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네트워크,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 경향신문 서평


 

체제에 복종하는 당신이 시대 지식인 맞습니까?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 지행네트워크 지음 | 난장


2007년 여름 연구자·현장활동가·시민들을 아우르는 ‘실천하는 앎의 연대’를 표방하며 결성된 ‘지행네트워크’의 지난 2년간 기록이다. 이명원·오창은·하승우 세 명의 ‘불량청년들’이 번갈아가며 쓴 글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지식인’ 문제다. 지행네트워크가 맨 처음 한 것도 ‘우리 시대 지식인의 존재근거를 묻는다’는 주제의 내부 세미나였다.

오늘날 ‘지식인의 죽음’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책은 오히려 ‘앎과 삶의 분리’를 넘어 ‘앎을 배반하는 삶’ ‘삶을 위장하는 앎’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 얘기되는 비제도적 지식공동체에 대해서도 의문의 시선을 둔다. 이들이 “대학사회의 ‘전문가주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알기 어려우며, 오히려 더욱 퇴행적인 ‘공부의 즐거움’에 함몰될 기미까지 보인다”는 이유인데 “대안공간이 자기 위안의 둥지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불편한 연대’를 감수해야 한다”고 밝힌다.

김우창·최장집 등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에 대한 실명비판도 나온다[아래 왼쪽부터 김우창, 최장집].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보수주의적 시각’에 대해 “지식인 사회가 진화하는 촛불집회에 덜 진화한 학습노트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고 꼬집는다. 
 




책에서 강조되는 건 비평가로서 지식인의 역할이다. 시스템의 ‘외부’에 스스로를 위치지우면서 인식론적인 혹은 존재론적인 수준에서 ‘안’의 사유를 상대화할 수 있는 ‘전환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체제의 규율에 길들여져 스스로 복종하는 ‘순응주의자’가 되길 거부하고 규격에서 벗어난 자유 속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불량의 여정’을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의 실천비평을 “세속의 갯벌 속에서 사는 낙지의 운명”에 비유한 글이 눈에 띈다. “낙지는 갯벌에서는 강력한 흡판으로 텍스트를 끌어당기지만 맑은 물에서는 힘이 약해지고 만다. 비평가도 현장에서 몸을 뒤섞으며 텍스트를 다룰 때는 활력이 넘치지만 권력이 설정해 놓은 체제 속에서는 힘 빠진 연체동물로 전락할 뿐이다.”  (김진우 기자 | jwkim@kyunghyang.com)

[출처] 지행네트워크,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 경향신문 서평|작성자 난장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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