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마니 일공일삼 93
조앤 G. 로빈슨 지음, 페기 포트넘 그림,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아이보다 먼저 책 속에 빠져들었네요.


매 페이지마다 잔잔히 펼쳐지는 풍경 묘사와

주인공 소녀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관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되는 책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추억의 마니' 원작 동화라고 하네요.

물론 영화가 주는 작품성과 감동도 좋지만,

상상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책으로 만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도서 두께도 만만찮고, 집중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읽어야 하는

책이라 초등 고학년이라도 소화하기 쉽지 않지만

일단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마음 속에 수십 장의

풍경화를 그려내게 되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은 안나.

안나는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기를 원치 않는 아이처럼

마음 속에 늘 벽을 쌓고 삽니다. 안나가 고모, 고모부라 부르는

프레스턴 부부는 그녀를 입양한 분들이었지요.


이야기는, 프레스턴 부인이 안나를 페그 부부에게 맡기면서

시작됩니다. 안나는 그곳에서도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고

혼자만의 놀이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신비스러운 소녀,

'마니'를 만나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며 소통하기 시작하지요.


조금은 답답하다싶을 만큼 타인과 단절되어 있는 안나의 모습은

점점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단짝 친구인 마니에게 자신의

마음 속 상처와 아픔을 털어놓았을 때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잔잔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야기입니다.


또 이야기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소름끼치도록 엄청난 반전은

정말 놀랍고 인상적이었어요.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한 채 스스로 굳게 닫은

문을 열지 않으려는 안나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대신, 안나의 동선과 풍경들은 무척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책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누군가로부터 선물로 받았던

책 한 권을 수십 번씩 읽으며 위안을 받았던 어린시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복잡하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소녀들의 이야기...

정말 이토록 섬세하고 잔잔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어요. 책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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