기는

외국 신화 속 거인족들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들려요.

신들의 전쟁에 참여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티탄족들이나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거인 같은 유형은 무시무시함부터 있는데

치마폭에 돌 나르다 떨어뜨리면 뭐가 만들어진다든가

비녀를 찾으려고 흙을 팠는데 논 99마지기… 이런 식의 이야기가 천연덕스럽게 들려요.

외국 전설에선 악마가 만들어서 이런 게 생겼다…며 가령 ‘악마의 의자’ 같은 얘기는 들어봤는데

우리나라 곳곳의 지형들은 할미들이 만들었다니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보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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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분도 ‘씩씩함’을 언급하셔서 같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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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과 바다를 누빈 할미들이기에 그런 곳곳에서 이야기가 전해지나봐요.

첫부분에 ‘’한국의 할매신들’이라며

책 속에 등장하는 여신들을 소개하시는데 이름부터 생소한 신들이 많아요.

위에도 적었지만 제가 알던 내용과는 다른 내용들이 보여서

이게 정본, 이본 같은 여러 사본으로 내용이 전해져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했어요.

김수로왕 신화만 해도 구지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라 배우잖아요.

저는 예전에 이 노래를 배우면서 왕을 달라는 노래에서 왜 거북이를 부르며

또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잡아먹겠다는 협박인데

머리를 내놔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하고 궁금했었거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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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이름은 들어봤어도 ‘노고’할미가 지리산 산신인 건 책 보고 알았네요.

재미있는 건 이 노고할미는 마고할미도 되고 성모천왕도 되는데

이 성모천왕은 박혁거세의 어머니!인 선도성모도 된데요.

다른 지역의 신이었다가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이 덧입혀질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박혁거세도 난생 설화를 가지신 분인데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강조하려는 설정이라고도 이해하긴 했거든요.

이 분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니, 이런 이야기들이 궁금해져서 더 찾아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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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의 수호신 개양할미는 변산반도 주민들을 지켜주는 신이래요.

바다가 터전인 이들에게 안전부터 기본이겠지만

개양할미가 깊은 곳은 메우고 물결 거센 곳은 잠재우며 다녔다는 대목에서

이런 할미신들이 보호자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험난한 산이나 바다 가까운 지역에서 이런 수호자 신들이 섬김받은 이유겠지요.

개양할미란 여신만 처음 들어본 게 아니고

백주또할망, 영등할미, 이름은 비슷한 부산의 영도할매…

많은 이름들을 저는 처음 보네요.

그 지역에 살아본 게 아니라서, 하고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삼신할미나 아이 교과서에서 본 자청비처럼 들어본 신들이 얼마 없어서

처음 보는 내용들이 모두 다 재미난 옛날이야기같다 생각하며 읽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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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를 읽다가 

번아웃 피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신 내용이 인상적이라 적어봅니다.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이 칡처럼 얽히고설킨 삶이어야만 한다’


일할 때는 일만 생각하고 놀 때는 노는 것만…

이게 정답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방법도 있네요.

저도 한 번 적용해보고 싶어졌어요 ㅎㅎ



공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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