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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논리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38
질 들뢰즈 지음, 이정우 옮김 / 한길사 / 1999년 9월
평점 :
역자는 늘 들뢰즈를 20세기 최대의 형이상학자로 추켜 세운다. 하지만 번역은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들뢰즈를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수 없이 많은 인용 서적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없이 어떻게 충실한 번역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역자가 주를 붙인 부분이라고는 스토아 철학에 관한 부분뿐이다.
번역의 오류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읽었어야 하는데 안 읽었다는 티가 너무 난다. 즉 이 책들만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안 읽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번역한 부분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암양시장'이 뭔가? '염소 아줌마네 가게'가 낫지 않은가? 또 방드르디를 읽지 않고 어떻게 그에 대한 비평을 번역했는가? '하얀새'가 뭔가? '화이트버드 호(로빈슨 크루소가 탔던 배)'가 아닌가?
다음으로 번역의 불성실을 지적하고 싶다. 대구로 이루어진 문장을 실수로 한 문장으로 합쳐버리거나 단어를 빼먹고 번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보론 1부에서 라이프니츠가 나오는 부분은 대표적이다. 또 뒤에 동적 발생을 다루는 부분에서 '거세 도안'이 뭔가? '거세 흔적'이 아닌가? 또 결정적으로 아무런 뜻도 없는 "말-가방"이라는 용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번역으로 들뢰즈를 말장난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사전만 잘 찾아보면 손쉽게 "합성어, 혼성어(mot-valise)"라는 뜻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번역본을 읽고서는 제대로 들뢰즈를 이해할 수 없다. 한 철학자를 잘 알고 꼼꼼히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이 정도니 자칭 전문 번역가가 판치는 우리나라의 번역 현실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