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상에 뛰어든 ‘불량 청년들’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지행네트워크 지음 | 도서출판 난장·1만7000원)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몽상하는 ~.”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씨가 ‘이들’에게 붙여준 수식어다. 이들은 이명원과 오창은, 하승우씨다. 학계 부조리와 문화권력에 도전해온 ‘불량 청년들’은 2년 전 의기투합해 지행네트워크(이하 지행)를 꾸렸다.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는 지행이 그간 얻은 성과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손쉽게 타협하지 않는 지행의 지적 작업은 기존의 것들을 흔들고 뒤집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꿈꾸고 “실천 가능성을 성실히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김종철) 책의 절반에서 풀뿌리민주주의, 생활정치, 농민공동체, 직접행동 민주주의를 다루는 데서 알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국가와 시장의 극복을 위한 협동조합 모델을 제시하고 지식협동조합을 제안한다. 지행도 그 실험 가운데 하나다.
‘불량 청년들’의 실험은 전일적 자본주의에 포섭된 ‘앎과 삶이 분리된 지식인’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하여 공부의 즐거움에 함몰될 기미를 보이는 기존의 비제도적 지식공동체와도 차별성을 지닌다. 이들에게 대중을 향한 실천을 떼놓은 앎은 의미가 적거나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현실에 대항해 지식인들은 자신이 유착한 지배엘리트 그룹과 단절을 감행하는 동시에, 자신이 관심을 닫은 대중들을 향해 지적 실천을 개방해야 한다”(이명원)고 선언한다.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술술 읽히는 책도 아니다. 하지만 순응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시장과 국가의 권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를 몽상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류이근 기자 |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