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와 흄이 서로에게 등 돌린 이유는?

 

1766년 1월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 도버로 가는 여객선에 3주 전 파리에서 처음 만난 영국인 외교관과 스위스인 망명객이 함께 타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한 배를 타고’ 있던 이 두 사람은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의 두 거장 데이비드 흄(1711-1776)과 장-자크 루소(1712-1778)였다.

루소는 자신의 저서가 종교계와 정치계의 격렬한 반발을 산 탓에 거주하던 프랑스와 조국 스위스에서 차례로 쫓겨난 상태였고, 파리 근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던 ‘사람 좋은’ 흄은 루소에게 영국에 은신처를 마련해주기로 한 상황이었다.

여객선이 도버에 도착했을 때 루소는 흄의 목을 껴안은 채 아무런 말 없이 눈물범벅된 얼굴로 흄에게 키스를 퍼부었고 흄은 이후 형에게 쓴 편지에서 “서로 존중하고 우정을 나누며 평생 루소와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영국 저자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존 에이디노가 함께 쓴 <루소의 개: 18세기 계몽주의 살롱의 은밀한 스캔들>(난장 펴냄)은 당시 유럽 궁정과 사교계를 발칵 뒤집은 루소와 흄의 싸움을 재구성한 책이다. 루소와 흄은 루소가 망명지를 물색할 무렵 공통으로 알고 있던 지인들의 소개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둘이 함께 런던에 도착했을 때 루소에 대한 런던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루소의 저서와 함께 흄의 <영국사>도 대대적으로 선전돼 흄 역시 재미를 봤다. 

처음 한달 동안 흄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함께 있기에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거나 “확신하건대 루소보다 더 친절하고 고결한 사람은 없다”며 루소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명사를 소개하는 사람”이던 흄은 “그 명사 때문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흄은 루소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갔고 재정상태 등에 대한 뒷조사도 시작한다. 흄이 루소를 경계할수록 흄에게 의존하고 있는 루소의 마음상태 역시 점차 불안정해졌다. 사실 성격으로만 보면 둘은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성격상 흄의 사고방식은 대담하지 않고 온화한 반면, 루소는 타고난 반골이었다. 흄이 낙관론자라면 루소는 비관론자였고, 흄이 사교적이라면 루소는 고독을 즐겼다. 흄은 타협하기를 좋아했고 루소는 대결하기를 좋아했다(196쪽). 
 

결국 프로이센 왕의 가짜편지나 흄의 잠꼬대와 같은 몇몇 우연한 사건들이 겹치면서 루소는 흄이 주축이 돼 자신을 향한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의심하고 여기에 흄이 과민 반응을 보이며 둘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 책은 두 철학자의 흥미로운 스캔들을 뼈대로 삼아 루소와 흄의 삶과 사상은 물론 당시 계몽주의 시대 유럽의 사회, 문화상 등을 읽기 쉽게 풀어냈다. 둘의 갈등이 커져가는 과정을 둘의 사상적 특징과 연결해 해석해낸 저자들의 솜씨가 탁월하다 (고미혜 기자 |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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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개- 18세기 계몽주의 살롱의 은밀한 스캔들
데이비드 에드먼즈 & 존 에이디노 지음, 임현경 옮김 / 난장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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