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있으려면 유리 천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조차 거부당하는 상황이
매 장마다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대우받지도 못하고 일했던 여성과학자들이 악전고투하며
자신의 길을 간 이야기들을 들으니 꼭 온갖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담 같네요.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차별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딛고 일어서서
원하는 바를 이룬 책 속 인물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과학자 외의 당찬 모습을 보인 메리 애그니스 체이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적을 세상에 알리지 못하고 좌절한 인물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짐작도 하게 되네요.
물론 남성이라 해서 이런 좌절로부터 마냥 자유롭진 않았을 테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상 여성에겐 더 많고 흔한 제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요.
여자는 배우면 안 된다거나.. 아예 입학 허가가 안 나는
게 다반사였던 상황이었고
제대로 대우받지도 못하고 일했던 여성과학자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은 왜 그런 삶을 감수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역시 일에 대한 열정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걸까요?
[그레이스 호퍼의 멋진 한 마디]

한 명, 한 명,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남성이라면 당연히 가능했을 것들을 투쟁하고 쟁취하여 얻어내야 했더라고요.
그 중에는
여성인 데다 유대인이거나 흑인이기도 하고,
남성의 지원이 없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결국 차별이란 건 여성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거구나 싶기도 하네요.
제목에서 50명이라더니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소개되네요.
이렇게 많은 이들을 우리가 모르고 있었구나.
결과적으로 대단한 일이지만 그 과정은 참 험난하더라고요.
러시아와 우주 하면 스푸트니크와 유리 가가린이 일단 떠오르는데
최초로 우주로 나갔던 이 나라에서 여성 우주인이라...
이렇게
인상적인 인물들도 많았어요.
자신이 발견한 연구 성과를 학술 토론회에서 발표했을 때
청중은 (아마 남성들이 대부분이었겠지요) 아무도 이 과학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해요.
바버라 매클린독이라는 이름의 이 과학자는
"자신이
옳다는 걸 알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라고 생각했대요.
그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의문을 가졌던 걸 상기하게 되었어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프로이트가 워낙 유명한 심리학자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사람이 하는 말이고 이제껏 그의 이론이 굳건한데
내가 이해를 못하나 보다 생각했었어요^^;;;
카렌 호나이의 주장을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고
이미 오래 전에 그런 반박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대학자 프로이트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그는 엄청난 반발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자세한 상황을 모르지만 책 내용만으로 드는 생각이,
카렌 호나이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심리학자들의 설 자리를 위협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남편의 조력을 받아서 잘 된 경우를 보면 이게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 역시 남성의 지지가 있어야 여성도 편한 걸까 싶네요.
여자끼리 뭉치는 것도 좋은 점이 있고요^^

스스로 잘 해낸 경우도 종종 보였고 읽으면서 절로 분개한 인물의 사연도 나와요.
인간의 영원한 꿈과 관련 깊은 노화를 연구한 이야기에 대단하다 싶다가도
인정받아야 할 업적을 도둑맞은 이야기엔 절로 화가 나요.

마리 퀴리나 제인 구달, 레이첼 카슨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저희에겐 익숙했지만
몰라서 새롭고 신기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게 너무 재미있네요.
굳이 여성이라서 더 힘든 조건을 딛고 일어서야 했지만
그래서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고난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고
또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과학이란 것이 정말 다양한 분야라는 걸 알게 된 점도 흥미로왔어요.
부수적으로 직업 안내책 같달까요^^
아이가 이들의 삶을 보면서 고난을 이겨내는 삶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책과 함께 '잠재력을 깨우는 질문 노트'를 받았는데
책 자체도 디자인이 참 예쁜데 이 노트도 마음에 들어요.
아이보다 제가 더 탐이 나네요 ㅎㅎ
네이버 우리아이책카페에서 책을 받아보고 열심히 읽어보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