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하게 더 정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천재성은 대개 극적 성격으로 이해된다. 그는 셰익스피어 이래로 가장 포괄적이고 타고난 극적 기질을 가졌고 사실 스스로도 셰익스피어와 자신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개념과 희곡 기법 사이의 여러 형태의 유사성은 그의 초고와 창작 노트가 다수 번역 출간됨으로써 비로소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료는 나도 앞으로 폭넓게 활용할 생각이다. 연극의 이념(프랜시스 퍼거슨의 표현을 빌리자면)은 적어도 비극에 있어서는 괴테의 『파우스트』 이후 급격히 몰락했다. 계보를 짚어보자면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유리피데스까지 거슬러 연결되던 존재의 사슬은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리어 왕』의 세계에 굳게 뿌리박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서 비극적 세계관은 옛 방식대로 완전히 재생된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위대한 비극 시인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