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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음 / 이케이북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몰랐다고 하기에는 너무 먹먹한 현실을 읽으려니...
이렇게 집중 안 되는 책은 요즘 들어 처음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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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분은 감정 배제하고 글을 쓰셨다는데
한 장 넘길 때마다 이런 역사가…?!! 하고 절로 부글부글해지는 기분 드는 게,
대한민국 역사가 몇 년인데 아직 우리의 역사 의식은 이런 정도였던 건가 싶습니다.
친일했던 이들이 서로서로 끌어주며 새 세상에서 득세했고 마무리까지 대우받은 사실과,
일제에 (그리고 그들에게) 항거했던 독립운동가들은 마지막 안식처까지
그들과 공유해야 하는 현실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아직 현충원에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영면하신 애국지사 분들께 참배하면
저절로 국가공인 친일파들에게도 예를 표하게 되는 지리적 구조가 어이 없게 들립니다.)
오죽하면 국가에 헌신하신 분들을 위한 영예의 자리에 안치를 거부하신 분도 있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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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라”고 하셨대요… 그 유언은 허사였고 결국 친일파와 같은 공간에 잠들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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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 중근 의사의 생전 사진을 컬러로 복원한 모습을 봤습니다.
흑백 사진에서는 그저 수염이라고만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은 혹독한 고문의 흔적이었음을,
처참한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는 또 다른 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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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조성 이유 – 국가를 위해 목숨 거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겠지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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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곳곳에 보이는 ‘국가공인’ (친일파)이라는 말이 마음을 찌르더라고요.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해서 친일 행위자임을 밝혀냈는데
(그것도 10년 세월이 흘렀다는데)
법에 가로막혀서, (또는 이후 공적을 감안한 온정주의적 시각인가요???)
아직까지 공적만 치하하는 모양새로 남아있다는 사실들이 책장을 넘겨도 나오고 또 나오고…
일개 국민 한 사람이지만 주먹 불끈, 마음이 먹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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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천 장군과 이응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인물이 안치된 모습에서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보이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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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스스로 최소한의 반성이라도… 역사 청산은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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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 뉴스로 접했을 때에도,
국회에 친일파 이장을 위한 법이 제출되는 기사를 들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집중이 안 되더라도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를 꼼꼼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저자 분의, 감정을 배제하고 썼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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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있고 노력을 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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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렵지만 책에 나온 법 부분을 모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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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이 안 되는 이유가... 애초에 이들이 현충원 등에 안장된 조건이
신태영, 신현준, 김석범, 송석하, 김창룡 – 장성급 장교
백낙준 – 국가사회 유공자 …이기 때문이고, 상훈법이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가 없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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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개정한다는 게 당장 어려우면, 국회에 법을 상정해도 자꾸 막히니 어렵다면,
그래도 정부공인 친일파들이 공을 세운 점이 있으니 감안해주고 싶은 온정주의라면,
이들을 위한 별도의 묘역을 조성해주는 건 어떨까 합니다.
조선총독부 건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해결했잖아요.
이 생각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니 제 아이가, 저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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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반 대제에 대한 역사를 TV에서 보는데
이 황제를 Ivan the Terrible, 폭군 이반이라고 하잖아요.
아이가 그 말을 듣더니
이반 대제가 잘 한 일도 많지만 말년에 잘못한 일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라고 하면서,
그런데 우리 나라 친일파들에겐 잘 한 일만 봐주고 잘못한 일은 얘기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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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룡지사의 후손이신 이항증 선생의 이 말씀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각인되면 어쩌지요?
교과서에는 나라를 위해 싸우신 여러 분들이 소개되지만 실은 자신의 안위에 충실했던 인물들이
내내 자기 실속 챙겨서 일신영달 사례로 남은 모습이 이렇게나 흔한 걸요…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저 자신부터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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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 도치맘> 카페에서 책을 받아보고 읽어본 후기입니다.
구국투쟁하신 애국선열 분들도 책에 많이 소개되시는데요.
이제껏 몰랐던 순국선열들의 살신성인 역사도 잘 알아두고 싶지만 책 서두 내용부터 경악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앞서서 친일파였던 인물 위주로 후기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국가 공인 아니라도, 비공인 친일파들도 많은데
다같이 국가 유공자 예우를 받고 있다는 게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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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 지사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장남이십니다.)
이케이북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아이와 함께 읽어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